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태인 Jan 14. 2024

영끌과 출산이란 엇갈린 타이밍

#내집을찾고있습니다 #ep15

이전화 참고→ep.14 아파트 6070 팔고 3040 산다? feat. 저출산

사진: Unsplash의freestocks

어제 집을 사려고 했습니다. 살고 싶던 아파트 매물이 다른 호가들보다 약 1억원 정도 싸게 나왔고, 집도 마음에 들어 매수하려 했습니다. 빚은 얼마나 내야하고 한도는 얼마나 되는지, 매달 얼마나 갚아야 하는지,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은 얼마인지 다시 따져봤고, 정말 송구했지만 부모님에게 차용 가능 여부도 물어봤습니다. 급하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갚는다는 전제로 여쭤봤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렸고, 걸으며 고민하니 5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영끌은 아닐지라도 살아오며 쌓아온 대부분의 재산을 한방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 부동산입니다. 그러나 좋은 매물을 만나면 결정은 하루~이틀에 끝내야 합니다. 다른 매수자가 바로 채가는 게 현실입니다.


'잡아야 한다'는 확신이 90%정도 섰는데 결국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 아내가 출산을 앞뒀는데, 영끌이 너무 큰 스트레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는 육아휴직 중입니다. 오롯이 소득과 부모수당을 더해 1년을 버텨야 했는데 힘들 것 같았습니다. 영끌을 하고 남은 월급과 부모 수당을 더하면 한달 생활비가 250~300정도 되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만, 막상 따져보니 큰 돈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와 저의 퇴직연금 및 보험, 부모님 용돈, 관리비, 청약통장 필수 지출을 빼면 많아야 150 정도가 남는데 그걸로 세 가족이 한 달을 사는 건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비상상황이 터질 때 대책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백일이나 돌잔치는 고사하고, 부모님 식사 한끼 사드리기 어려울 것 같더군요. 아내와 돈 문제로 싸울 것 같아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매물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아내의 복직 시점이 다가오는 하반기를 노려보기로 했습니다. 좋은 매물을 놓치는 두려움, 좋은 매물을 찾아준 부동산 사장님에 대한 죄송함은 견뎌내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신생아 특례론까지 도입하며 출산을 한 부부에게 집을 사라고 권유하지만(저는 특례론 대상도 아닙니다) 막상 사려고 하니 '1년간 외벌이'라는 압박이 컸습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전세를 월세로 바꿨고, 열심히 임장을 다니며 좋은 매물도 찾았지만, 또다른 큰 산이 존재한다는 것을 마주하고 깨달았습니다. 첫 아이를 위해 해주고 싶은 것이 많다는 아내의 의견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린이집 3곳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3곳 모두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해서 통상은 한 지역의 세곳을 몰아 넣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아직 내 집이 어디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부분도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내는 "어쩔 수 없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옮기는 고생을 하더라도 집 사는 건 조금만 기다리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또 아이에게 한번 더 미안했습니다. 좋은 매물이 다시 찾아와주길 바랍니다. 그 때는 놓치지 않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