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 빠진 독서모임 구하기
조금 저렴한 표현이지만,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건강한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잘 나오지도 않습니다. 넉넉히 먹어야 잘 쌀 수도 있고, 적절히 비워져야 또 잘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인풋과 아웃풋은 깊은 관계이고, 이는 읽기와 쓰기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기와 쓰기는 하나의 고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읽다 보면 쓰고 싶어지고, 쓰다 보면 잘 읽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쓰기를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만큼 잘 쓰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고요. 이 읽기와 쓰기의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 독서노트, 책리뷰입니다.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덧붙이는 형식이라 부담이 덜합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낫죠. 이렇게라도 힘든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쓰다 보면 훨씬 체계적으로 생각이 정리되고, 머릿속이 정돈되기 때문입니다.
독서노트, 책리뷰 쓰기
책을 읽고 정리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독서노트입니다. 가볍게 독서노트 어플을 활용하거나 SNS에 기록하는 분들도 있고, 각 잡고 노트에 정리하며 깊이 새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결국 책을 읽고 흔적을 남기는 행위입니다.
일반 노트를 독서노트처럼 직접 구성하는 분도 있고, 독서노트를 따로 구매하는 분도 있습니다. 제작된 독서노트는 써야 할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공통적으로는 책에 대한 기본 정보와 인상 깊었던 내용, 책의 평점을 쓰도록 되어 있고, 추가로 내용 요약, 인상 깊었던 문장, 삶에 적용할 점 등이 있습니다. 여기다 ‘독서모임에서 나눌 내용’도 덧붙이면 좋겠죠. 성실하게 과제하듯이 이렇게 빈칸을 채워 나가다 보면 읽었던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됩니다.
어쩌다 멤버 분이 정리한 독서노트를 보았는데, 거기에도 빼곡히 이런저런 내용을 적었더라고요. 그 열정과 정성은 정말 대단하지만, 이야기 나눌 때는 또 한 번 찾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중에서도 색깔별로 좀 더 표시해서 중요도를 나누면 좋겠다고 조언한 적도 있습니다. 그 피드백이 반영되어 다음 모임에서는 훨씬 더 명쾌하게 생각을 꺼내 주셨습니다.
저는 블로그에 책리뷰를 꾸준히 적습니다. 쓰다 보니 저만의 방식이 생겨 머릿속에 구조화도 잘 됩니다.
*내용: 책에 대한 객관적 내용 한 줄 정리
*감상: 책에 대한 주관적 감상 한 줄 정리
*추천대상: 책이 도움 될만한 대상
*이미지: 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내면화: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질문
이렇게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심플하게 정리를 한 후에, 책에 대한 생각이나 인상 깊었던 구절을 추가로 적습니다. 인상 깊었던 구절이 많을 때는, 그 안에서도 더 인상 깊었던 구절은 빨간색으로 표시합니다. 선택과 집중이 명확하죠! 책리뷰를 작성하며 책에 대한 내용도 정리하고, 모임 전에 다시 훑어보며 책내용을 다시 떠올리기도 합니다.
글을 쓰기 막연하면 질문에 답변하는 글쓰기도 좋습니다. 독서모임에서 나눌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는 마음으로 생각을 차곡차곡 풀어내다 보면 좀 더 체계적으로 사고하게 됩니다.
글로 쓰다 보면 확실히 더 정리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완독을 넘어 글쓰기로 생각까지 정리한 멤버들은 더 열성적으로 모임에 참여합니다. 대화의 질도 높아지겠죠. 그래서 어느 모임은 독서감상문을 사전 과제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커뮤니티 공간에 독서감상문을 올린 사람만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서로의 독서감상문까지 읽고 참석하는 방식입니다. 미리 다른 멤버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으니, 만나서는 더 깊은 이야기도 가능합니다. 실제 대학교 교양 수업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었었는데, 저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힘든 만큼 얻어가는 것이 있는 법입니다.
마인드맵 정리하기
글쓰기보다 구조화에 중점을 둔 마인드맵도 많은 분들이 활용합니다. 책의 목차를 비롯하여 체계적으로 나눈 카테고리들이 중간 지점이 되어 맵이 점점 퍼져 나갑니다. 시각적으로 정리된 마인드맵은 책의 내용을 한눈에 담기 좋습니다. 온갖 것들을 빼곡하게 적는 것이 아니라 뼈대만 남긴다는 마음으로 맵을 그려 나갑니다. 지도는 다른 사람이 보아도 이해가 되어야겠죠?
심플한 것이 쉬워 보이지만, 간단하게 핵심만 추려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요약하고 덜어내고 도식화하는 과정 속에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수없이 판별해 냅니다. 이렇게 책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독자의 머릿속도 체계적으로 구조화되고, 발표할 때도 조리 있게 전달 가능합니다.
꾸미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색깔별로 알록달록하게 이미지를 구현하며 만족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멤버들이 그린 마인드맵을 모아 전시하는 모임도 봤습니다. 뿌듯한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 좋은 마인드맵이 기억도 잘 되는 법입니다. 요즘은 디지털 마인드맵 도구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편리하게 정리하고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마인드맵만 모아도 좋은 독서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질문 만들며 읽기
마지막으로 질문을 스스로 만들며 주체적으로 읽는 방법입니다.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는 자세로 읽으면 훨씬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얻게 됩니다. 이 질문이 모임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독서는 굉장히 풍요로워집니다.
누군가가 던진 화두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하나의 화두를 꺼낼 수 있는 능동적인 태도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 만들기를 매우 강조하고 십시일반 질문 모으기도 많이 합니다. 문자로 미리 물어보기도 하고, 만나서 포스트잇을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질문 앞에 작아집니다. 성인일수록 물음표로 끝맺음하는 것을 어색해하고, 호기심을 감추려고 합니다. 그래서 활용하는 활동 중 하나가 ‘인상 깊었던 내용 꺼내기’입니다. 이 활동에서의 주체는 독자 개인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공유하다 보면 그 사람의 생각 및 가치관을 만나기도 합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저는 좋았는데 다른 분들의 생각도 궁금해서 밑줄 그었어요.’라고 말합니다. 직접 물어보긴 민망하지만, 궁금하다는 것이죠. 이런 부분을 챙겨서 사회자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확성기 역할만 해주면 됩니다.
모임 진행 중에도 누구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분위기, 여백을 만들어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독서와 모임을 통해서 주체적인 사고를 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게 없으니까요.
멤버가 해야 할 것들
1. 독서노트, 책리뷰 쓰기
2. 마인드맵 정리하기
3. 주체적으로 질문을 만들며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