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Pandemic) 기간 동안 출판산업은 다른 산업들과는 달리 코로나 특수 효과를 많이 누렸다. 그런데 2022년 4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대면행사나 외부 활동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분야별 도서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행서나 자기계발 분야의 도서 판매량은 증가했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마음의 위안을 찾거나 힐링하기 위한 심리학, 시/에세이, 소설 분야가 큰 관심을 받았다. 그에 반해 부동산, 투자, 경제/경영 분야의 도서들은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소비자들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출판산업 매출은 전반적으로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K한류에 대한 열풍은 K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국내 작가들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2월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Bologna Children’s Book Fair)에서 이수지 작가와 최덕규 작가가 라가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이수지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ans Christian Andersen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출판계에서는 도서, 웹툰, 웹소설 등 영상화가 가능한 지식재산권(IP) 개발을 통해 새로운 활로 개척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좋지 못한 사건들도 많았다. 국립어학원의 ‘문어 말뭉치’ 구축사업 과정에서 웅진북센이 2010년 인수한 북토피아의 콘텐츠 약 1만 6천여 종에 대한 저작권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2022 출판산업 콘퍼런스-결산과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산업별 매출액 규모에서 출판사 매출액은 3조 7,8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반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및 도매.총판을 포함한 출판유통사업체 매출액은 3조 9,99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8%가 증가했고, 전자책 유통사 매출액도 5,479억 원으로 전년대비 18.6%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2022년은 웹콘텐츠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이용량이 증가하면서 전자출판 산업이 크게 성장한 해였다.
출판산업에서 첫 유니콘(Unicorn) 기업이 탄생했다. 전자책 판매를 시작으로 2008년에 설립된 리디(RIDI)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도서 중심의 사업으로 운영을 했지만 이후 웹툰과 웹소설까지 영역을 확장시키며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2019년에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고, 2022년에는 유니콘 기업으로 등재됐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2022년의 국내 전체 유니콘 기업은 총 18개사인데 그 해에 새롭게 추가된 7곳에 리디가 포함되었다.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리디는 그 해 2월에 싱가포르투자청(GIC),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2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약 1조 6,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참고로 예스24의 시총은 2,000억 원 정도인데 이보다 약 7~8배 정도 높게 인정받은 것이다. 리디의 첫 해외 투자 유치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 웹콘텐츠 서비스의 성장, K-콘텐츠 열풍 등이 고려되어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물가 상승, 금리 인상, 가계 생활 부담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알뜰하게 소비하려는 체리슈머(Cherry Sumer) 가 늘어났다. 가성비와 유연한 소비를 추구하려는 전략적 소비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상품을 소유하신 대신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한 만큼만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가 주목 받게 되었다. 2022년 전자출판 산업에도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국내 월정액 전자책 서비스 1위인 밀리의서재는 지난 2021년 9월 지니뮤직에 인수된 이후 KT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로 가입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39만명이었던 구독자 수는 2022년 8월에 91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 동안 영업적자를 기록했었는데 2022년 상반기에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도서 IP을 기반으로 전자책, 오디오북, 오디오드라마, 챗북 등으로 영역을 확장 시키며 성장해 나가고 있는 밀리의서재가 2022년 9월 전자책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기 위해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갔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출간 플랫폼, 장르 사업, 키즈 콘텐츠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갔지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등으로 위축된 IPO 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11월에 상장철회를 했다.
온라인 환경에서 통신기술의 발전과 디지털콘텐츠의 성장으로 전자출판 산업의 매출은 매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출판사 77곳을 대상으로 분석하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발간한 《2022년 출판시장 통계》 자료에 의하면 국내 단행본 출판사 매출액은 전년 대비1.4% 줄었지만, 전자출판 플랫폼 기업 13곳의 매출액은 1조 2,589억원으로 전년 대비 30.1% 크게 성장했다. 특히 네이버웹툰이 5,489억원, 리디가 2,157억원을 기록했다. 추가로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스토리부문(웹툰.웹소설 부문 포함) 매출 5,589억원을 포함하면 1조 8,17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3% 성장했다.
특히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가 벌써 1조원을 돌파했다. 웹소설 기반의 지식재산권(IP)이 드라마, 영화, 웹툰 등으로 확장되면서 웹소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2022년 웹소설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1조 3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최대 100배 가량 성장한 수치이다.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은 사회, 경제, 문화 전반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켰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AI를 적용해 소비자 지향적으로 서비스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인간보다 뛰어난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미드저니(Midjourney) 를 이용해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Space Opera Theater)」 작품이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AI와 예술, 저작권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렇다면 AI를 활용해 만든 작품들은 과연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인간이 만든 창작물’에 한해서만 저작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에서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사례들이 있었다. 지난 2018년 11월에 AI 개발자 스테판 탈러(Stephen Thaler)가 AI로 창작한 「파라다이스로 가는 최근 출입구(A Recent Entrance to Paradise)」 이미지를 USCO에 등록 신청했지만 2022년 2월에 저작권 신청이 취소됐다. 또한 작가 겸 프로그래머인 크리스 카쉬타노바가 미드저니를 통해 그린 18페이지 분량의 공상과학(SF) 장르 만화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를 2022년 9월에 저작권 신청을 했는데 이미지 자체에 대한 대한 저작권은 일정 받지 못하고 글과 이미지의 배치에 대한 일정부분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인정받았다.
특히 오픈AI가 지난 2022년 11월 말에 공개한 대화형 AI 챗봇인 챗GPT(ChatGPT)는 전세계인을 열광시켰다. 출시한지 불과 두 달 만에 1억 명의 월간 사용자수(MAU)를 돌파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단시간에 달성한 IT서비스로 기록되었다. 그러면서 전세계적으로 챗GPT와 관련한 주제의 도서들 그리고 챗GPT를 활용해서 출간한 도서들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스노우폭스북스), 『매니페스토(Manifesto)』(네오픽션),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 등 챗GPT를 이용해서 제작한 수많은 도서들이 출간됐다. AI를 이용하면 도서출간의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매년 독서 인구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디지털 독서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오디오북은 신규 독자의 확보와 새로운 독서 경험의 매체로서 크게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오디오북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 타이틀은 매우 제한적이다. 오디오북 제작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어느 정도 판매가 보장되는 베스트셀러나 이슈 도서들을 선별해 오디오북으로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디오북 콘텐츠의 다양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타입캐스트, 자이냅스, 네이사피엔스, 마이AI보이스 등 AI 음성합성 기술을 활용한 오디오북 제작방식이 크게 주목 받고 있으며, 이러한 솔루션을 이용해 제작한 오디오북 콘텐츠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참고로 2023년 1월에 애플(Apple)이 디지털 내레이션(Digital Narration)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디지털 내레이션은 언어학자, 품질 관리 전문가, 오디오 엔지니어의 작업을 통한 고급 음성합성 기술로 전자책 파일에서 고품질의 오디오북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수많은 전문 내래이터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뒤 AI 목소리로 오디오북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해서 모든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여주고 청취자가 더 많은 도서를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문 내래이터가 녹음을 하게 되면 몇 주의 시간이 소요되고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AI 오디오북 제작방식은 비용의 효율성을 크게 높여준다. 현재 애플 북스(Apple Books)에서는 픽션(Fiction)과 로맨스(Romance) 소설에서만 AI 목소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제목 옆에는 ‘AI가 읽어줌(Narrated By AI)’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다. ‘AI narration’으로 검색해보면 수많은 오디오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누구든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기록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다양화되는 나노 사회(Nano Society)가 되었다. 산업들은 이러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초개인화 큐레이션’과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대중의 시대에서 개성의 시대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들도 매년 6만여종 이상의 다양한 주제의 신간 도서들을 출간하고 있다. 하지만 도서 판매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보니 출판사로서는 어느 정도의 시장성을 예측하고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졌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질 책에 대한 고객들의 사전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원고와 편집 능력 만으로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 의하면 프로젝트의 수가 가장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던 분야가 출판이며 2022년 전체 펀딩 수에서 출판이 25%로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출간된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등 상당수의 작품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단행본 분야뿐만 아니라 글술술 작가의 『천재 배우의 아우라(Aura)』(지식과감성), 태비의별 작가의 『모시던 아가씨가 도련님이 되어버렸다』(고렘팩토리) 등 장르 소설 분야의 작품들도 큰 호응을 받았다. 그렇다 보니 출판사들은 신예 작가 확보를 위한 채널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창작 플랫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누구든지 출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며 출판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작가와 출판사 사이의 경계뿐만 아니라 독자와 작가 사이의 경계 마저도 사라졌다. 소비자가 창작자가 되고, 창작자가 출판사가 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제는 오직 출판사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책을 출간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들이 생겨났다. 또한 젊은 독자들은 디지털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소비하려는 성향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들이 종이책 보다 전자책을 먼저 출간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종이책에 비해 제작 비용도 저렴하며, 제작 기간도 짧고, 독자와의 소통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출간된 책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도 많이 포함되고 있다. 밀리의서재에서 전자책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였던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는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2022년 1월에 종이책으로 출간되어 그 해 7월까지 약 16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복복서가), 이정명 작가의 『부서진 여름』(은행나무), 김중혁 작가의 『내일은 초인간』(자이언트북스) 등 다수의 도서들도 전자책을 먼저 출간하고 나중에 종이책으로 출간되었다. 이러한 전자책 선출간 종이책 후출간 현상들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대부분의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또한 관계의 확장성 또한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에서 훨씬 자유로웠다. 그로 인해 이전의 일상으로 회복되었어도 우리는 여전히 온라인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 2022년 교보문고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이 활발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매출의 59.3%가 온라인 채널에서 발생됐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디지털 라이프(Digital Life)의 시대가 된 것이다.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를 포함해 알파 세대들은 모든 것들의 중심에 디지털이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반의 출판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특히 웹소설이나 웹툰 등 원천 콘텐츠로서 출판IP 확보의 중요성이 계속 증가되고 있다. 출판사들은 신간 도서들을 출간할 때 매체의 다양성을 기본적으로 고려할 것이며 IP를 염두에 두고 집필해 나가는 성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2년은 「제5차 출판문화산업 진흥 계획(2022~2026)」이 시작되는 해이다. ‘책으로 만드는 K-컬쳐, 출판으로 성장하는 문화매력 국가’를 비전으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출판산업이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고, 수요를 확대시키며,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추진 전략 과제들이 마련되었다. 또한 2023년은 출판문화산업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도에 대한 유지 타당성을 검토해 재개정하는 해이다. 급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출판의 활기찬 도약을 위한 든든한 기반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본 글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한국출판연감>에 2023년 9월 기고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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