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계신 울엄마 보고 오는 길.
길가 노랗게 만개한 개나리,
저 멀리 흰빛으로 수줍게 봉우리 진 목련을 보니 울컥 눈물이 났다.
엄마는 요즘 꿈을 많이 꾸신단다.
아들들보다 딸인 나와의 일들이 생각 많이 나신다는데...
실제 내가 기억하는 내 유년의 시간을 엄마는 꿈으로 한번 더 만나시나보다.
두살 터울 동생이 아파 병원에 업고 가야하는데 5살도 안된 나까지 데려가기 버거우셨다고 했다.
그래서 라면땅 하나 손에 쥐어주며 방에서 혼자 놀고 있으라고 하며, 바깥에서 자물쇠로 문을 잠그고 가셨는데 돌아와 보니 방문 앞에서 눈물을 하도 닦아 눈주위가 빨개진 얼굴로 엄마를 보더니 그제서야 뚝뚝 울음을 터트리더란다.
어린 나였지만 말을 똑 부러지게 잘했다고 하시며
"그때 은주 니가 나보고 뭐랬는줄 아나?"
라는 엄마의 물음에 나는
"엄마 보고 싶어서 쥐구멍 보고 울었다."
라며 내가 먼저 대답했다.
그때 아마 부엌 구석진 곳에 쥐가 들락날락대는 쥐구멍이 있었나보다. 엄마가 주고 간 라면땅도 다먹었고 부엌을 통해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잠겨 있는 걸 알고, 어렸던 나는 빛이 들어오는 작은 구멍을 보고 두려움에 울었나보다.
엄마는 꿈 이야기로 그때의 일을 끄집어 내셨지만 난 이 이야기를 중학교때 부터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엄마, 나 이 얘기 엄마가 예전에 얘기 해줘서 알고 있다."
"아 그랬나. 근데 어제 나는 꿈으로 또 그 일을 꿨다아이가. 세상에 어린 니를 놔두고 갔으니 니가 얼매나 놀랬겠노. 불이라도 났으면 우쨌을까 싶더라. 그때부터 니 혼자 안두고 꼭 데리고 다녔다. 니도 기억하고 있었구나."
치매 걸린 울엄마는 자꾸 옛날 얘기를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얘기하신다. 오늘 있었던 좀전의 일도 깜박하시거나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이...
여느 날처럼 오늘도 손자들 사진 보여주며 이름 말해보기, 내 여행 사진 보여주며 이야기해주기로 엄마와의 시간을 마무리하며 돌아나오는 길.
얼마전부터 엘레베이터까지 꼭 배웅해주는 울 엄마를 꼬옥 안아드리며
"만자씨! 잘 있어. 또 올게요."
뒤돌아가는 엄마에게 나는
다시 "엄마!"라고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이 좋은 봄 날, 슬픔이라니...
2024년 4월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