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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Mar 15. 2024

독서모임에 가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태어난 김에 독서모임 


 "독서모임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해?" 


독서모임에 간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진짜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궁금한 경우예요. 그럼 뭐 뻔하겠죠. "책 이야기하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럼 또 묻습니다. "막 평론가처럼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하는 거야?" 생각해보면 평론가보다 동네 친구에 가깝기도 해요.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하지. 책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하고 ~" 이런 정도의 대답으로 상대방의 궁금증을 잠재울 수는 없을 거예요. 경험해보지 않은 많은 분들이 머릿속에서 상상의 유니콘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초보 참여자를 위해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62
우선 자기소개를 합니다! 


자주 만나는 분들도 있고, 처음 뵙는 분들도 있지만 모임의 시작은 자기소개가 국룰이죠. 그래도 방법은 다양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아주 간단히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성함과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 정도를 많이 물어요. 좀더 확장하면 인생책 리스트 정도? 한 달에 몇 권 정도 읽는지? 책과 독서모임에 대한 태도를 알고 싶거든요.


신상 명세서와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는 모임도 있습니다. 나이는 어떻게 되고,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디서 왔고 ~ 등등. 또는  "3가지 키워드로 나를 소개하세요.", "지금 기분을 점수로 표현한다면?", "MBTI로 나를 소개하기" 등등 콘셉을 갖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 사람 자체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을 해결합니다. 사람에 대해 알게 되면 더 친근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 분의 발언 하나하나가 다 이런저런 삶의 경험과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다음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막연하죠? 깊이에 대한 단계를 나누면 조금 더 수월해요. 내가 상황에 맞게 선택해서 꺼낼 수 있답니다. 간편하게 표면과 심층으로 나누어 볼게요.


우선 표면: 가볍게 전체적인 감상에 대해 풀어 놓습니다. 

친구가 "영화 어땠어?"라고 물으면 가볍게 대답하는 정도입니다. "재밌었어. 연기 좋더라! 음악도 흥미진진하고!", "너무 무서워서 힘들었어. 중간에 나오고 싶었다니까!", "전체적으로 아쉽긴 했는데 배우가 너무 내 스타일이더라고. 그정도면 만족해!", "나 진짜 많이 울었다. N차 관람 간다!" 등등 부담 없이 툭 던질 수 있어요. 별점 5점에 4점 정도, 이런 한줄평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음은 심층: 세부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들에 대해 꺼냅니다.

친구와 "그 액션씬 어땠어?", "그 결말 너무 별로지 않아?", "캐스팅이 진짜 찰떡 아니야? 캐릭터랑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라고 디테일한 장면을 그리며 대화하는 그림을 상상해 보세요. 콕 집어서 특정 부분을 떠올리며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좋았던 구절을 소리 내어 읽는데, 생각이 같으면 공감대가, 생각이 다르면 호기심이 생기는 포인트예요.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장면인데, 상대방에게 인상 깊을 수도 있죠. 이렇게 콕콕 집으면 시야가 넓어집니다


이 책을 읽고 '향상심'이라는 표현이 좋았다! 세부적으로 인상 깊은 구절을 언급할 수 있음!



굳이 이걸 나눌 필요가 있을까요? 표면의 결로 물었는데 심층의 결로 대답하면 말 많은 TMI가 될 수 있어요. 분위기 싸~한데 혼자만 신나서 이야기하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와 다르게, 심층의 결로 물었는데 표면으로 대답하면 성의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대답이 너무 추상적이면 공감하기 쉽지 않거든요. 상대방이 궁금해서 추가 질문을 했는데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추궁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어요. 


다음은 자신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책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결국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사회자가 질문을 미리 만들어 올 수도 있고, 누군가 자연스럽게 툭 던질 수도 있어요. 앞에서 인상 깊은 장면과 구절을 이야기하다 자연스럽게 속마음을 덧붙일 수도 있습니다. 쉽게 꺼내는 분들은 무슨 이야기가 나와도 깔때기 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반대로 자기노출을 너무 어려워하는 분들은 입을 다물어 버리죠. 


혹자는 모임에서 책 이야기보다 인생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는 말도 해요. 비중이 다를 뿐이지 독서모임에서 두 이야기는 모두 등장합니다. 우리는 책을 분석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 아니니까요. 책을 읽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책을 통해 인생을 바라보고 살아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니 균형을 잘 잡는 것이 필요해요.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자기노출의 범위를 정하는 것도 도움이 돼요. 너~무 깊은 이야기를 하고 민망하다며 숨어 버리는 분들도 많이 봤어요. 그런 분들은 부끄럽다고 다음 모임부터 안 나오시기도 합니다. 듣는 분들 입장에서도 과한 TMI성 이야기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기도 해요. 말하는 분들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어디까지 꺼내 놓아야 이불킥을 하지 않을지,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을지, 살짝 고민하는 것도 좋습니다.


책의 구절에 생각을 더해 자신이 생각하는 '말'을 이야기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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