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호 Jun 04. 2024

숏폼 시대, 도서 요약서비스는 필요한가?

숏폼 콘텐츠의 전성시대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념과 의미가 변하는데 요즘같이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정보 가치도 상대적으로 짧아지고 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빠르고 신속하게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당연히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서 시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성비’가 주목받고 있다. 시성비는 타임 퍼포먼스(time performance)라는 뜻을 가진 일본의 타이파(タイパ)와 같은 개념으로 인터넷 강의를 배속으로 듣는다거나, 영화나 드라마의 요약 영상 등을 시청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방법은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다. 특히 최근에는 ‘분초(分秒) 사회’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필요해지고 있다.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소비하려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 숏폼(short form) 형태의 콘텐츠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고 짧게 즐기는 시대가 되면서 콘텐츠의 소비 방식도 바뀌고 있다. 그러면서 각 산업에서 창작되고 있는 콘텐츠 길이도 짧아지고 있다. 영화 뿐만 아니라 음악도 마찬가지다. 노래의 전주 부분이 짧아지고 전체 재생 시간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걸그룹 노래의 평균 재생시간을 살펴보면 2007년에 3분 54초에서 2015년에는 3분 27초 그리고 2023년에는 3분 5초로 줄었다. 케이팝의 핵심 소비자인 10~20대에게는 틱톡(TikTok)과 같은 숏폼이 가장 자연스러운 콘텐츠이기 때문에 전주를 짧게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료 음원 서비스가 2000년대 후반부터 안정적으로 정착하면서 1분 정도의 미리듣기를 무료로 제공하였는데 이 1분 안에 이용자를 사로잡기 위해 매력적인 멜로디를 포함시켜야 되기에 재생 시간이 짧아진 것이다.


도서 요약서비스의 특징

책은 여전히 인류의 지식과 문화가 집적되어 있는 대표적인 매체로 손꼽히고 있으며 매일 수백 권씩의 신간 도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발간한 <2023 한국출판연감> 자료에 의하면 2022년에 발행된 신간 종수가 61,181종이라고 한다. 이처럼 많은 도서들이 출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텍스트에 비해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영상과 숏폼 콘텐츠가 주목을 받으면서 장문의 글을 집중해서 읽지 못하거나 대충 훑어보는 습관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로인해 문해력(literacy)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 될수록 무엇보다 정보의 선별 능력, 독해 능력, 분석과 사고 능력 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능력들을 키우는데 책은 매우 유익한 매체이다. 

독서를 하게 되면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창의적 인간인 호모 크레아투라(Homo Creatura)가 되기 위해 읽기를 습관화해야 한다. 하지만 독서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의지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작업이기에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걸림돌을 보완해주기 위해 도서 요약서비스가 필요하다. 도서 요약서비스는 책의 내용을 약 A4 10여장 정도의 분량으로 내용을 정리해 주기 때문에 읽는데 부담감도 없고, 짧은 시간에 도서의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하기에도 쉽다. 물론 텍스트,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태로 요약본이 제공되고 있어서 효율적으로 이용도 가능하다. 특히 최근 도서 출간 종수가 증가하면서 도서의 생명주기도 짧아지고 있는데, 도서 요약서비스를 이용하면 그 동안 발견되지 못했던 좋은 도서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요약된 형태라서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읽고 싶은 도서가 있다면 완성본의 도서를 읽는 것이 좋다. 이는 출판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참고로 도서 요약본은 원작의 2차적 저작물로 간주되기 때문에 2차적 저작물의 생성과 배포 등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저작권자는 자신의 저작물이 어떤 형태로든 복제, 배포, 변형되는 것을 통제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익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투명하게 정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저작권 침해로 간주되어 법적 분쟁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외 도서 요약서비스 현황과 흐름

최근 미디어 환경과 콘텐츠의 변화로 인해 읽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러면서 도서 요약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도서 요약서비스로는 2012년에 독일의 오디오북 스타트업으로 시작된 블링키스트(blinkist)가 있다. 다양한 분야(자기계발, 비즈니스, 과학 등)의 논픽션 도서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15분 정도 분량의 요약본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6,500여권 이상의 요약본 도서가 텍스트와 오디오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사용자의 관심사와 독서 습관을 분석하고 맞춤형 도서 요약을 추천하기도 한다. 지난 2023년 5월에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Go1에 인수되었다.

2019년에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에듀테크 스타트업인 헤드웨이(Headway)는 현재 2,000권이 조금 모자란 도서 요약본을 제공하고 있지만 경쟁사 대비 편리한 검색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으며 이용료도 저렴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리딩그래픽스(ReadinGraphics)는 텍스트나 오디오북 외에 인포그래픽 형태도 제공하고 있는 유일한 요약서비스이다. 비록 요약본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매년 36종 이상의 요약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 외에도 겟앱스트랙트(getabstract), 스토리샷(storyshots), 인스타리드(Instaread), 서머라이즈봇(SummarizeBot), 숏폼(shortform), 플라이어(Flier) 등 다양한 유료 도서 요약서비스들이 각각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는 북코스모스나 네오넷코리아(북집) 등이 대표적이다. 밀리의서재도 리딩북이나 챗북 등 다양한 형태의 요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약본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핵심적인 부분을 잘 추려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도서 요약본의 제작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면서 생산해내는 요약본 종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도서 요약서비스가 출판시장에 미치는 영향

도서 요약서비스는 책과 관련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출판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도서 요약서비스를 이용하여 책의 주요 내용을 파악한 일부 고객들이 요약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 도서를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도서 판매량은 감소되게 되고 결국 출판사와 저자의 수익도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주로 신간 도서에 한정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출판사가 일정 기간을 고려하여 순차적으로 요약서비스를 허락해 준다면 큰 이슈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독자들에게 발견되지 못해 사라져 간 좋은 구간의 도서들에 대해서는 도서 요약서비스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하나의 홍보 채널이자 도서 구매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도서 요약본은 책의 전체 문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대략적인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용이하지만, 심층적인 도서 내용의 이해와 감동을 경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럴 경우 도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독자는 구매를 하게 되고 깊이 있는 도서를 하게 될 것이기에 도서 요약서비스는 비독자나 간헐적 독자의 독서 욕구를 자극시키는 데에도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특히 숏폼 콘텐츠는 주로 시청각 형태로 전달되지만, 도서 요약서비스는 텍스트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도 긴 텍스트의 글을 읽게 만든 롱블랙 사례를 참고해할만 하다. 어떻게 독자에게 책 읽기를 도와주고 관심을 가지며 습관화 시킬 수 있을지에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맺음말

수많은 미디어 콘텐츠의 범람으로 이제는 책이 아니어도 지식과 정보를 얻거나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한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숏폼 콘텐츠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 화면에 전혀 다른 3~4개의 영상이 동시에 재생되는 슬러지 콘텐츠(sludge contents)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긴 글을 읽어야하는 독서 활동은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지식과 정보에 대한 주체적 인식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독서를 하게 되면 '자신의 생각을 판단하는 능력'인 메타인지를 강화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렇기에 독자들에게 다양한 도서들을 소개하고 읽는 습관을 형성시키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그 대안으로 도서 요약서비스는 독자의 시간을 절약시켜줄 뿐만 아니라 도서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본 글은 한국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이은호의 출판 트렌드] 숏폼 시대, 도서 요약서비스는 필요한가? < 전문가 칼럼 < 칼럼 < 지성의 전당 < 기사본문 - 한국대학신문 - 411개 대학을 연결하는 '힘' (unn.net)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eholee

[트 위 터]: http://www.twitter.com/viper_le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