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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Sep 05. 2021

구글의 인앱결제(IAP)가 출판 시장에 미치는 영향

우리는 초연결과 초융합의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뉴미디어는 일상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온라인과 디지털 환경이 가속화 되면서 모바일 앱 시장이 더욱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앱의 활용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앱마켓 사업자들의 인앱결제(In App Purchase) 의무화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과연 인앱결제가 무엇이기에 이러한 논란이 일고 있으며, 출판과 콘텐츠 산업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다.


앱마켓 사업자의 횡포에 분노하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폰의 혁신을 일으켰다. 직관적인 디자인, 편리한 터치, 놀라운 기능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구글도 이후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은 별도의 모바일용 운영체제(OS)에서 동작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애플과 구글이 앱마켓 생태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수많은 앱들이 만들어지고 앱마켓에 등록되어 사용되고 있다. 스태티스타(Statista)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기준으로 사용 가능한 앱의 수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Play Store)는 약 348만 개, 애플의 앱스토어(App Store)는 약 223만 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 스토어(Windows Store)는 약 67만 개, 아마존의 아마존 앱스토어(Amazon Appstore)는 약 46만 개라고 한다.(참고: Statista, “Number of apps available in leading app stores as of 1st quarter 2021”, May 2021) 전 세계의 모바일 앱 매출액은 2018년 3,652억 달러를 달성했고 2021년에는 6,930억 달러를 2023년에는 9,35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참고: Statista, “Worldwide mobile app revenues in 2014 to 2023”, June, 2019)

이처럼 앱마켓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앱스토어 사업자들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인앱결제 정책을 강제하고 있다. 인앱결제란 유료 앱이나 앱 내에서 콘텐츠를 구매할 때 앱마켓 사업자가 자체 개발한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중심의 산업이 확장되면서 독점적 앱마켓을 거치지 않고서는 앱을 배포하기가 매우 힘들어졌기 때문에 앱 개발사들은 30%라는 높은 인앱결제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앱결제 수수료만으로 2020년에 구글과 애플이 거둬들인 금액이 무려 37조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자 최근 앱개발사들이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해서 분노하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인앱결제 수수료로 콘텐츠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게 되어 매출의 하락과 콘텐츠 생산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애플과 구글이 앱마켓 시장을 생성해낸 기여도에 대해서는 인정 하지만, 별다른 지원 없이 높은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는 태도에 대해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앱스토어 사업자들은 수수료율을 낮추고 있다. 애플은 2016년에 앱스토어 구독 수수료를 인하했다. 1년 이상 정기구독을 할 경우 그 다음해부터 인앱결제 수수료를 15%로 인하해줬다. 그리고 다시 2020년 11월에는 앱스토어 중소기업 프로그램(App Store Small Business Program)을 통해 연간 매출이 100만 달러 미만일 경우에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15%로 100만 달러 이상이 되면 30%로 전환되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하였다. 애플은 이 정책으로 얼마나 많은 앱 개발사들이 혜택을 보는지에 대해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앱 분석업체인 센서타워(SensorTower)에 따르면 약 98%의 앱 개발사가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애플의 앱스토어 전체 매출에서 이 98% 앱에서 발생되는 매출 비중은 불과 5%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즉 애플은 이 정책을 통해 매출 손실은 최소화하면서도 수혜 대상은 극대화하는 효과를 본 것이다. 구글과 아마존도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100만 달러 미만인 앱에 대해 수수료율을 조정했다. 구글은 올해 3월에 15%로 인하하는 것으로 아마존은 6월에 20%로 인하하는 것으로 정책을 각각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7월에 앱 수수료를 20%에서 3%로 대폭 인하했다.

글로벌 앱마켓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은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는 ‘룰 세터(Rule Setter)’다. 그렇기 때문에 수수료율 인하 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애플과 구글에 대한 반독점 위반 소송들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37개 주에서는 구글 앱스토어의 인앱결제 강제가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올해 7월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다른 여러 주에서도 구글 인앱 결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막기 위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에서는 애플을 앱스토어 경쟁 방해 혐의로 기소했고, 호주와 일본에서도 앱마켓 독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진행 중이다.


구글은 왜 인앱결제를 추진하려 하는가?

구글은 애플과는 달리 게임 앱에서만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7월, 구글이 일부 인터넷 업체에 플레이 스토어 수수료 30%를 징수하는 방침에 대해 안내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는 구글이 디지털 콘텐츠를 거래하는 모든 분야의 앱으로 인앱결제를 확대하겠다는 의미이며 매우 놀라운 사건이다. 여러 단체들은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앱마켓과 모바일 운영체계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또한 국회에서 구글 같은 앱마켓 사업자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그럼에도 구글은 2020929일에 새로운 인앱결제 정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면서 국내 앱 생태계를 위해 크리에이트(K-reate) 프로그램을 운영해 1년간 1,150억 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인앱결제 적용을 위해 한국 정부에 꾸준히 자신들의 입장을 설득하며 다양한 협상 방안들을 제시해 나가고 있다. 주요 진행 사항들에 대한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다.


국회에서 구글 갑질방지법 논의가 본격화되자 구글은 2021년 1월부터 적용 예정이었던 인앱결제 강제 도입 시점을 10월로 연기하였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자 2021년 3월에 연간 100만 달러 미만의 앱 매출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15%만 받겠다고 발표했으며, 7월에는 인앱결제 의무화 도입 시점을 2022년 4월로 연기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발사들이 많아졌고 인앱결제를 적용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고려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인앱결제 강제 조치에 따른 산업과 정부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7월 20일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고 8월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한국은 앱마켓을 규제하는 세계 첫 입법 사례로 기록되었으며 이를 참고하여 미국, 유럽 등 해외 국가에서도 앱마켓에 대한 반독점 규제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이 인앱결제를 추진하려고 이유는 결제 수수료를 통한 수익 극대화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모바일산업협회가 조사한 국내 앱 마켓의 매출 현황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앱마켓의 전체 예상 시장규모는 10조 6,639억 원이며 이 중 구글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64%로 매출액이 약 6조 8천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구글이 인앱결제를 적용하고 30%의 수수료를 거둬들인다고 할 때 비게임 분야에서 약 5,107억 원의 추가 부담액이 발생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판 분야는 약 508억 원 정도이다.


구글의 인앱결제가 출판 산업에 미치는 영향

전자출판물은 주로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서 구매와 이용이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현상과 이슈 사항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앱에서의 전자출판물의 판매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전자책 유통사 대상으로 구글 인앱결제가 미칠 영향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40%까지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소비자는 구매 채널에 따른 가격 혼란을 겪게 된다. 즉 앱에서는 인상된 가격으로 구매해야 되지만 인터넷상에서는 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이것이 도서정가제의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도서정가제란 책의 정가를 정하고 할인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책의 가격을 높여 팔았다고 해서 도서정가제 위반이라 할 수는 없다. 다만 가격의 이원화에 대한 혼란의 요소가 있을 뿐이다.

둘째, 전자출판과 창작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 출판 시장에서 전자출판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5~6% 정도이지만 최근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에 힘입어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인앱결제로 콘텐츠 가격이 인상될 경우 매출은 감소할 것이며 관련 종사자들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구글의 인앱결제가 시행될 경우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 매출이 약 2조원 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자책 가격은 통상적으로 종이책 가격의 70% 정도에서 책정돼 있어 다소 비싼 편인데 수수료 금액까지 가중될 경우 소비자 접근성은 떨어질 것이다. 결국 창작자들의 작품 활동도 축소되고 그에 따른 작품의 질적 저하는 소비자들의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다.

셋째, 고객의 다양한 정보를 확보하고 활용해 더욱 종속시킬 것이다. 구글의 인앱결제는 이용자가 사전에 체크카드나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두면 지문인식 같은 간편한 인증 단계를 거친 뒤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그런데 결제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결제 단계에서 고객의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을 확보하고 활용해서 더욱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며 독과점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구글의 인앱결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한.미 간 통상 우려 요소가 거론되고 있지만 지배적인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 금지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를 법제화 한 사례가 되기 때문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법안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모르겠지만 인앱결제에 대한 자체적인 대응책 마련은 필요해 보인다.

첫째, 국내 앱마켓을 더욱 키우고 활성화 시켜야 한다. 현재 국내 앱마켓 시장은 구글과 애플이 약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원스토어와 갤럭시스토어 등이 2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내 앱마켓 사업자의 매출비중이 겨우 12% 정도라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국내 앱마켓을 키워야 한다. 개발사들도 국내 앱마켓에 앱을 등록하고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앱 등록 관리와 유지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 시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제도적 방안이나 정부의 지원 정책 등이 필요하다. 그래야 균형 잡힌 앱마켓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둘째, 결제방식의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 앱마켓 사업자들이 강력한 도구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안전한 운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 비용을 수수료 명분으로 부과하려는 것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적정한 수준에서의 합의는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인앱결제로 특정 결제방식만을 강제하지 말고 다양한 결제 수단을 함께 제공하여 개발사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비용적인 측면, 결제 적용의 신속성, 해외 시장 확장의 용이성 등의 목적에 맞게 결제수단을 선택할 수가 있다. 이러한 개방과 자율성을 근간한 결제 환경이야말로 앱마켓 시장은 자연스럽게 확장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유연하게 앱 결제 수수료율을 처리하기 위한 정산 구조와 계약서 마련이 필요하다. 결제 수수료가 없을 경우에는 정상적인 판매가격으로 고객이 콘텐츠를 구매하고 콘텐츠 제공사와 서비스 사업자가 정해진 정산 요율에 따라 수익을 분배한다. 그런데 결제 수수료가 발생된다면 해당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정산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고객, 서비스 사업자, 콘텐츠 제공사 중 어느 일방이 부담하는 형태보다는 모두 조금씩 부담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룰 것이다. 즉 고객은 일정 금액이 가중된 가격으로 콘텐츠를 구매하고, 서비스 사업자는 판매금액의 수수료를 앱마켓 사업자에게 지불하며, 수수료 비용에서 고객이 부담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콘텐츠 제공사와 서비스 사업자가 정해진 정산 요율로 부담하는 형태로 운영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 고객에게 충분히 고지해야 하며, 콘텐츠 제공사와도 수수료 부담 형태나 투명한 정산방식 등에 관한 계약서를 확장성 있는 형태로 정형화시킬 필요가 있다.



본 글은 <기획회의> 542호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 최신 사항으로 일부 내용 추가함)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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