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동네에서 넘어지셔서 머리를 꽈당하셨는데, 외부 출혈이 없어서 그냥 계시다가, 자꾸 오른쪽 팔, 다리가 둔하게 움직인다고 하셔서, 동네 병원에서 MRI를 찍었더니, 뇌출혈이라고 해서, 급하게 큰 병원으로 옮기고 수술까지 하셨다. 지금은 병실에 입원 중이며, 다행히 별 이상 없이 잘 회복하고 계신다. 월요일에 입원하셨으니 오늘은 3일째이고, 오늘 한글날은 내가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 아침에 러닝을 하고, 병원 쫓아다니느라 러닝을 못하다가 오늘 드디어 이번 주 첫 러닝을 했다. 아침에 병원에 올 때 러닝화와 운동복을 챙겨 왔으며, 점심 먹고 늦은 오후에 나가서 잠깐 5KM를 뛰고 왔다. 언제, 어디서든 뛸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러닝의 매력 아니겠는가.
내가 지금 있는 곳은 경희 의료원인데, 사실 어디로 뛰어야 할지 살짝 고민을 했다. 옛날 동네(?)이다 보니 동네 길들이 복잡하고 폭이 좁은 인도구간이 많아서 뛰다가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안전하게 경희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뛰었다. 사실, 경희대 캠퍼스 안에 들어가 본 게 이번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언덕이 많고 업힐이 꽤 가파르게 되어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니, 나도 왕년에 산에 있는 대학교를 다닌 사람인데 우리 학교보다 더 언덕에 있는 학교가 있었다. 왼쪽으로 뛰어도, 오른쪽으로 뛰어도 이게 다 언덕(?)이다. 게다가 길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뛰는 중간에 쪽문으로 나갔다가 동네 골목길을 다시 돌고 돌아 다시 정문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그래도, 새로운 곳에서, 어떤 길이 펼쳐질지 모르는 설레는 마음으로 뛴 러닝은 재미있었고, 날씨도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참 좋았다. 특히 경희대 캠퍼스 안의 고즈넉한 옛 건물들은 너무 멋져서 중간중간 달리다 멈춰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사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보면, 출장 가서 뛰시는 분들, 여행 가서 뛰시는 분들도 많은데, 나는 출장 갈 일도 없고 여행도 사실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여행 가서 뛴 적은 아마 속초 여행 가서 혼자 새벽에 영랑호를 뛰어 본 게 전부이다. 영랑호 한 바퀴가 딱 7km였는데, 7km 내내 호숫가를 곁에 두고 뛰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공기를 마시며 뛰니 몸도 가볍게 느껴졌다. 그 당시 7km는 나에게는 좀 버거운 느낌의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힘들이지 않고 7km를 완주했다.
러닝에 한창 열심일 때는, 저녁 술 약속이 있을 때도, 러닝화와 러닝복을 챙겨 와서 뛰고 나서 사람들을 만났었다. 나는 혼자 일하기 때문에 퇴근시간도 남들보다는 자유로운 편이라 약속시간 보다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뛰고는 했다. 사무실 근처에서 뛰고 가도 되지만, 굳이 약속 장소에 가서 뛴 이유는, 퇴근시간 러시아워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싶지 않았기도 하고, 새로운 곳에서 뛰어 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하철역에 코인 라커가 있기 때문에 짐을 편하게 맡기고 뛸 수 있다. 약속장소를 키워드로 <가로수길 러닝 코스> 이런 식으로 검색을 하면 러닝 코스 정보도 쉽게 알 수 있다. 심지어 동네 친구와 느지막한 시간에 치맥 한잔 할 때, 러닝화를 신고 운동복을 입고 3km를 러닝 해서 치킨집까지 간 적도 있다.
조금만 부지런 떨고, 유난 좀 떨면 이렇게 러닝 할 시간이 생긴다.
Whenever
Wherever
We can run
그냥 뛰면 된다.
언제 어디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