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와 통신의 발달로 웹 접근성이 좋아지고 웹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사용자들은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웹에서 손쉽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글쓰기에 대한 열풍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또한 웹콘텐츠(웹툰, 웹소설 등)를 기반으로 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흥행으로 지식재산권(IP)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웹콘텐츠가 원천 IP로서 출판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다양한 형태의 공모전이나 아카데미 등이 속속 등장해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글쓰기 플랫폼으로는 카카오가 만든 브런치(Brunch)가 있는데 트위터(twitter)의 공동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가 독립하여 만든 미디움(Medium)을 벤치마킹해서 큰 관심을 받았다. 2015년 6월에 오픈한 브런치는 작가 승인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매우 전문적인 글을 등록하고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일반적인 블로그 형식을 가지고 있어서 글쓰기에 최적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를 통해 출간의 기회도 제공한다. 네이버가 만든 포스트(Post)도 대표적인 글쓰기 플랫폼 중 하나이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 글쓰기에 편리하게 개발된 플랫폼으로 2014년 3월에 오픈했다. 카드형 템플릿을 제공하기 때문에 짧은 글을 직관적이며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브런치와는 달리 누구든지 자유롭게 글을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그 외에도 익명으로 글을 쓰며 노출도 무작위로 보여주는 어라운드(Around), 일상 소재를 바탕으로 글을 쓰도록 하는 씀, 익명의 형태로 글을 쓰되 카드 형태로 소통하는 모씨(MOCI) 등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들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된 책이 있다는 것은 너무도 멋진 일이다. 예전에는 책을 출간할 수 있는 방법이 전통적인 출판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책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 쓰는 방법과 기교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원고를 완성했다고 하더라도 책으로 출간해 줄 출판사와 계약하기가 쉽지 않았다. 출판사들은 어려운 출판 환경 속에서 대중적인 주제나 인지도 높은 작가 중심으로 책을 출간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출간 경쟁이 치열하고 출판사의 선택을 받기까지 수많은 장애물들이 존재했기에 책을 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1인 출판사를 만들어 출간하거나 혹은 자비 출판 형태로 책을 출간하는 경우들도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되었다.
이제는 인터넷 환경이 대중화되었고 기술과 스마트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작가와 독자의 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독자들이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으며 능동적인 주체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책을 쓰는 작가와 읽는 독자가 따로 있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들을 통해 누구든지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작성한 글들을 모아 종이책이나 전자책 등 다양한 유형의 출판물로 제작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이 확장되고 있다. 진정한 만인창작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미디어가 확장되면서 디지털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올드미디어 중심의 출판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전통적인 종이책 출판 방식에서 벗어나 전자책 중심의 셀프퍼블리싱 플랫폼을 통해 누구든지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콘텐츠의 질적 수준,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 논란, 편집과 디자인, 저작도구의 편의성 등 셀프퍼블리싱 플랫폼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들을 모색함으로써 창작 플랫폼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1) 개방형의 표준화된 저작도구 개발
소비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은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가 부족한 출판 환경 속에서 다양한 콘텐츠의 생산 수단으로서 셀프퍼블리싱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마다 콘텐츠 제작 방법도 다르고 특정 사업자에 종속되어 있다 보니 상호 호환성 이슈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셀프퍼블리싱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인 저자 관리뿐만 아니라 호환성이 높은 양질의 콘텐츠 생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개방형의 표준화된 전자책 저작도구를 지원하고 관련 교육을 통해 고품질의 콘텐츠 생산 기반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모바일 환경 속에서 텍스트 중심의 이펍(EPUB) 파일은 대표적인 전자책 포맷으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저작도구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EPUB 저작도구의 개발 기준은 2017년 1월에 W3C에 통합된 국제디지털출판포럼(IDPF)의 표준 EPUB에 맞추도록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수용하는 저작도구를 제공해야 하며 저작도구에 대한 무료 교육과 운영관리가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 제작 환경과 교육이 지속된다면 수많은 창작자들이 보다 쉽게 표준화된 전자책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저작물들은 표준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유통채널을 통해서도 큰 이슈 없이 제공될 것이다.
2) 자원 협업 창작플랫폼 구축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창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스토리에 적합한 제목을 결정해야 하며, 표지나 내지에 알맞은 디자인을 선택하고, 맞춤법 검사를 포함한 교정과 교열을 진행해야 한다. 그 외에도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해서 표절이나 인용 부분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최적의 창작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원(resource)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따라서 콘텐츠 창작에 필요한 유용한 자원들을 오픈된 환경으로 제공한다면 플랫폼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원 협업 창작플랫폼에는 다양한 자료들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저작권에 침해되지 않는 무료 자원들을 최대한 끌어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작권 단체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자원들을 연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전자책 제작 시 전자책용 라이선스 없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폰트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출판용 폰트도 필요하다. 최근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무료 폰트를 제작하여 제공하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폰트들이 사장되지 않고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공용의 무료 파일들 외에도 인적 자원들이 상호 연결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다양한 스타일의 인력 풀들이 확보되면 효율적으로 상호 협업하며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무료 자원 활용 기반 외에도 자원 공급자와 콘텐츠 제작자가 고급 자원을 상호 거래할 수 있는 유료화 모델로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야 보다 품질 좋은 콘텐츠가 제작되고 신규 일자리 창출 등 상생 기반의 출판 생태계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매년 독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출판사의 신간 종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독자들의 관심 주제가 더욱 세분화되면서 이들에게 다양한 도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출간 부수를 줄이고 발행 종수를 늘리고 있다. 전자책 역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온리 이북(Only eBook) 콘텐츠들은 종이책에 비해 훨씬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가볍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콘텐츠 소비 불만 요소들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
1) 창작자 지원 사업 확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중소출판사의 전자출판 역량 강화, 장애인의 독서환경 개선, 양질의 전자책과 오디오북 확충을 위해 실비 지원 형태로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출판사 중심의 제작 지원 사업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한계를 느낀다. 만약 이 지원 사업에 개인 창작자까지 확장시킨다면 더 넓은 콘텐츠 확충과 관심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2) 창작 콘텐츠의 IP 확장지원
‘오징어게임’, ‘시맨틱 에러’, ‘강철비’, ‘술꾼 도시 여자들’ 등 최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서 세계적인 흥행을 이끌고 있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웹툰이나 웹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IP 확장된 사례들이다. 이처럼 원천 콘텐츠가 담고 있는 고유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국내외의 다양한 산업으로 변주되면서 콘텐츠 IP(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 만큼 콘텐츠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원천 IP를 발굴하기에 셀프퍼블리싱은 좋은 플랫폼이다. 다양한 소재와 재미 그리고 대중성을 가진 콘텐츠가 많이 발굴되고 IP 확장을 위한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1차적으로 출판사들과의 연결을 통해 종이책과 전자책 출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후 영화, 드라마, OTT, 애니메이션 등의 산업과 제휴를 통한 연계를 확장시켜 나가며 성공 사례를 축적함으로써 출판의 새로운 동력원이자 가치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 외에도 해외 시장으로의 확장을 꾀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에이전시와 연계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다양한 성장 루트를 확보하며 산업을 성장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출판은 최근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들과 더불어 IP 확장이 용이한 스토리 콘텐츠 중심으로 계속 옮겨가고 있다.
소비자와 창작자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중대형 출판사들도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조금씩 출간하는 것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도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도서들은 주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있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나 유행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테이스트메이커(tastemaker)를 통해 이뤄진다. 이제 창작 플랫폼은 이러한 환경을 자연스럽게 이끌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 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는 창작 플랫폼에 대한 인프라 제공, 교육 지원, 제도 마련 등의 노력들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이은호, “셀프퍼블리싱, 비상을 준비하라”, <책&>,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7.12
- Dana Nicole, "3 strategies to build a profitable author platform without an audience", ConvertKit, https://convertkit.com/author-platform (2022.5.28.)
- IDPF, http://idpf.org/ (2022.5.20.)
- Self Publishing Resources, “10 Best Self Publishing Strategies: Self-Publishing The Smart Way”, https://selfpublishingresources.com/self-publishing-strategies/, Arril 4, 2022 (2022.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