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라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덧 마라톤 대회 참가 횟수가 5번이 되었다. 10km 대회 3번, 하프 1번 그리고 얼마 전에 끝난 풀코스 1번. 사실,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고 같이 뛰는 친구나 크루도 없는데, 하다 보니 혼자서 5번이나 대회에 나갔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나가서 뛰어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지인들과 함께 대회에 나가서 같이 즐기면 훨씬 더 즐거울 것 같다. 레이스는 오롯이 혼자 한다고 해도(물론 같이 뛰는 분들도 있다) 대회 전후로 지인들과 사진도 찍고 같이 추억도 쌓는 모습들은 참 보기도 좋고,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마라톤 대회에 처음 참가했을 때는, 아는 것도 하나도 없고,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고 해서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이것저것 궁금증을 해결했었다. 다행히 블로그나 유튜브에 마라톤 대회 준비, 첫 출전 등을 검색을 하면 많은 정보들이 있었고, 나도 큰 도움을 받았다. 대회 시작 전 음식물은 바나나나 빵 등이 좋고 적당한 커피는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 대회장에 사람이 많으니 화장실은 미리 가야 한다는 것, 뛰기 전에 준비운동이나 조깅을 통해 심박수를 미리 좀 올려야 한다는 것 등등...
오늘은 이런 도움이 되는 정보들 말고 직접 겪어 보고, 대회에 참가할 때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지만, 그래도 알면 나쁘지는 않은 (?) 팁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일단, 화장실 이야기. 아쉽게도 이 이야기는 남자분들에게만 해당이 된다.
대회장 화장실에 가면 대부분 간이 화장실로 되어 있다. 간이 화장실이라 함은 오롯이 한 명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좀 더 큰 2-4개의 변기와 세면대까지 설치되어 있는 화장실 등이 있다. 칸이 하나인 경우는 해당 사항이 없고, 2-4명이 함께 쓸 수 있는 간이 화장실에서는 줄을 아주 잘 서야 한다.
작년 JTBC 마라톤 대회 때 화장실 앞에 줄을 섰는데 이상하게 내가 줄을 선 간이 화장실만 줄이 느릿느릿 줄었다. 3-4인용 간이 화장실이 한 10개 정도 있었는데 대부분 대기줄이 50m 이상이었다. 줄이 줄지 않아서 초조하게 시계만 보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분이 화장실에서 나와서 내 앞의 일행들에게 다가왔다. 다가와서 하는 말이 지금 줄 서있는 간이화장실은 소변기는 없고 대변기만 있는 간이 화장실이었다고, 그래서 줄이 이렇게 느릿느릿 줄은 거였다고 말했다. 남자 화장실 중에는 소변기 2개, 대변기 2개인 부스도 있었고 대변기 4개인 부스도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줄을 선 간이 화장실은 대변기 4개였고 큰 일을 보지 않더라도, 아무래도 동선상 시간이 더 지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 공주백제 마라톤 대회에서도, 출발 전에 화장실에 가서 줄을 섰다. 줄을 한 5분 정도 서있었는데, 이번에도 내 앞에 서있던 일행들 중 미리 화장실을 다녀온 사람이 고오급 정보를 알려준다. 이 줄은 소변기 줄 아니고 대변기 줄이라고... 소변기는 줄을 설 필요가 없다고 했다. 줄에서 이탈해서 화장실로 가서 바로 용무를 해결했다. 줄이 너무 길거나, 줄이 잘 줄지 않는다면, 대변기 줄인 지, 소변기 줄인 지 한 번 확인해 보면 좋을 것이다.
이번엔 사진 이야기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주최 측으로부터 계약이 된 공식 사진사들이 출발선과 주로 그리고 결승선에서 사진을 계속 찍는다. 보통 대회가 끝나면 이 사진들을 사이트에 올리고 돈을 받고 판매를 하고 있다. 내 이름 혹은 배번을 검색하면 내 사진을 볼 수 있으며, 구매를 하기 전에는 워터마크가 찍혀있고 사진 사이즈가 작다. 나는 대회는 5번 나갔지만 사진을 돈 주고 구매한 건 딱 2번이다. 그 이유는 내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해서 모습이 너무 쭈구리 같이 나왔기 때문이다. 얼굴 표정이나 자세가 이상한 사진들도 있고, 혹은 앞사람, 옆사람에 가려 제대로 나오지 않은 사진도 꽤 많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구매할 수 있는 경우는 두 번밖에 없었다. 그중 한 번이 얼마 전 다녀온 공주백제 마라톤 대회였다. 그래도 짬바가 생겼는지, 사진사 아저씨를 보면 자세를 가다듬고 세상 제일 멋진 포즈로 달렸으며, 심지어 V자를 하고 달린 사진도 있었는데, 다행히 사진이 잘 나와서, 이번에 결승선 통과 사진과 V자 포즈하며 달리는 사진 두 장을 구매했다. 남는 건 사진뿐 아니던가. 특히 나처럼 혼자 대회에 나가는 분들은 사진사 아저씨 앞에서는 꼭 멋진 포즈를 취해 보시기 바란다. 옷과 신발도 나름 신경 써서 입고 대회에 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외에 또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팁들이 뭐가 있을까?
차를 가지고 간다면, 주차는 최대한 출구 가까운 쪽이 좋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일찍 가서 집결지, 출발지 근처에 주차를 했는데,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차량 병목 현상으로 아주 오래 주차장에서 대기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썬블록은 덕지덕지 많이 바를수록 좋다. 내가 비를 몰고 다니기도 하고, 그동안 10km, 20km 대회만 나갔어서 몰랐는데 이번 풀코스 대회에서는 살이 타다 못해 빨갛게 익어버렸다. 썬블록을 발랐는데도 말이다. 물에 땀에 썬블록이 지워진 모양이다. 출발 전에 얼굴에 분을 바른 듯 하얗게 덕지덕지 바르신 분들이 간혹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분들이 고수였다.
사실, 내가 마라톤 대회 처음 나갈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배번호 옷핀이다. 옷에 옷핀을 4개나 꽂아야 한다니, 이거 옷이 혹시 찢어지니 않을까 자국이 남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배번호 다는 법을 여기저기 구글링하기도 했다. 딱히 명쾌한 대답은 찾지 못했지만, 여러 번의 경험상 옷핀의 자국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도 옷핀이 싫다고 한다면 배번호를 옷에 달수 있는 버튼이나 아니면 허리벨트 같은 제품도 있다. 나는 아직까지는 그냥 주최 측에서 같이 보내주는 옷핀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배번호를 달 때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잘못 달면 팔치기 할 때 걸리적거리는 수가 있다. 뛰면서 다시 배번호를 달 수는 없으니 미리 달아보고 좀 뛰어보면서 확인을 하는 것은 필수이다. 사람에 따라 배 아래쪽 혹은 위쪽 등 편한 위치가 분명 있을 것이다.
어떤가, 정말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나의 팁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