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지은 Oct 07. 2016

승무원 할아버지의 그림

소통의 정석

체코의 체스키 부세요비시라는 곳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길...
승무원 할아버지가 그려준 그림입니다.
내가 탄 기차가 맨 앞 한 칸만 국경을 넘어 빈으로 가고 나머지 칸은 분리되는 거였나 봅니다. 그런데 내가 분리되어 국경을 넘어가지 않는 3번째 칸에 타고 있었던 것이죠. 내 기차표를 확인 한 승무원 할아버지는 나에게 이 말은 전달했고, 한동안 저는 무슨 말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기차가 분리될 거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이내 할아버지는 다른 승객들에게 이 말을 전달했고, 같은 칸에 타고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제각각의 표현으로 나에게 다음 정차 시 다른 칸으로 옮겨타야 한다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저는 대충을 이해하고 알겠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불안하셨는지... 이렇게 그림을 그려준 것입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의 시내버스 안, 서로 무심한 듯... 자기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침묵을 깬 것은 한 아시아 여행자의 지도입니다. 내가 지도를 펼치자, 옆에 서있던 우체부 할아버지가 지도를 말없이 뺏어 갑니다. 그리고 주변의 여러분들의 회의를 시작합니다. 이 여행자를 어디로 보내야 이 도시를 잘 구경할 수 있을까... 뭐 이런 회의 같아요. 영어를 좀 하시는 분이 의견을 모아 전달해 줍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다음 역에서 내리면 이곳저곳 볼게 많다는 것 같아요. 나도 나름의 계획이 있었는데... 고마운 마음에 떠 밀리듯 내립니다. 몇 시간 후 우연히 다시 마주친 우체부 할아버지는 부듯한 얼굴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주변에 있던 동료들에게 뭔가를 이야기합니다. 나 역시  함박웃음과 함께 two thumbs up~
 
외국에서 현지인과의 소통은 참 재미있습니다. 언어적으로는 도저히 대화가 불가능하지만, 어떻게든 통하죠. 손짓 발짓으로 또는 이렇게 그림으로...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런 소통은 자기 나라를 방문한 이방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 때문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기업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말은 하지만, 통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콘텐츠가 아니라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노력을 한다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지 않을까요?


외국에 취직한 토종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들으려고 애쓰고, 정확하게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으로 통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듣기는 가장 강조되는 부분인데요, 내가 잘 못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듣게 되겠죠?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이야기한다면 소통은 좀 더 쉬워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도 함께 살고 있는 가족도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거든요. 나라는 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우리 친절합시다.


Trip Outsight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여행을 보통 "인사이트 트립"이라고 칭하는데, 인사이트를 목적으로 여행을 한것이 아니라 여행 후 느낀 것이라 적당한 말을 찾다보니, 인시아드의 허미니아 아이바라 교수의 "아웃사이트 : 밖으로부터의 통찰력"을 차용하여,  "트립 아웃사이트 :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통찰력"으로 칭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페인 토마토 축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