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풀코스 도전, 춘천마라톤 대회가 벌써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지난 공주백제마라톤 대회를 모의고사로, 춘천마라톤대회를 본고사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공주백제마라톤대회에서 첫 풀코스 완주를 하니 뭔가 맥이 풀려버린 듯한 느낌이다. 긴장감도 줄어들었고, 어머니 병원 입원 등 자잘한 일들이 있어서 장거리 연습도 많이 하지를 못했다.
그래도, 신청은 했으니 나가야지... 나도 가을의 전설이 한 번 되어봐야지....
연습은 많이 못했지만, 시간 나는대로 마라톤 코스도 대충 떠올려보고, 페이스 전략은 어떻게 할지, 지도와 고저도도 보고 그러고 있다.
어제 오후 늦은 시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02-63**로 시작하는 번호라 받을까 말까 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사실 나는 모르는 번호는 잘 안 받는 편이고, 6으로 시작하는 네 자릿수 국번은 보통 광고 전화 혹은 정치 여론조사 등의 전화가 많아서 안 받으려다가 얼떨결에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A여행예약 포털 사이트 고객센터 상담원이었다. 춘천마라톤대회 때 묵을 숙소를 예약했는데, 방이 없다고 한다. 아 이게 무슨 왈왈 소리??
자기네도 호텔 측으로부터 오늘 이메일로 통보를 받았으며, 미리 결제한 금액을 전액 환불해 주고, 자기네 사이트 포인트를 10% 적립을 해주거나, 아니면 대체 숙소를 알아봐 주겠다고 한다. 아니, 1만 2천 명이 모여서 마라톤을 하는데, 대회장 근처에 지금 남아있는 방이 있겠냐며 내가 버럭 했다. 몇 주전도 아니고 자그마치 두 달 전에 숙소를 예약했는데, 이게 말이 되냐, 그리고 불과 숙박일을 며칠 남겨두고 이제야 연락을 하면 어쩌라는 거냐 내가 그 상담원을 막 쏘아붙였다.
머리에 버퍼링이 걸려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단 대체 숙소를 알아봐 달라고 했다. 대신 내가 묵으려고 했던 호텔에서 500m 반경이내여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대회장에서 멀어지면 아침에 이동하기 힘드니까 말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투숙객이 한 명이고, 대회가 임박해서 숙박비를 올려서 새로 예약을 받고 나를 취소해 버린 건가, 이게 비행기도 아니고 오버부킹이 말이 되는 건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이게 무슨 일인지 알아볼 겸, 이제 와서 예약을 취소해 버린 호텔에 화도 좀 낼 겸 호텔에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대뜸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전화 잘 주셨다고 응대를 한다. 뭐라고 뭐라고 길게 설명을 했는데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요지는 호텔 측의 잘못이 아니라 해당 여행포털사이트에서 예약마감을 호텔에서 한 것보다 훨씬 뒤늦게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본인들도 모르고 있다가 예약날짜가 다가오니 준비하다가 이 상황을 발견하고 오늘 여행포털사이트 측에 통보를 한 거라고 한다.
아, 결국 호텔은 잘못이 없었다. 내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며 이제 와서 숙소를 구할 수 있겠냐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하니, 이번에도 역시 친절한 목소리로 자기네 호텔에 빈 방이 하나 있다고 했다. 카드키가 고장 나서 사람을 받지 않는 객실이며, 객실 안에서 쇠고리로 문을 잠궈야 하는데 괜찮으면 이 방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주겠다고 한다. 아니, 호텔 측 잘못도 없는데 굳이 무료로까지 나를 줄 필요가 있냐고 했더니, 자기네도 미리 확인 못한 도의적 책임도 있고, 어차피 예약받을 방도 아니니 괜찮다고 하셨다. 그래서 결국 나도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그럼 토요일에 가겠다고 했다. 호텔 측 말로는 나같이 예약이 취소된 사람이 10명이며, 그중 전화가 온 건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호텔 측과 전화를 끊고 마침 다시 여행포털사이트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대체 숙소를 구했는데, 자기네가 예약을 할 수 없고, 나보고 사이트에 들어가서 직접 예약을 블라블라..... 예약취소 된 것도 짜증난데, 내가 직접 다시 사이트 가서 예약까지 해야겠냐며 내가 버럭 화를 냈다. 그리고 호텔 측과 통화해 보니 너네 잘못이던데 왜 너네 잘못인 건 쏙 빼고 얘기했냐, 괘씸하다, 이게 말이 되냐.... 계속 쏘아붙였다. 대체 숙소 필요 없고, 그냥 환불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10% 포인트는 너무 적은 거 아니냐, 나는 잘못한 것도 없고, 대회 앞두고 이제 와서 날벼락 맞았는데 그 정도로 만족 못하겠다 2배는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상담원은 그건 정책상 좀 어렵고, 전액환불과 함께 그 금액만큼 포인트도 지급해 주겠다고 했다. 더 이상 말싸움하기 싫어서,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여행을 잘 안 다니는 편이라, 무지해서 그랬던 건지, 이런 일이 비교적 흔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너무 친절한 호텔 직원분을 만나서 일이 훈훈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천만다행이다. 마라톤 대회 시작도 전에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또 하나 생겼다.
다음부터는 숙소 예약을 한 후에 꼭 호텔에 직접 전화를 해서 예약 확인을 하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너무나도 친절한 그 호텔은 이번에 가 보고 시설이 괜찮으면, 그 사이트 포인트로 다시 예약해서 가족들과 다시 갈 생각이다. 포인트 다 쓰면 그 A여행포털사이트는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A가 ABC의 A인지, 회사 이름의 첫글자 A인지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