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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Jul 24. 2023

점심 시간에 시금치 먹으라고 이야기 해도 되나?

아동학대 신고가 만연한 초등학교 급식시간에?

교사하면서 크게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학생들이 급식을 너무나 많이 남기는 것이다. 정말 남겨도 너무 많이 남긴다. 특히, 고기 말고 나물과 같은 맛없는 반찬들은 학생들이 식판에 받아가지도 않는다. 점심시간 끝나고 국통에다가 잔반 처리할 때 보면 정말 먹지도 않은 귀한 음식들이 음식물 쓰레기로 변한다. 이 귀한 음식을 못 먹어서 굶어 죽어가는 불쌍한 아이들이 생각나고, , 조리종사원 분들의 노력이 헛되어지고, 그대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마음이 아프다. 


그래! 나는 교사이니 아이들에게 급식 지도를 해야지! 나는 불타는 사명감에 아이들에게 맛없는 반찬을 강제로 권한다. 

"얘들아! 시금치 먹어보렴. 아까우니 버리지 말고 받은 것은 꼭 먹자!"

"얘들아! 토마토 먹어보자. 먹어보면 맛있단다."

급식 당번 아이들에게(급식실이 없어 교식 급식하고 6학년 담임입니다.) 아이들이 싫다고 해도 꼭 배식하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

"선생님! 저 시금치 못 먹어요. 먹으면 토해요!"

"선생님! 저 토마토 알레르기 있는데요?"


이렇게 이야기 하면 교사는 물러날 수 밖에 없다. 강제로 먹였다가 토하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면? 나는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수 있다. 학생들이 싫다는데 억지로 먹였다가 학생이 집에가서 이야기하고, 학부모가 민원 전화를 넣거나 실제로 아동학대로 신고한다면 어떻하지? 이렇게 '아동학대', 즉 '아동기분상해죄'는 교사들의 올바른 교육을 막는다. 

이것이 올바른 교육 현장의 모습인가? 아이가 먹고 싶어하는 것만 먹고, 먹기 싫어하는 것은 먹지 않는 것이 올바른 교육인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몸에 좋지만 맛이 없는 반찬을 먹으라고 권유하고, 안 먹으면 강제로라도 먹어보게 하는것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실제로 처음에는 거부감 느끼다가 나의 권유에 먹고나서 맛있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몸에 좋은건 쓰다. 채소가 쓰지만 몸에 좋고, 초콜렛은 달지만 몸에 좋지 않다. 어떤 부모가 아이 좋아한다고 초콜렛만 주는가? 그런 부모가 있으면 이것이야말로 '방임' 아닌가?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성장하려면 참을줄 알아야 하고, 싫은 것도 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르게 자란다. 그리고 그게 교육이다. 급식 시간에도 맛 없는 것도 먹을 줄 알아야 하고, 그걸 참고 견뎌봐야 한다. 요즘은 가정에서 '결핍 없이 키우는 것'이 문제다. 요즘 아이들은 결핍이 결핍되어 있다. 

교사가 급식 지도를 하는 것은 아동학대가 아니며 정당한 교것이다. 물론, 알러지 반응과 같이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것은 학기 초에 확인하고 별도로 지도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 아래 있어야 되는것 아닌가? 


교육이 바로 서려면 교사가 학생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 했을 때, 아동의 인권과 대치되는 부분에서 교사의 편을 들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지도를 포기하고 교육은 무너질 것이다.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져 있지만 말이다. 


나는 7월에 우리 반 아이들에게 반찬을 남기지 말라고 권유하며, 아이들에게 반찬통을 들고 다니며 강제로 반찬을 나눠주었다. 한 학기동안 어느정도 라포르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마음 한 켠에서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괜찮을까? 열정은 민원을 불러일으킨다는데 그냥 눈 딱 감고 가만히 있을까?' 정말 착잡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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