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출판 동향 (전자출판)

by 이은호

2023 전자출판 산업의 총평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2023 출판산업 콘퍼런스-결산과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산업별 매출액이 모두 증가했다. 도서 판매량은 감소했으나 정가가 오르면서 출판사업체 매출액은 4조 5,9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 소폭 증가했다. 출판유통사업체(오프라인 서점, 온라인 서점, 도매.총판)의 매출액은 5조 1,8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8.5%가 증가했다. 구분별 매출 비중으로는 온라인 서점이 가장 높지만, 엔데믹 이후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 증가세가 온라인 서점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마지막으로 전자책 유통사 매출액은 5,601억 원으로 전년대비 2.2% 증가했는데 매년 장르 문학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023년 출판 산업에는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코로나19 펜데믹의 종식이 선언되며 오프라인 시장의 활기가 어느 정도 되살아났지만, 불경기의 영향과 책값 인상 등으로 독서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영상 콘텐츠의 소비 시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출판 시장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한 해였다. 더불어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2023년 상반기 월평균 오락·문화비(185,945원)에서 서적구입비(9,549원)가 차지하는 비율은 5.1%로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비율을 나타냈다. 또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자료가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2021년 대비 독서율 하락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독서 인구의 감소와 도서 판매가 크게 위축 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K-문학이 약진하면서 해외에서 한국 책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고(故) 이우영 작가의 ‘검정 고무신’ 사태, 알라딘과 서울도서관의 전자책 서버 해킹 사건,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도서 지원 예산 삭감 등 뜨거운 이슈들이 많았던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사상 초유의 전자책 유출 사건 발생

디지털콘텐츠는 일반적으로 무형물의 형태로 인터넷 환경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배포권이 아닌 전송권과 복제권이 필요하며, 또한 저작권 보호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콘텐츠에 디지털 저작권 관리기술(DRM)을 적용시킨다. 따라서 디지털콘텐츠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복호화를 위한 문자키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2023년에 전자책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취약성이 드러나며 보안에 경종을 울린 사건들이 발생했다. 우선 서울시 공공도서관에서 전자책 2만 8천여권이 인터넷에서 무료로 열람하고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상태로 방치된 사건이 있었다. 이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전자책 열람이 가능한 ‘설치형 뷰어’에서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웹 사이트에서 바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웹 뷰어’로 바꾸면서 발생되었다.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파일 경로를 알아서 크롤링(Crawling) 하면 암호화도 안 된 전자책 파일들이 줄줄이 나온다”는 글을 올리고 나서야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조치한 것이다. (※ 크롤링(crawling)은 웹 페이지를 그대로 가져와서 데이터를 추출해 내는 행위를 말하며, 크롤링하는 소프트웨어는 크롤러(crawler)라고 부른다)

또한 2023년 5월에는 국내 3대 온.오프라인 서점 중 한 곳인 알라딘(Aladin)에서 전자책 72만권이 유출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한 고등학생이 시스템을 해킹해서 DRM을 해제할 수 있는 ‘복호화키’를 획득했고 전자책의 암호를 푼 뒤 원본 콘텐츠를 유출했다. 이 가운데 약 5천여 권을 A.Exploit이라는 텔레그램(Telegram) 채널에 유포한 이후 알라딘에 수십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Bitcoin) 을 요구하였다. (※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암호화폐로 화폐 단위는 BTC로 표시한다.) 사실 알라딘 외에도 예스24의 전자책 복호화키 143만권도 유출됐으나 예스24 측에서 이를 인지한 뒤 즉시 복호화키를 무력화 시켜 실제 원본 콘텐츠의 유출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책 유출 사건 이후 알라딘은 한국저작권보호원에 신고하였고 추가 유출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일부 출판들이 직접 알라딘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라딘은 현재까지 도서 판매 유통사가 콘텐츠 유출로 개별 출판사에 피해 보상을 한 사례가 없었으며, 자칫 전자책 해킹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개별 보상을 하지 않았다. 대신 양대 출판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가 앞장서서 피해를 입은 출판사들에 대한 보상 및 유통사의 보안 시스템 강화 등에 대해 알라딘과 협의해 나갔다. 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자 일부 출판사들은 알라딘에게 전자책 신간 공급을 중단했고, 2024년 2월부터는 종이책 등 모든 단행본 공급까지도 무기한으로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출판사 입장에서는 전자책 해킹이 저작권 침해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으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결국 알라딘이 출판 단체와 최종 합의에 이르면서 마무리 되었다.

디지털콘텐츠가 유출되면 인터넷 상에서 무제한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출판사, 유통사, 작가 모두에게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들을 계기로 전자책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 시스템 강화 및 관련 법제도 장치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표준 보안 기술 방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고민해나가야 성숙한 전자출판 시장 확장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생성형AI 저작물 확장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ChatGPT)를 공개한 이후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후 2023년부터는 구글의 바드(Bard), 메타의 라마(LLaMA), 네이버의 오션(OCEAN) 등 생성형 AI 모델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생성형 AI가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생성형AI의 활용이 확산되면서 출판계에서도 『AI 이후의 세계』(윌북),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조건』(휴머니스트), 『권력과 진보』(생각의힘) 등 인공지능(AI)과 관련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직까지는 출판산업에서 생성형AI의 활용이 초입 단계에 있지만 창작 작업에서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서고 있다. 더불어 AI가 출판산업에 제공할 편의와 위험을 둘러싼 논쟁들에 대해서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우선 AI를 활용한 저술 방식이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스노우폭스북스는 셔터스톡(Shutterstock)으로 표지를 디자인 했고, 챗GPT가 원고를 영어로 썼으며, 인공지능 번역기 파파고가 한글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스노우폭스북스)을 출간해서 큰 주목을 받았다. (※ 셔터스톡(Shutterstock)은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DALL-E)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생성 AI 플랫폼이다.) 자음과모음은 장르 소설 브랜드인 네오픽션을 통해 작가 7명이 챗GPT에게 명령을 입력하고 그 결과물을 다듬어 만든 단편소설집 『매니페스토』(네오픽션)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 『챗GPT 어디까지 써봤니』(매일경제신문사), 『챗GPT가 제안하는 미래 자녀 교육』(싸이프레스) 등 챗GPT와 인간이 협업하여 출간한 도서들이 엄청 쏟아져 나왔다.

또한, AI는 번역 시장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번역의 수준, 속도, 이용 편의성, 가성비 등이 매우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번역의 오류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번역기로 초벌 번역을 하고 이를 번역가가 검수해서 완성도를 높이는 ‘기계번역 사후교정(MTPE)’ 방법이 일반화되고 있다. (※ AI로 번역한 문서의 교정 작업을 MTPE(Machine Translation Post Editing) 또는 포스팅 에디팅(Post Editing)이라고 한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한 ‘2022년 한국 문학 번역상’ 웹툰 부문에서 파파고를 활용해 신인상을 받은 일이 있었다. 한국어가 서툰 일본인 마쓰스에 유키코(松末有樹子)가 파파고 이미지 번역 기능을 이용해 초벌 번역을 하고 이후 어색한 표현들을 고쳐서 작업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이슈가 된 사건이다. 이러한 논란이 일어나자 한국문학번역원은 이후 <AI 번역 현황과 문학 번역의 미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최근 해외의 대표 출판사들은 국내 출판사들과 판권 계약 체결 시 계약서에 ‘인공지능(AI) 번역기 사용 금지’라는 조항을 넣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AI번역기를 사용할 경우 오역의 문제뿐만 아니라 원문의 유출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이처럼 챗GPT의 사용이 확산되면서 『진짜 챗GPT 활용법』(위키북스), 『챗GPT업무 사용 매뉴얼』(한빛비즈) 등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IT 도서들의 출간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이와 관련해 빅데이터를 이용한 업무자동화와 실무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으며, 데이터 관련 자격증 도서들의 수요도 높아졌다. 생성형AI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여 창작, 번역, 디자인 등 출판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AI 활용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AI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여 만든 콘텐츠 역시 표절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반면 챗GPT를 단순한 지적 창작의 보조 도구로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즉 챗GPT가 출판 산업에서 콘텐츠 생산 프로세스를 자동화시킬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전에 인간이 작업하던 일들을 자동화하거나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종류의 콘텐츠 또는 서비스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챗GPT가 작가의 독특한 능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결국 AI와 인간이 어떻게 협업하며 공진화(Coevolution) 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구독 서비스 시장의 성장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는 보다 저렴하게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방식을 더욱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2023년에는 자연스럽게 구독 서비스가 큰 성장을 이루기 시작했다. 2022년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밀리의서재는 2023년 매출액이 5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도 104억 원을 내면서 전년 대비 149%가 증가했다. 그 배경에는 ‘구독’이라는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밀리의서재는 지난 2021년에 KT그룹 산하 지니뮤직에 인수된 이후 2022년부터 통신사 요금제에 ‘밀리의서재’ 서비스가 포함된 번들링 요금제를 제공하면서부터 신규 구독 고객이 크게 증가했다. 밀리의서재 전자책 구독 서비스의 채널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B2B(기업, 제휴 고객 포함)가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국내 주요 대기업(삼성,현대,LG 등)부터 교육청을 비롯한 공공기관, 지자체까지 기업 시장의 고객을 확장해 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콘텐츠로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고민하며 기획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2023년 4월에는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로 구성된 영상형 독서 콘텐츠 오브제북을 선보이기도 했다. 개인 취향에 맞춰 내레이션, 현장음, 배경음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서 편안하고 즐거운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시도한 것이다.

교보문고도 전자책 구독서비스인 샘(sam)을 운영하고 있다. 요금제는 무제한, 프리미엄, 스페셜로 구분되어 있으며 주로 B2C 채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23년에 B2B 채널 중심의 북모닝CEO를 sam 서비스와 통합시켰다. 이를 통해 구독서비스를 B2B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교육부에서 매년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학생들에게 쉽고 편하게 독서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민관과 협력해 ‘e-북드림’ 이라는 무제한 구독서비스를 매년 제공하고 있는데, 2023년부터는 롯데장학재단, 예스24 등과 협력해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 윌라는 오디오북 중심의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2023년 윌라 연말결산’ 자료에 의하면 총 재생시간은 전년 대비 33% 증가했으며 구독자 인당 월 평균 재생시간도 18시간에서 20.8시간으로 약 15%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구독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023년 12월부터 향후 오디오북 서비스를 구독했지만 이용하지 않은 가입자도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밀리의서재, 윌라, 교보문고, 스토리텔, 오디언소리 등 5개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 사업자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기도 했다.

출판 산업은 다른 산업들에 비해 구독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도서는 OTT와는 달리 출판사가 특정 유통사에게만 콘텐츠를 독점으로 제공하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원가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구독자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만 하면 큰 성공을 달성할 수 있다.


2024 전자출판 산업의 전망

매년 도서 판매량과 독서율이 감소하고 있다. 그나마 디지털 세대들이 새로운 독자로 부각하면서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앞으로 디지털 환경과 기술은 더욱 더 안정적이며 빠르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다양한 뉴미디어들은 더욱 더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그 기반 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 고민하고 개발해 나가야 한다. 종이책 중심의 책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법제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모델을 포함한 새로운 출판 정책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

향후 생성형AI를 활용한 출판물은 더욱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기에 AI의 역할, 기능, 활용성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특히나 저작권 침해에 대한 문제가 있기에 그에 합당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매체의 활용 방안 및 판매 채널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오픈마켓 시장은 더욱 확장될 것이며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구독서비스가 주요 소비 방식으로 자리잡아가게 되면서 효율적인 정산 방식에 대한 협의와 검토 과정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은 개정 도서정가제가 발표되고 시행될 예정이며,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 계획(2024-2028)」이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책을 읽는 사회, 출판시장 성장의 지렛대로 삼는 독서문화-출판산업 연동 정책이 필요하다. 문화의 기반이 되는 책과 독서가 탄탄하게 설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 <끝>



본 글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한국출판연감>에 2024년 9월 기고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또한, 본 글은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는 글로써 인용 시 출처 정보를 꼭 표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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