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돼지 후니 Nov 23. 2024

햄버그 커넥션

 아마존에서 시작된 변화

프롤로그: 태풍 전의 고요

노란 들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평화로운 오후였다. 엘리야의 집 테라스에 걸린 풍경종이 달콤한 멜로디를 울리고 있었다. 나무로 만든 테라스는 20년 전 엘리야의 아버지가 직접 지은 것으로,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늘도 덥네요." 엄마는 테라스에 레몬에이드를 내오며 한숨을 쉬었다. "작년보다 더위가 심한 것 같아."


"곧 비가 온대요." 엘리야는 스마트폰 일기 예보를 보며 대답했다. "올해는 장마가 늦게 시작된다더니."


하늘은 점점 더 검게 변해갔다. 평소와는 다른 기운이 감돌았다. 마을의 개들이 불안한 듯 짖어대기 시작했고, 새들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 였다.


첫 빗방울이 떨어졌을 때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이 마을 전체를 삼켜버릴 재앙의 시작이 될 거라고는.


"엄마! 저기 물이 차오르고 있어요!" 엘리야는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갑자기 들이닥친 폭우는 마을의 배수구를 순식간에 채웠고, 거센 바람은 나무들을 뿌리째 뽑아버렸다.


"아빠! 아빠 어디 계세요?" 엘리야의 목소리가 천둥소리에 묻혀버렸다.


물은 예고도 없이 들이닥쳤다. 처음에는 발목까지, 그 다음은 허리까지, 순식간에 집 전체가 물에 잠겼다. 엘리야는 2층으로 뛰어올랐지만, 부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구조대가 오고 있어! 조금만 버텨!" 이웃집 아저씨의 외침이 들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마저 폭우 속에 사라졌다.

 

1장: 상실의 흔적

다음 날 아침, 폭우는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하늘은 선명한 파란색으로 변해 있었지만, 마을은 폐허가 되어있었다.


엘리야는 무너진 집터 앞에 서 있었다. 20년 동안 가족의 추억을 담아온 집은 이제 잔해만 남아있었다. 구조대는 밤새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그의 부모님은 끝내 찾지 못했다.


"이걸 찾았어요." 구조대원이 다가와 무언가를 건넸다. 엘리야의 어머니가 늘 목에 걸고 다니던 목걸이였다. 작은 크리스탈 펜던트에는 아직도 어머니의 체온이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자연재해라고 하지만... 이건 달라요." 엘리야는 목걸이를 꽉 쥐며 중얼거렸다. "이상하게 덥고, 갑자기 이런 폭우라니. 분명 무언가가 잘못된 거예요."


마을 사람들은 모여 서로를 위로했다. "하늘의 뜻이야." "누가 자연을 막을 수 있겠어." 체념한 듯한 목소리들이었다.


하지만 엘리야는 달랐다. 그의 마음속에는 의문이 자리 잡았다. 이런 재앙이 우연일 리 없다고, 반드시 원인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2장: 진실을 향한 첫걸음

마을 도서관은 기적적으로 폭우를 견뎌냈다. 엘리야는 매일같이 도서관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그는 기후 변화, 지구 온난화, 환경 재앙에 관한 모든 자료를 찾아 읽었다."여기 봐." 도서관 사서인 김 선생은 오래된 기후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지난 50년간 우리 지역의 평균 기온이 2도나 올랐어. 그리고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빈도도 늘었지."


엘리야는 밤 늦게까지 자료를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재난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인도네시아의 팜유 농장 확장, 아프리카의 사막화..."이게 다 연결되어 있어..." 엘리야는 깨달었다.


"우리가 겪은 재난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야. 인간의 욕심이 만든 결과라고."


엘리야의 연구는 점점 더 깊어 졌다. 그는 전 세계의 환경 단체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교환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가 전 세계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야." 엘리야는 중얼거렸다.

"이곳이 사라지면, 우리 모두가 위험해."그는 결심했다.


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세상에 알려야 했다. 아마존의 파괴와 자신의 고향에서 일어난 재난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증거를 찾아야 했다.


"브라질로 가야 해." 엘리야는 김 선생에게 말했다.

"그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고 있어요."


김 선생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엘리야의 결심을 막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환경 보호 단체 '그린 프론티어'의 연락처를 엘리야에게 건넸다.


"조심해." 김 선생은 엘리야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찾는 진실이 위험할 수도 있어."엘리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결의가 가득했다. 이제 그의 여정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벌목을 통해 목초지로 변하는 아마존숲

3장: 브라질로의 여정
엘리야는 비행기에서 내려 아마존의 땅을 밟는 순간, 숨이 막힐 듯한 현실과 마주했다. 울창했던 열대우림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끝없이 펼쳐진 갈색 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게 정말 아마존인가요?" 엘리야는 현지 가이드 디아나에게 물었다.디아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맞습니다. 매년 축구장 크기의 숲이 사라지고 있어요. 하루에 한 개씩 말이죠."그들은 벌목 현장으로 향했다.

거대한 기계들이 수백 년 된 나무들을 마치 이쑤시개처럼 쓰러뜨리고 있었다. 나무가 쓰러질 때마다 엘리야의 가슴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벌목 후에는 어떻게 되나요?" 엘리야가 물었다."불을 지르죠." 디아나가 설명했다.

"그리고 나면 목초지가 됩니다."그들은 새로 만들어진 목초지로 이동했다.


수천 마리의 소들이 한때 울창했던 숲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소들은 무심히 풀을 뜯고 있었지만, 엘리야의 눈에는 그 모습이 너무나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디아나가 말을 이었다. "소들의 먹이가 부족해지면, 또 다시 숲을 개간하죠. 끝없는 악순환입니다."엘리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평선 너머로 아직 남아있는 숲이 보였지만, 그 경계에는 이미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다투듯 숲이 사라지고 있었다.


"매일, 매 순간 축구장 크기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요?" 엘리야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디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5초마다 축구장 크기의 숲이 사라지고 있어요. 밤낮없이 말이죠."엘리야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공기 중에는 타는 나무의 그을음 냄새가 가득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이 파괴의 현장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그의 고향에서 일어난 재난과, 이곳에서 벌어지는 환경 파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줄 증거를 찾아야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엘리야가 물었다.디아나의 눈에 결의가 빛났다.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죠. 이 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 그것이 변화의 시작입니다."엘리야는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그는 이 파괴의 현장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었다. 쓰러져가는 나무들, 불타는 숲,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한 수천 마리의 소들. 이 모든 것이 지구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는 이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4장: 현장의 목소리

엘리야는 현지 농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호세라는 노인은 40년간 이곳에서 살아온 원주민이었다.


"처음엔 우리도 믿었소." 호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M사가 약속했지. 일자리도 주고, 마을도 발전시켜주겠다고. 하지만 보시다시피..."


호세의 집 주변은 황폐화되어 있었다. 한때 비옥했던 토양은 이제 메마르고 단단해져 아무것도 자랄 수 없었다.


"소들은 계속 새로운 목초지가 필요하고, 그래서 더 많은 숲을 없애야 하죠." 호세가 설명했다. "악순환입니다."


엘리야는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증거가 필요했다. 그의 고향에서 일어난 재난과, 이곳에서 벌어지는 환경 파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줄 증거가.


5장: 기업의 민낯

M사 본사, 서울. 최고경영자 회의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홍보팀장이 보고했다. "SNS에서 엘리야의 영상이 확산되고 있어요. 언론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냥 한 젊은이의 감정적인 캠페인 아닙니까?" 한 임원이 말했다. "우리는 합법적인 사업을 하고 있어요."


대표이사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세상은 변하고 있소. 환경이니, 지속가능성이니... 하지만 우리가 이대로 물러설 순 없어. 전 세계가 우리 고기를 원하고 있단 말이오."


"법적 대응을 시작하겠습니다." 법무팀장이 나섰다. "그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요. 우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죠."


6장: 법정에서의 진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정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귀하의 주장은 순전히 추측에 기반한 것 아닙니까?" M사 측 변호사가 날카롭게 물었다.


엘리야는 천천히 대답했다. "제가 가져온 것은 추측이 아닌 증거입니다." 그는 프로젝터로 자료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것은 NASA의 위성 사진입니다. 지난 10년간 아마존이 얼마나 파괴되었는지 보여주죠."


재판은 몇 달간 이어졌다.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M사는 거대한 법률팀을 동원했고, 엘리야의 편에는 환경 단체들과 과학자들이 섰다.


7장: 변화의 시작
 재판의 결과는 M사의 승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엘리야의 이야기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비가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우리가 쓰는 물건,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엘리야는 UN 기후변화 총회에서 연설했다.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이대로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지."

엘리야의 메시지는 강력한 반향을 일으켰다. 전 세계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SaveTheAmazon, #ClimateCrisis 같은 해시태그가 트렌드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소고기 소비를 줄이는 'Meatless Monday' 캠페인에 동참했다. 브라질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아마존은 우리의 미래다!", "숲을 지키자!"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정부는 이러한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아마존 보호를 위한 새로운 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사람들은 엘리야처럼 자신도 언제든 부모나 자식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이러한 공포는 역설적으로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UN은 이러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 발맞춰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10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 플라스틱 사용 감축, 숲 보호 구역 확대 등 다양한 환경 보호 정책이 포함되었다. 기업들도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M사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들이 환경 친화적인 경영 방침을 선언하고,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엘리야는 이 모든 변화를 지켜보며 미소 지었다. 그의 작은 행동이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긴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을.

 

에필로그: 새로운 시작

5년 후, 전 세계는 UN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 대응에 큰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2023년, 네덜란드 헤이그 고등법원에서 로열더치셸에 대한 탄소 배출 감축 명령이 뒤집히는 사건이 있었다. 이는 기후 운동가들에게 큰 좌절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되었다. 이 판결 이후, 전 세계의 환경 단체들과 시민들은 더욱 강력하게 결집했다. 그들은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 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한 소송과 청원을 이어갔다. 비록 많은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은 서서히 변화를 만들어냈다.


각국 정부는 기업의 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더욱 강화하여 기업들의 탄소 배출에 실질적인 비용을 부과했다.


미국에서는 '청정 에너지 전환 법안'이 통과되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했다. 기업들도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탄소 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투자자들 역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게 되어, 기업들의 환경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UN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글로벌 기후 책임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독려했다. 또한, 탄소 배출 감축에 성공한 기업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했다.


엘리야의 고향 마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새로 지어진 집들 사이로 태양광 패널이 빛나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기후 변화에 대비한 시스템을 갖추었다. 한때 황폐화되었던 들판에는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엘리야는 어머니의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보고 계신 가요? 우리가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하늘은 여전히 맑았고, 때때로 폭우도 내렸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알고 있다. 자연은 우리의 선택에 반응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끝]

작가의 이전글 체중을 위해 식사 후 걷뛰를 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