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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Aug 09. 2021

10년 만에 다시 학생이 되어 개강을 12시간 앞두고

그것도 스톡홀름에서

오늘 내내 떡볶이를 먹었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서울의 오후에 열리는 모임을 줌으로 참여하고, 끝나고는 시내의 아시안 마켓에 가서 떡볶이 떡과 피쉬 볼을 사서 집에 돌아와 떡볶이를 만들었다. 공복에 만드는 바람에 프라이팬 하나를 꽉 채우게 만들어버렸고.. 점심부터 저녁 내내 떡볶이를 먹고 있다.


제발 대파 맛이 잘 나길 빌며 마트에서 산 것. salladslök. 저렇게 묶인 한 단이 16.95크로나, 한국 돈으로 2,300원 쯤?


여기 오기 전에 1년 좀 안 되게 자취를 했지만, 떡볶이를 직접 만들어 먹은 적은 거의 없다. 3대 떡볶이로 가끔 언급되는 전국구 떡볶이 집이 근처에 있었고, 안 되면 배달해서 몇 번에 나눠 먹어도 되고. 떡볶이는 나의 소울푸드인데 굳이 내가 만든 것을 먹는 도전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 그러니 떡볶이를 만들어 먹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심히 마음이 불안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맛이 없어도.. 떡볶이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니까.


도착하고 가장 날이 좋았던 엊그제의 Kungsträdgården. 요즘 스톡홀름엔 2층 관광버스도 다니고 깃발 든 단체 관광객도 다닌다. (아무도 마스크는 안 쓴다..)


아무튼 이제, 개강이 12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이 글을 마무리할 때 쯤이면 11시간 남았을거고, 여기서 학교까지 40분, 나가기 전에 준비하는 시간, 잘 시간을 생각하면 여유가 많지는 않다.


이제 별로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괜히 미리 보내 준 Student Handbook 이랄지, 별로 안 읽어도 되는 글들을 열심히 읽고, 오기 전에 읽으라고 했는데 읽지 않은 pre-course 도서들을 괜히 다시 목록만 훑어본다. 불안하다. 불안하고 무섭고.


어떤 생각 때문에 이런 마음이 드는지 궁금해서 적어봤다. 

 1. 엊그제 International 학생 모임에서 느낀 언어와 텐션의 장벽을 얼마나 더 겪어야 할까

 2. 학교에 온 건 좋은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서울에서 이직이나 똑바로 해야 했을까 

 3. 같이 다닐 애들은 좋을까

 4. 이 프로그램은 재미있을까 다닐 가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 돈과 시간 값을 하는가?)

 5. 나는 충분히 배우고 즐길 준비가 된 걸까

 6. 그래도 마스크를 껴야겠지

기타 등등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도 같이 생각해봤다.

 1. 엊그제 International 학생 모임에서 느낀 언어와 텐션의 장벽을 얼마나 더 겪어야 할까

   = 어느 정도는 시간과 일이 해결해 준다. 그러나 끝까지 해결 안 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도리가 없을 것 같다. (Life is unfair와 연결된 문제일 것 같다.)

 2. 학교에 온 건 좋은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서울에서 이직이나 똑바로 해야 했을까 

   = 영원히 알 수 없다. 그러니 내가 답을 내리면 됨.

 3. 같이 다닐 애들은 좋을까

   = 알 수 없고 컨트롤도 할 수 없다 

 4. 이 프로그램은 재미있을까 다닐 가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 재미는 다녀보면 알 수 있겠는데 다닐 가치는 영원히 알 수 없다

 4.1. 돈과 시간 값을 하는가?

   = 영원히 알 수 없다. 그러니 내가 답을 내리면 됨.222

 5. 나는 충분히 배우고 즐길 준비가 된 걸까

   = 준비가 안 됐어도 이젠 도리가 없다. 그러니 된 척 하자.

 6. 그래도 마스크를 껴야겠지

   = 백신 접종 예약이 다음주니까..


....

불안한 마음이 들면 빨리 떨치기 위해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 그 마음을 잊으면서 살아왔다. 남은 2021년, 이 곳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일상에서는 불안하면 불안한 마음을 느끼면서, 하지만 불안한 마음 뒤에 가려지는 원래 내가 가진 힘을 믿으면서, 그리고 잘 적어두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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