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니는 여의도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의 하루는 아침 8시 30분 여의도역에서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그는 여의도공원 둘레를 뛰거나 걷는 사람들을 보았다. '저렇게 아침부터 운동하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걸까?' 그는 항상 의아해했다.
32살의 후니는 최근 들어 체중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신경 쓰였다. 결혼 전보다 7kg가 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그의 옷장에 있는 바지들이 하나둘씩 입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특히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즐기는 맛있는 식사 후에는 늘 졸음이 쏟아졌고, 오후 업무 효율도 현저히 떨어졌다.
어느 날, 팀 회의에서 만난 새로운 팀원 민수 과장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2년 전만 해도 꽤 통통했다던 민수 과장은 지금 매우 건강해 보이는 체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결이 뭐예요?" 후니가 물었다.
민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별거 없어요. 그냥 매일 점심 먹고 바로 걷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같이 걷는 동료들이 늘어나더라고요."
민수는 최근 의학 저널에서 읽은 연구 결과도 공유했다. 2011년 국제 일반의학 저널의 연구에 따르면, 식사 직후 30분 걷기를 한 사람들은 한 달 만에 3kg가량 체중이 감량되었다고 했다. 반면 식사 1시간 후에 걸은 사람들은 1.5kg 정도만 감량되었다는 것이다.
"혈당이 식사 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가장 높아진대요. 그래서 식사 직후에 걷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더라고요."
후니는 그날 저녁 집에 가서 더 자세히 찾아보았다. 2020년 유럽 생리학 저널의 연구에서는 48명의 참가자들을 분석한 결과, 식사 직후의 가벼운 운동이 혈당 조절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구나 2023년의 연구에서는 여러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20분 정도의 걷기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음 날부터 후니는 점심시간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11시 30분, 여느 때처럼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이번에는 민수의 제안으로 여의도공원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공원은 이미 수많은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정장 차림의 남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걷고 있었고, 운동화로 갈아신은 사람들은 가벼운 조깅을 하고 있었다. 후니는 이제야 왜 여의도 직장인들 중에 비만인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다들 이렇게 시작해요." 민수가 말했다. "식사 후 10분만 걸어도 좋아요. 점점 늘려가면 되죠."
한 달이 지났다. 후니는 매일 점심 식사 후 30분 걷기를 습관화했다. 놀랍게도 체중계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것은 오후 졸음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교 의과대학의 김단승 박사의 설명처럼, 그의 근육은 걷기 운동을 통해 식사 후의 포도당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제는 후니도 아침 일찍 여의도공원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단순히 운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건강하고 활기찬 하루를 위해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3개월이 지난 후, 후니는 결혼 전의 체중을 거의 회복했다. 이제 그의 옷장에 있는 모든 바지를 다시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점심 식사 후의 걷기 모임은 회사 생활의 즐거운 낙이 되었다. 동료들과 걸으며 나누는 대화는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요즘 후니 씨 달라 보여요. 비결이 뭐예요?"
이제는 후니가 다른 동료들에게 이렇게 물음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별거 없어요. 그냥 매일 점심 먹고 걸어요. 우리 함께 걸을래요?"
여의도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어도 공원의 산책로에는 늘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비가 오고, 때로는 눈이 내려도 식사 후의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다. 건강한 습관이란 그렇게 하나씩, 한 걸음씩 만들어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