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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Apr 22. 2022

누가 날 일으켜줬으면

괜찮다고 말하며 손을 내밀어줬으면

다 괜찮다고 이제는 다 이겨냈다고 말했지만

왜 아무것도 괜찮아지지 않은 것만 같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아무렇지 않지가 않은 것만 같지?


너와 헤어진 이후로 모든 게 엉망이 됐다.

모든 것이, 모든 생활이, 모든 관계가, 전부 다.

너에 대한 생각은 잊어버린 지 오래지만

왜 네가 떠난 이후로 나는

네가 떠나던 그 순간에 아직도 멈춰있는 것만 같지.

다시 일어서겠다 말했지만

어떻게 일어서야 할지 모르겠어 사실.

네가 없을 때의 나는 어떻게 살아왔었는지도.

잠깐만 무너져 내리고서

다시 세상으로 나오겠다 했지만

병신처럼 가만히 서서 헤집고 나오지도 못해.

기어 나오지도 못하고 있어.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재기할 수는 있을까.

난 너만 지워내면 될 줄 알았는데

사실 그냥 세상 모든 것이 다 무서운 거였나 봐.

너뿐만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을 다 이겨냈어야 했어.

나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들, 평가들,

그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넘겨야만 하는 그 숨 막히는 상황들,

지겹디 지겨운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는 벌레들, 그럼에도 믿고 싶어 질지도 모를 쓰레기들,

기어이 믿게 만들고서는 나를 저 멀리 내던지고서 도망가고야 말 거지 같은 새끼들.


그냥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에 맞설 용기가

아직은 부족한가 봐. 난 아직도 숨어있고만 싶어.

아주 빠르게도, 아주 느리게도 아닌

정말 적절한 어느 때에

누가 날 꺼내 줬으면 좋겠다.

누가 날 이 암흑 속에서 꺼내 줬으면.

내 이름을 불러줬으면. 나를 안아줬으면 좋겠다. 이제 그만 나와도 된다고.

이제 그만 두려워하고 밖을 둘러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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