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사회적, 경제적, 국제적으로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2000명의 의대 증원 발표, 기준금리 인하, 제주항공 참사 등 대형 사건사고들이 많이 일어났다. 경기 불황은 지속되었고, 소비 심리도 크게 위축되었다. 출판산업의 체감경기도 그 어느 해보다 어려웠다. 독서진흥 관련 예산의 대폭 삭감, 계룡문고의 폐업, 디지털 콘텐츠의 범람 등으로 출판산업은 크게 위축되었다. 그럼에도 출판IP를 활용한 2차 저작권 시장의 확장, Z세대의 텍스트힙(Text-Hip) 열풍,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개최 등의 좋은 소식들도 많았다. 특히 정부 지원 없이 4월에 치러진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5만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방문하며 큰 흥행을 기록했는데, 관람객 중 20대가 45%, 30대가 28%를 차지하며 젊은 층의 호응이 매우 높았다. 뿐만 아니라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어 독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10월에는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직후 불과 6일만에 한강의 책 100만 부가 판매되며 침체되어 있던 출판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지난 2023년 3월에 출간됐던 『세이노의 가르침』이 1년 4개월만에 100만 부를 달성했던 것을 보면 매우 이례적인 판매량이 아닐 수 없다.
신간 발행 종수도 증가하고 여러 호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서 판매량은 계속 감소했다. 여기에는 소셜미디어와 숏폼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면서 독서습관과 소비방식이 크게 변화된 영향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옥스퍼드 출판부가 2024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브레인 롯(Brain ro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브레인 롯(Brain rot)은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1854년에 쓴 『월든(Walden)』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물질주의에 찌든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했는데, 현대에선 온라인 콘텐츠를 과하게 소비하고 난 뒤 뇌가 퇴보한 상황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됐다. 뇌가 멍해지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이 단어는 비교적 가볍고 짧은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함으로써 정신적이고 지적인 노력이 전반적으로 쇠퇴하는 과정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로 인해 매년 문해력의 이슈나 독서율의 감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2021년 대비 2023년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 은 3.9권으로 0.6권 줄었으며, 하루 독서시간도 18.5분으로 1.9분 감소했다. 다만 매체별로 독서율 추이를 살펴보면 전자책은 19.4%로 증가했는데, 주로 2030세대의 증가 폭이 높게 나타났다. 연간 종합독서량은 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 등을 제외한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거나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들은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처럼 전자출판 시장은 젊은 세대의 디지털 독서 확산과 구독 서비스의 약진으로 꾸준하게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비독자의 독자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 계획(2024-2028)」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성인 독서율은 50%, 연간 독서량은 7.5권으로 높일 계획이다.
학술출판 시장의 위기는 매년 가중되고 있다. 해마다 출산 인구수는 감소하고 있고, 이로 인해 대학교와 대학생 수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1만원도 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불법복제 환경도 손쉬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비싼 교재를 구매하지 않고 불법으로 복제해 사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발표한 <2024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전자스캔본 교재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이 61.9%이며 전자스캔본 교재 이용 과목의 평균 수도 2.9개나 됐다. 특히 복수선택을 통해 나타난 불법경로는 지인으로부터 공유 받았다는 비율이 44.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저작권보호원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전국 대학교 주변 약 600여 곳의 복사 업소를 대상으로 전공 서적의 불법 제작과 유포 예방을 위한 단속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한 불법복제 근절과 대안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전자책 형태의 교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교재 단체나 출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최대의 학술전문 출판사인 학지사는 대학교재 플랫폼 ‘캠퍼스북(Campus Book)’을 자체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대학출판협회는 ‘스콘 북카페(SCONN Bookcafe)’와 연계하여 대학교재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주요 서점뿐 아니라 박영사, 한빛아카데미 등 대학 교재 전문 출판사들도 자체 전자책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전자책으로 제작된 대학 교재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대학 교재, 취업·수험서 관련 전자책 매출이 전년과 대비해 2022년 12%, 2023년 55%, 2024년 51%씩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교보문고도 주요 교육 대학교 4곳(한국교원대, 대구교대, 광주교대, 경인교대)과 대학교재 디지털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자책 교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MOU를 체결한 대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과목의 교재 리스트를 확보하여 해당 출판사의 동의를 구한 교재에 한해 2024년 2학기 대학교재 시범서비스 운영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교재 구매 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불법 유통되고 있는 저작물을 보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교재 콘텐츠 확보에 대한 이슈가 존재하고 있으며, 차별화된 정보 제공을 위한 대학교재 구독 서비스들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교육부에서도 이런 디지털 대학교재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할 경우 이를 벤치마킹해 2025년에 전국 단위 사업으로 확장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은 구독경제와 맞물리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는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변하면서 최근 전자책 구독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여러 플랫폼 사업자나 유통사 들이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런칭해 나가고 있다. 오디오북 구독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윌라는 지난 2023년 말에 전자책까지 구독 서비스의 범위를 확장하며 플랫폼을 확대시켰으며, 예스24도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전자책 구독 서비스 '예스24 북클럽'을 11월에 '크레마클럽'으로 브랜드명을 변경하며 서비스를 강화했다. 알라딘 역시 최근 '만권당'이라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새롭게 런칭하고 출판사로부터 콘텐츠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그 외에도 교보문고의 'sam', 리디의 '리디셀렉트' 등 여러 구독서비스들이 운영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 아마존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나 스웨덴의 '북비트(Bookbeat)', 라쿠텐의 ‘코보 플러스(Kobo Plus)’ 등의 구독 서비스가 약진하고 있다. 국내도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견인하고 있는 '밀리의서재'가 2024년 매출을 726억원 달성하며 전년 대비 28.3%가 증가했다. 특히 전자책 정기구독 매출 비중이 98.8%를 차지하고 있어서 구독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말 기준으로 누적 가입자도 856만 명으로 전년(710만 명) 대비 20.6%가 증가했다.
출판사들도 구독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구독 서비스에 대해 보수적이던 출판사들도 서서히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하고 있다. 다만 출판사가 받게 되는 정산금액에 대한 타당성 논란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참고로 국내 전자책 구독 서비스의 정산방식은 크게 2가지 형태로 나뉘어져 있다. 첫째 교보문고식 정산방식이다. 해당 월에 발생된 구독금액을 기준으로 구독자가 어떤 도서를 어느 정도 선택했는지에 대한 비율로 계산하여 출판사에 정산해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매월 출판사들이 받는 정산 금액은 가변적으로 변화되지만 구독금액이 높아지고 선택을 많이 받는 도서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정산을 받게 되는 구조이다. 둘째 밀리의서재식 정산방식이다. 후발주자로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대부분 이 정산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 방식은 해당 월에 발생되는 구독금액과는 무관하게 해당 도서가 특정 횟수(신간과 구간의 기준이 다름)만큼 선택을 받게 될 경우에만 종이책 정가 기준으로 특정 비율만큼 고정적으로 정산해주는 구조이다. 구독자가 증가되더라도 출판사는 선택을 받아야만 정산이 되는 구조이다.
한국출판인회의는 2024년 5월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구독서비스 정산금액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60%에 달하는 출판사들이 현행 전자책 구독형 서비스 정산 방식에 변화를 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10월에 한국출판인회의가 밀리의서재와 함께 출판계와의 상생을 위해 신간 도서에 한해 전자책 정산 주기 단축과 함께 공급률 기준 및 정산 금액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신간 도서는 '종이책 출간일' 기준 1개월 이내의 도서로 규정하고 있으며 기존에는 1년동안 15회가 되면 종이책 정가 기준의 80%를 정산해 주었다. 이후 협의된 사항은 1년 동안은 15회 기준으로 종이책 정가의 90%를 정산해주고, 2년까지는 20회 기준으로 종이책 정가의 80%를 정산해주며, 3년부터는 25회 기준으로 종이책 정가의 80%를 정산해 주는 내용으로 조정되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신간 전자책 정산 조건이 바뀌면서 최초 2년간 신간 정산 금액이 기존 대비 17.2% 증가한다. 이 정산 증가 방안은 12월부터 적용되었다.
Z세대의 독서 문화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기에 출판 생태계(작가, 출판사, 유통사 등)는 이러한 변화들을 수용해 나가야 한다. 소비자가 텍스트힙 열풍에 따라 책을 구매하고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정보의 소비를 넘어 색다른 경험과 소통을 중시하는 과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출판계에서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도서 홍보를 위한 일환으로 팝업스토어 운영과 같은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문학동네는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타계 100주기를 맞아 생일 카페 컨셉으로 ‘MUSEUM KAFKA’를 운영했고, 창비는 창비시선집 500호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출간을 맞아 ‘시크닉’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밀리의서재는 김혜정 작가의 소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출간을 맞아 소설 속 공간인 ‘동잠 문방구’를 컨셉으로 한 팝업스토어를 서울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에 오픈 하기도 했다.
책을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넘쳐나며 출판 산업은 매년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다. 숏폼 콘텐츠 이용량은 증가하며,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점점 짧게 요약한 콘텐츠만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책을 읽지 않는 사회’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행스럽게 MZ세대들이 ‘텍스트힙(Text-Hip)’에 열광하고 있다. 특히 자신만의 모습이나 취향에 집중하는 초(超)개인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자신을 더욱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독서를 활용하고 있다. 즉 소수만 하거나 힙한 행위들을 SNS에 공유해서 ‘있어빌리티(있어ability)’하게 보이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누군가로부터 주목 받고 싶고, 있어 보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최근 이러한 표현이 대표적인 지식 문화 매체인 책과 독서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젊은 세대들 중심에서의 독서는 경험과 소통을 중시하고,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주로 온라인 환경에서 이뤄지고 있다 보니 전자책 플랫폼을 통한 독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도서나 주요 내용들을 최적화하여 제공하면서 전자책 독자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을 새로운 독자로 확보하기 위해 책과 독서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하고, 그들이 '읽고 느끼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매년 출판시장은 기술 발전이나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성장통을 겪고 있다. 2025년 3월부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교과서가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영어·정보 교과목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교육부에는 AI 디지털교과서가 SNS 등 흥미 위주의 디지털 기기 이용과 달리 교육적 목적으로 교사의 관리하에 서책형 교과서와 함께 교실에서 적재적소에 활용되며 학생의 참여형 활동을 확대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에서는 교사 연수 미비 문제, 교육 격차의 심화 우려, 막대한 비용 등 여러 논란들에 대한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책을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를 법인세나 소득세 등의 세금에서 공제해 주자는 세액공제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현재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되고 있다.
AI와 관련한 도서나 콘텐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전자출판 산업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이처럼 향후의 출판 시장은 생성형AI 기술이나 개인화된 서비스 등 디지털 혁명을 통해 더욱 발전하고 진화해 나갈 것이다. 출판산업의 성장과 확장에 발맞추어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 체계를 준수하고,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혁신적인 접근 방식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독서율이 오르고 성숙한 독서습관으로 발전해 나가길 희망한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며 전통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며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 전자출판 산업은 이러한 위기와 변화 속에서 출판의 신성장 동력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끝>.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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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한국출판연감>에 2025년 4월 기고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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