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즈 노트에 제 마음을 담아요
이번 글은 구어체로 써보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릴리즈 노트가 편지는 아니지만, 저는 편지라고 생각하고 적고 있어서 그런지, 구어체가 편하네요.
정치 스타트업에 입사하고 온보딩 기간부터 지금까지 릴리즈 노트를 쓰고 있습니다. (QA가요!) 오, 다른 회사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이전 회사는 (기획자 겸) 디자이너가 작성하긴 했는데 말이죠.
짤과 다르게, 자발적으로 시작했고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열정적입니다!
릴리즈 노트란 다음과 같습니다.
소프트웨어의 기능, 서비스, 사용 환경 또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 (정보처리기사)
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가 출시 또는 업데이트될 때마다 해당 상품의 배포와 함께 변경 사항, 기능 추가/삭제, 버그 개선 등 변경 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문서 (카카오 tech& 발췌)
위에 2개가 잘 정리되어 있지만, 제가 이해한 릴리즈 노트는 우리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와 잠재 사용자에게 보내는 짧은 문서입니다. 몇 장에 걸친 문서이거나 웹사이트일 수 있지만, 짧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구글스토어나 앱스토어에 올라가는 릴리즈 노트로 한정 지어서 생각했으므로 짧다라고 표현해봤습니다.
그걸 왜 QA가 쓰려고 했냐구요?
제가 하고 싶어서요. 사실 제가 써도 될 것 같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잘 쓰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회사를 처음 입사했을 때 당시의 릴리즈 노트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 버그 수정
정도의 내용이었습니다. 릴리즈 노트 작성에 들이는 공수가 있기도 하고, 조건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짧고 단순한 한 줄로 끝낸 것 같았어요.
맞습니다. 수고도 들고 잘해야 하는 부분도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릴리즈 노트는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무료 창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유일한) QA이다 보니, 앱 런칭 전에 런칭될 모든 기능을 한 번 이상 확인하고, 프로젝트 기획서도 많이 읽고 있으니, 제가 써도 되겠다 싶었어요.
릴리즈 노트 작성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1. 반복형
주로 '버그 및 앱 사용성 개선'이라는 고정 문구를 반복해서 쓰는 경우입니다.
당근마켓 경우, 귀엽게 '당근이가'를 덧붙여져 있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이 개선되었는지는 바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2. 편지형 (배민)
유저에게 말을 거는 유형입니다. 날씨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릴리즈 노트를 작성한 화자의 개인 이야기를 꺼내기도 해요. 배달의 민족같은 경우, 앱 성격에 맞춰 날씨 이야기와 음식 추천을 해주고 있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유형입니다. 딱딱해야 할 것만 같고, 어려울 것만 같은, 그래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훅! 들어오니 임팩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3. 서술형 (쿠키런)
한 달에 한 번 신규 캐릭터를 런칭하는 중인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는 아주 자세하게 씁니다.
신규 맵, 캐릭터, 이벤트 등을 풀어서 씁니다.
4. 웃음형(유튜브)
릴리즈 노트라는 용어를 몰라도, 유튜브의 '반차'짤은 아실 텐데요! 아주 간결하지만 재밌는 요소를 놓치지 않았습니당. 카페인 과다 충전도 하고 우주 경계 탐사도 하고 시공간 연속체 수정도 하는군요...
저는 어떻게 썼냐면요.
1. 지라나 깃허브, 구글 챗 등으로 버그 픽스 확인
2. 노션 등에 페이지에 이번 버전에 나가는 기능과 버그 픽스 정리
3. 노션 페이지 내용을 바탕으로 규칙에 맞춰 릴리즈 노트 초안 작성
4. 콘텐츠 팀 매니저에게 최종 검수
5. 엔지니어에게 전달하여 심사에 추가
이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QA 하면서 기능을 자연스레 익히게 되니, 확인하고 적고, 규칙에 맞춰 순서를 나열하곤.. 했습니다.
작성 시 참고할 만한 규칙이 명확하거나 모두가 동의한 형태는 아니었지만, 나름의 통일성을 위해 세워둔 규칙은 이러했습니다.
1. 사용자 입장에서 글쓰기
쉬운 용어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메인 타임라인에서', '랜딩 페이지 주소 오류' 등처럼 일반 유저가 바로 알기 어려운 건 무조건 쉽게 풀어쓰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 더 기능에 대한 추가 설명도 덧붙여 설명하게 됐죠.
2.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기능을 가장 먼저 쓰기
내비게이션 탭 중 '홈' 아이콘이 원래 가운데였는데 맨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메인'이라고 바뀌는 프로젝트는 사실 디자인이나 개발 측면에서 큰 리소스가 들어가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큰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늘 사용하던 기능/디자인의 변화가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프로젝트 규모와 상관없이 사용자가 느끼기에 큰 변화를 우선 적고, 그다음 피드백에 자주 리포팅되었던 버그나 크리티컬한 버그들을 적었습니다.
3. 친근한 문구나 이벤트 언급하기
처음 반년 정도는 잘 챙겨 썼던 규칙이긴 한데, 친근함을 드러내고 싶어 날씨나 이벤트 등을 언급하곤 했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소'라든가, '참! 다들 대통령 선거 투표는 하셨죠?'와 같은 프로덕과 관련된 이벤트 언급을 했죠.
4. 태그 별로 정리하기
초반에는 기능이 많지 않아서 한 번에 적었지만 후반에 사용했던 작성법입니다. 점점 카테고리 별로 정리하는 게 적는 저도, 보는 사용자도 편할 것 같아 종종 태그별로 작성했습니다.
주로 기능, 수정, 변화, 삭제 등의 태그를 사용하여 작성하는데요, 저는 간단하게 ■새로 생겼어요! ■변경했어요! ■수정했어요! 로만 표현해서 작성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프로덕의 성격을 드러내며, 브랜딩을 더 견고하게 할 수 있고,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게 릴리즈 노트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를 운영하고 계시다면, 릴리즈 노트에 아직도 '버그 및 앱 사용성 개선'만 적고 계시다면, 조금씩 추가해보면 어떨까요?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좋아하는 서비스의 릴리즈 노트는 어떤 톤으로 말을 걸고 있는지 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글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 것 같네요. 앞으로도 꾸준히 톤앤 매너를 지키며 더 열심히 써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