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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Oct 20. 2020

디지털 독서만상

출판의 새로운 도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오프라인 매출은 감소하고 디지털과 이커머스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2020년 3월 기준으로 CJ대한통운의 물류 데이터 3억 건과 나이스지니데이타의 전국 오프라인 매장 카드결제시스템 3억 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여 <소매품의 온.오프라인 이용 증감률>을 발표했는데, 전국 오프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반면 온라인 소비는 38.9% 증가했다. ‘도서.음반’의 경우 오프라인이 46.3% 크게 감소했지만 온라인이 43.2% 증가하며 소비 채널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에서 지난 7월 ‘디지털 뉴딜(Digital New Deal)’, ‘그린 뉴딜(Green New Deal)’, ‘안전망 강화’라는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참고로 뉴딜(New Deal)은 게임에서 카드를 바꿔 새로 친다는 뜻으로 미국 제32대 대통령 F.D. 루즈벨트가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진했던 경제부흥 정책을 말한다. 이에 따라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경제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사업 전략이 온라인화와 디지털화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출판 산업에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시기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 제품 서비스 등 기업의 모든 것을 혁신하는 프레임을 말한다.


다양한 뉴미디어가 일상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스마트폰의 활용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크린이 더욱 커지면서 패블릿(Phablet) 스마트폰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외에도 가상현실(VR),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인공지능 스피커(AI Speaker),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다양한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반응형 콘텐츠, 편리한 UI/UX, 유연한 접근성, 저렴한 가격 등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뉴미디어에 익숙한 세대들이 주된 소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보 습득 방법, 소비 형태, 읽는 방식 등이 달라지고 있다.


또한 MZ세대 외에도 2011년 이후 태어난 알파(Alpha) 세대는 디지털 정보가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은 독서 형태와 방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전자책, 동영상북, 챗북, VR북, 오디오북 등의 디지털 콘텐츠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에서 발표한 <한국인들의 디지털 콘텐츠 트렌드 보고서> 내용 중 도서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결제금액을 살펴보면 2017년 1.96억 원에서 2019년 8.9억 원으로 크게(355.4%)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디지털 독서에 관심을 갖고 종이책과는 다른 독서 방법과 기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특히 복잡한 문장을 읽고, 분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알고,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고, 논리적 사고에 대한 깊은 토론을 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래 전부터 많은 연구자들은 종이책과 디지털 환경에서의 독서 경험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 방법과 대상에 따라 다른 결과물들이 나타나지만, 연구 결과에 대한 의미와 시사점들을 진중하게 검토하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온라인과 디지털 환경에서의 독서가 유익하다는 연구를 살펴보면, 나오미 바론(Naomi Baron)은 학생들이 종이책과 스크린에서 읽는 방법을 비교했는데 어두운 곳에서 읽거나, 자료를 찾거나,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디지털 독서를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후퍼 & 헤라스(Hooper & Herath)의 연구에서도 대학생들의 온라인 독서 환경이 읽기 속도를 향상시키며 방대한 온라인 자료로 인해 독서량이 증가하고 스키밍(Skimming)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스키밍이란 빠르게 읽어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종이책 독서가 필요하다는 연구도 있다.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인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는 디지털 경험에 노출되면서 건너뛰고 훑어보는 읽기 습관이 생기고 이로 인해 그동안 인간이 만들어 온 ‘깊게 읽는 뇌 회로’에 변형과 쇠퇴가 일어나고, 비판적 사고와 공감능력, 성찰과 관조의 미덕이 실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종이책과 디지털 독서는 각자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해리슨 그룹(Harrison Group)에서 발표한 <어린이와 가족 독서 보고서(Kids & Family Reading Report)> 자료에 따르면, 아이들은 자신이 읽고 있는 것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싫거나 멀리 여행을 떠날 때는 전자책이 더 좋았고, 종이책은 친구들과 공유하거나 취침 시간에 더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카우프만 & 플라나긴(Kaufman & Flanagan)의 연구에서는 디지털 방식으로 독서한 학생들이 구체적인 질문에 답하는데 효과적이었고, 종이책으로 독서한 학생들은 추론이 필요한 추상적인 질문에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살펴본 것처럼 독서하는 방법이나 효과 등이 매체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환경으로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효율적인 디지털 독서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독서는 어휘력, 사고력, 이해력, 창의력 등을 키우는데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독서를 통해 책을 읽고, 쓰고, 또한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해 말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적 독서를 위해 독자는 읽고 싶은 책과 미디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재미있고 즐거운 독서 경험으로 이어진다. 독자는 어떤 유형의 책을 읽든 상관없이 더 많은 책을 읽을수록, 더 성숙한 독자가 되고, 더 즐거운 독서를 즐기게 된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20년 9+10월호 (통권 519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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