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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기적과 재앙-JAL 516 항공기 화재

대형 항공 사고 역사에서 배운 교훈들이 위기관리 시스템과 역량으로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어제, 2024년 1월 2일 오후 5시 47분께 착륙 직후 활주로를 달리던 일본항공(JAL) 소속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JAL 항공기가 일본 해안경비대 항공기와 충돌한 것이 화재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위기관리 측면에서 확인되는 몇 가지 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오직 이 순간을 위한 승무원과 공항 소방대의 위기관리 훈련과 체득이 빛을 발했습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위기관리는 매뉴얼이라는 시스템과 그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하는 사람의 역량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승무원들도 승객들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갑작스러운 위기에 충분히 당황할 수 있고 공황상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헌신이 돋보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는 도중 사고가 발생했던 아시아나항공 214편 착륙 사고 시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헌신도 생각났습니다.


승무원들이 아무리 통제를 해도 결국 승객들이 집단 패닉에 빠지면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이번 JAL 516편의 승객들의 침착한 협조도 안전한 대피가 가능했던 중요한 이유입니다. 위기관리는 발생한 위기 상황에서 패닉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것을 사전 위기관리의 중요한 포인트로 삼고 있습니다.


대형 항공 사고 역사에서 입증된 몇 가지 룰이 존재합니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90초 룰'이라고 하는 항공 안전 매뉴얼 상의 골든 타임입니다. 90초 룰은 기체 충돌이나 화재 발생 시 비상 탈출구의 절반 이하만 사용해 90초 이내에 승객들을 전원 대피시켜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번 사고 또한 일부 비행기 문이 열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승객이 대피할 수 있었던 것은 이 90초 룰이 잘 지켜졌기 때문입니다. 위기는 반드시 반면 교사해야 합니다.


90초 룰이 성공적으로 지켜지기 위해선 변수가 하나 있는데 승객들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을 때 승객들의 소지품을 두고 내리는 것입니다. 승객들이 자신의 짐을 하나씩 챙겨가는 순간 대피 시간은 지체되고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또한 승객들의 협조가 주효했습니다. 


한 전직 조종사가 이번 사고를 '기적이자 재앙'이라고 묘사한 해외 언론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너무 공감되는 상황입니다. 하네다 공항 착륙 과정에서 충돌한 일본 항공 JAL 516편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 379명(부상자 14명)은 기적적으로 전원 생존했으나 일본 해안 경비대 비행기에 탑승한 5명은 안타깝게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들은 일본 지진 피해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대원들이었습니다. 다수의 생존과 소수의 사상자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첫 메시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며, 그 사명감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大変残念なことであり、その使命感に敬意と感謝を表し、哀悼の誠をささげる)"는 이런 기적과 재앙의 상황 모두를 고려한 적절한 메시지입니다.


향후 면밀한 조사가 이뤄지겠지만 이런 대형 사고는 단 한 번의 실수가 아닌 여러 실수가 겹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야간 시간대의 상황이 큰 변수였습니다. 만약 밤이 아니라 낮 시간대였으면 활주로에 진입하는 일본 해안 경비대 비행기는 더 보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항공기 야간 이착륙 시 공항의 활주로 보조 시스템 및 공항 관제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고 비행기인 에어버스의 A350은 탄소 복합 섬유로 제작되었습니다. 착륙 과정에서 큰 충돌과 화재에도 어느 정도 시간을 버티며 승객들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공항 소방대가 소방차 70여 대를 동원해 초기 진화에 힘썼으나 동체는 빠르게 전소되었습니다. 에어버스 A350 동체의 안정성 혹은 화재에 취약성 등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A350의 장단점이 추가적으로 드러날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항공기 비상 상황 시 승무원들이 고함을 치고 반말로 다소 위압적인 지시를 하더라도 위에서 말씀드린 90초 룰을 지키며 항공 사고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승객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니 적극 협조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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