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 빠진 독서모임 구하기
앞에서는 리더가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었다면, 여기서부터는 멤버들이 스스로 챙겨야 할 부분들입니다. 리더는 멤버들에게 적절한 자극만 제공해 주고, 결국 멤버들이 스스로 독서력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독서모임에서 이야기를 할 때, 횡설수설 내용 정리가 안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책에서 찾을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들도 있죠. 오래 걸리더라도 찾아서 말하면 다행인데, 못 찾고 집에 가서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 이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아쉬운 마음을 담아 문자를 보내거나 후기에 댓글로 남기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심지어 책을 정~말 감동적으로 읽어서 오히려 독서모임 때 말문이 막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책이 정말 좋았어요. 진짜 좋아서… 눈물도 흘리고… 어…” 감상에 취해서 오히려 정리가 안 되는 겁니다. 그러니 말할 때는 더 정리가 안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전달할 수도 없습니다. 참 안타깝죠.
아웃풋 마인드세팅
책을 정성스럽게 읽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독서모임을 전제로 한 책읽기도 필요합니다. 독서모임은 결국 서로의 생각을 꺼내는 시간이 중심이에요. 그래서 나의 감상과 생각을 잘 꺼낼 수 있도록 정리를 잘 해두어야 합니다. 말하기 연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내용을 정갈하게 말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하면 좋습니다. 그 말하기 준비를 통해서 내 생각도 정리가 됩니다.
말문이 막혀서 걱정인 것과 반대로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집중력이 흐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리가 안 되다 보니, 생각나는 내용을 다 말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듣는 사람들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결국 밀도 높은 상호작용이 힘들어집니다. 심지어는 사회자가 나서서 중재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죠. 그럼 서로 민망해집니다.
말하기와 쓰기는 결국 아웃풋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또다른 인풋입니다.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본인이 아쉬운 것도 있지만, 양질의 메시지를 전달 받지 못한 멤버들도 큰 손해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을 전제로 생각을 정리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면 더욱 효과적인 아웃풋이 됩니다.
선택과 집중, 밑줄과 포스트잇
그 과정으로 우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책 한 권을 읽고 다 이해할 수도 없고, 다 이야기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책을 읽는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표시합니다. 밑줄도 좋고, 포스트잇도 좋아요. 읽으면서 ‘이 내용 모임 사람들과 나누면 좋겠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마음을 갖고 체크합니다. 옆에 작은 글씨로 메모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때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해 두면 날아가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그때그때의 인상 깊은 장면들을 정리합니다. 경험상 책 안에 그은 밑줄은 찾기 힘들어서, 모임 때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포스트잇 표시를 하거나, 페이지를 따로 적어 두면 좋습니다.
한 멤버분에게 이런 방법을 알려 드렸더니, 포스트잇을 정말 알록달록하게 많이 붙여 오셨습니다. 여기서 또 문제! 순서대로 밑줄 친 내용을 찾아 이야기 하다 보니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진 겁니다. 독서 경험이 좋을수록 정리하기는 더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인상 깊은 장면들이 너무 많다면, 그 중에서도 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겁니다.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또 나누어 표시합니다. 저는 포스트잇 색깔로 구별해서, 빨간색 계열은 꼭 말해야 하는 부분으로 정해두었습니다. 어떤 분은 포스트잇이 더 길게 튀어 나오도록 표시하기도 하고, 다른 분은 메모지에 숫자를 크게 써서 구별하기도 하더라고요. 결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 중요한 것을 판별하는 과정입니다.
좀더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다면 카테고리별로 표시합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 작품의 주제 의식, 핵심 메시지가 드러난 부분과 나의 마음에 와닿는 부분, 나의 경험과 연결되는 부분을 구분하여 표시하는 겁니다. 이렇게 구분하면 작품의 핵심,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독서와 나의 감상을 풍부하게 활성화하는 독서를 모두 자극할 수 있습니다. 멤버들과 이야기 나눌 때도 작품을 탐구하고 해석하는 대화와 나의 감상을 꺼내는 대화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더 촘촘한 카테고리를 정해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제가 다섯 번도 더 독서모임을 한 책입니다. 그 책은 정말 나눌 이야기가 많다 보니, ‘문체가 좋은 부분’, ‘시대적 배경이 드러나는 부분’, ‘인물의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 ‘핵심적인 사건이 드러나는 부분’ 등으로 나누어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사람들이 문체 이야기 나눌 때, 인물 이야기 나눌 때, 배경 이야기 나눌 때, 해당 부분을 펼치고 추가 내용을 곁들여 이야기할 수 있어 더 풍부한 대화가 오고 갈 수 있습니다.
모임 상황 시뮬레이션 하기
이렇게 선택과 집중을 했다면, 결국은 다시 아웃풋입니다. 아웃풋을 하는 과정에서 다시 인풋이 정교해집니다. 앞에서 정리한 내용도 결국은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관건이에요. 이러한 부분이 안 되면 모임 끝나고 항상 후회합니다. 말이 너무 적으면 ‘오늘 1인분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기 쉽고요. 말이 너무 많으면 ‘오늘 너무 오바한 거 같은데, 좀 민망하네…’ 이런 생각도 듭니다. 또 동문서답한 것은 아닌지, 누군가를 기분 상하게 한 것은 아닌지 걱정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중심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큰 도움이 됩니다. 리더가 제공하는 예상 질문들을 바탕으로 대답을 떠올려 보는 겁니다. 앞에서 선택과 집중한 내용들로 충분히 대답이 가능하면 잘 조합해서 말로 바꾸어 보고요. 보완이 필요하다면 질문에 적합한 내용을 추가로 구상해서 대답을 준비합니다. 면접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부담스럽지만, 말하기와 듣기 실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조리 있게 말하기 위해 시간을 재고 연습하는 분도 보았습니다. 발언권 시간을 재는 모임도 있는데, 조금 각박해(?) 보이지만 멤버들에게 좋은 훈련이 됩니다. 그정도 가지는 아니더라도 이러한 질문이 왔을 때, 이러한 대답을 해야지라고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보는 것만으로 독서와 모임 참여에 큰 도움이 됩니다.
멤버가 해야 할 것들
1. 선택과 집중, 밑줄 긋기
2. 포스트잇 카테고리 분류하기3. 질의응답 시뮬레이션 하기
3. 질의응답 시뮬레이션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