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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Aug 24. 2021

2020년 11월. <플리백>의 클레어

#월간안전가옥 #올해의클레어

*회사에서 한 달에 한 번, 한 달을 돌아보는 글을 써서 공개했었다. 여기에 다시 포스팅하면서 눈에 거슬리는 표현들은 조금 수정했다.



11월 월간 안전가옥 주제를 ‘올해의 ㅇㅇㅇ'으로 정하고 나서, 우선 올 한 해 본 콘텐츠를 다 정리해보려고 했습니다. 저는 매년 12월 말이 되면 그 해 본 영화, 드라마, 책들을 모아서 제 나름의 상(?)을 주는 리스트를 만들어 왔거든요. 그리고 친구들과 그 리스트를 비교해보고 올해 빠뜨린 좋은 작품들을 더해 적어 왔습니다. 안전가옥에도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리스트를 만드는 멤버들이 있어서, 리스트는 매해 점점 더 풍성하게 만들어왔죠.


그런데 올해는 도저히 이 콘텐츠 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 거에요. 넷플릭스 <래치드>도 재밌게 봤고, <부부의 세계>도 열심히 봤고, <보건교사 안은영>도 너무 좋았는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또 어떻고요, 아 <조조 래빗>도 올해 본 영화인데요. 그리고 저 <스타트업>이랑 <퀸스 갬빗>도 시작했거든요. 그래도 이 콘텐츠에 대해 말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역시 갓경규의 연예대상 꿀팁 1번, 9월 10월 11월에 바-짝 일해야 한다는 말이 맞더라고요. 전 이 드라마를 11월에 봤거든요. 바로 <플리백 fleabag>입니다.


https://youtu.be/JAD9hyXAkB0


<플리백>은 그 이름과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보려면 아마존 프라임을 구독해야 볼 수 있으니까, 저에겐 넷플릭스와 왓챠의 내찜콘들에게 항상 우선순위가 밀려나는 콘텐츠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지난 11월 말에 mbc드라마넷 채널에서 전 에피소드를 연이어 방송하는 날이 있다기에, 알람을 맞춰 놓고 밤샘을 함께 할 커피와 간식을 준비해 TV 앞에 앉았습니다.


<플리백>은 주인공의 방백이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더라고요. 그래서 시즌1 초반에는 <미란다>가 생각났다가, <하우스 오브 카드>도 생각났다가, 주연이자 크리에이터인 피비 월러브리지가 각본가로 참여한 <킬링 이브>도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 에피소드를 향해서 앞의 다섯 개 에피소드들이 아주 정교하게 조율된 정보와 감정을 쌓아 나가는 느낌이 비슷하게 느껴졌거든요.


그 외에도 <플리백>은 칭찬하고 사랑할 거리가 넘쳐납니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의 언니인 ‘클레어’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요. 클레어는 장녀입니다. 클레어는 차분하고, 아주 ‘uptight'한 사람입니다. 쉽게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입을 일자로 꾹 다물고 있습니다. 일행에게 ‘소스가 드럽게 맛없어요’라고 말하다가도 갑자기 나타난 서버의 ‘음식 괜찮으세요?’하는 질문에 ‘최고에요^^! 고마워요^^!’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선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어요. 필연적으로(?) 클레어는 모두에게 책임감을 갖고 있고, 가족 안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래서 사고뭉치에, 안정되지 않은, 농담과 장난으로 무장한 ‘나'를 보는 심경은 복잡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긴장을 푸는 유일한 순간은 ‘나’와 함께 있을 때이기도 해요.


어떤 리뷰에서는 클레어를 이렇게 묘사했더라고요. ‘그녀는 이를 부득 갈면서, 커 보이는 일들은 쉽게 넘기고, 작아 보이는 일에 대해서는 멍청한 짓을 한다. 그녀는 깊이 사랑하고, 정교하게 상처받는다.’ 클레어에 대해서 쓰라고 하면 진짜 더 길게 더 신나게 쓸 수 있어요. 그런데 여기까지만 쓰려고요. 이 사랑을 구구절절하게 쓰기 보다는, 맥락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안에서 계속 그냥 곱씹고 싶거든요.


<플리백> 시즌2의 첫 대사는 “This is a love story.” 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앤드류 스캇이 연기한 신부님의 스피치는 “Love is awful.”로 시작합니다. <플리백>이 누구의, 어떤 사랑 이야기인지 꼭 다들 보시고,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의 클레어를 기억해주세요. 올해의 클레어 상을 받은 클레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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