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함의 함정과 혁신의 필요성
조직 내에서 안이함이 습관화되면 변화의 기회가 사라지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위험이 커집니다. 하루하루를 무던히 보내는 것이 편할지 모르지만, 전체 조직이 변화에 둔감해지면 회사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하거나 새로운 환경을 회피하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0년대 초반, 두 회사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세계적인 사진 필름 제조업체 코닥(Kodak), 다른 하나는 스웨덴의 작은 가구 회사 IKEA였습니다. 두 회사는 각자의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앞으로 마주하게 될 운명은 매우 달랐습니다.
코닥은 1888년 설립 이후 사진 산업을 주도해왔습니다. "당신은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하겠습니다"라는 유명한 슬로건으로 대중에게 사진의 즐거움을 선사했죠.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
반면 IKEA는 1943년 설립된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일상"이라는 비전 아래,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가구를 제공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IKEA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두 회사의 운명이 갈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조직 내 습관화'에 대한 대처 방식의 차이였습니다.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혁신적인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실패했죠. 당시 코닥의 임원들은 "누가 스크린으로 사진을 보려고 하겠어?"라며 디지털 카메라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습니다.
코닥의 실패는 '습관화'에 빠진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필름 카메라 시장을 독점해온 코닥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필름 사업에 안주하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했죠.
이는 행동경제학자 캐스 선스타인과 인지신경과학자 탈리 샤롯이 말한 '습관화(habituation)' 현상과 일맥상통합니다. "어떤 좋은 것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한다"는 그들의 말처럼, 코닥은 자신들의 성공에 취해 변화의 필요성을 간과했습니다.
결국 2012년, 131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코닥은 파산 보호 신청을 하게 됩니다. 한때 세계 최고의 기업이었던 코닥의 몰락은 조직 내 습관화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IKEA는 코닥과는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IKEA는 '탈습관화(dishabituation)'를 통해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했죠.
IKEA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가장 무서운 적은 우리 자신의 관료주의"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조직이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IKEA는 1967년 스웨덴의 교통 체계 변경 사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스웨덴이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전환했을 때, 예상과 달리 교통사고가 줄어들었죠. 이는 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오히려 안전을 높인 결과였습니다.
이를 교훈 삼아 IKEA는 조직 내에 '통제된 혼란'을 만들어냈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업무 위치를 주기적으로 바꾸거나, 새로운 프로젝트 팀을 구성할 때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을 섞어 배치했죠. 이는 직원들이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IKEA는 '실수를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입니다. 이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새로운 높이뛰기 기술(직선으로 뛰지 않고, J자 모양의 경로를 따라 달려간 다음 배를 하늘로 향하는 자세로 뛰어오르는 방법)을 선보인 딕 포스베리의 사례와 유사합니다. 포스베리는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뛰는 방식이 터무니없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사람은 포스베리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IKEA는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자, IKEA는 발 빠르게 e-커머스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또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이 가상으로 가구를 배치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죠.
코닥과 IKEA의 사례는 조직 내 습관화의 위험성과 탈습관화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습관화된 조직은 변화에 둔감해집니다.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며,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생깁니다. 이는 마치 40~50대에 겪는 '행복감 권태증'과 비슷합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 있더라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반면 탈습관화를 추구하는 조직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습니다. 이는 뇌가 생존을 위해 새로운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탈습관화된 조직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습니다.
선스타인과 샤롯은 "사람들이 당연히 시도해야 할 변화를 충분히 시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조직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조직들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조직은 어떻게 탈습관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다음은 IKEA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몇 가지 전략입니다.
지속적인 학습 문화 조성: IKEA는 직원들에게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각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험 장려: IKEA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게 합니다.
다양성 추구: IKEA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고용하고,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듭니다.
외부 환경 모니터링: IKEA는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를 지속적으로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변화의 필요성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의 역할: IKEA의 리더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이는 조직 전체가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게 합니다.
코닥과 IKEA의 이야기는 조직 내 습관화의 위험성과 탈습관화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코닥은 자신들의 성공에 안주하다 시장의 변화를 놓쳤고, IKEA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조직의 습관화는 곧 퇴보를 의미합니다. 반면 탈습관화를 추구하는 조직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변화는 불편할 수 있지만, 정체는 더 큰 위기를 초래합니다.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탈습관화 노력이 필요합니다. 코닥의 실패와 IKEA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이, 변화는 곧 생존의 핵심이며 미래 성공의 열쇠입니다.
우리는 항상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가 늘 해오던 방식이 정말 최선의 방법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