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는 거의 모든 종류의 귀여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동글동글한 조약돌을 보며 탄성을 지르는, 아기자기한 사람은 아니란 뜻이다. 문구점에 가서 예쁘게 그려진 캐릭터를 보며 이게 더 좋을지 저게 더 좋을지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저 검은색 모나미 볼펜 하나를 쓱 집어서 계산을 하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고, 집에 굴러다니는 이면지를 대충 모아 노트로 쓰기도 했으며, 옷에 무늬가 있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사람이다.
흠... 머리끈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데 어릴 때 친구들이 곰돌이 혹은 빨간 딸기 모양의 머리끈을 하고 왔다며 자랑을 해도 어떤 면에서(?) 이것들이 귀여운 것들 인지(?) 당체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머리에 뭐가 달렸건 그게 무슨 상관이람. 머리띠는 말해 뭐 하랴. 머리띠를 고르는 친구들 옆에서 거울도 들어주곤 하지만 어느 게 더 예쁘다고 묻는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저 머리띠인 것을.
그렇다. 나는 귀여운 모든 것의 쓸모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단체톡에서 날아오는 이모티콘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우선 재밌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요놈 참 귀엽네. 하는 그림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귀여워. 갖고 싶어. 아니야. 내가 그런 류의 인간이 아닌데. 그런데 이걸 어쩌랴. 계속해서 날아오는 이모티콘들을 보며 깔깔대고 웃고, 마음이 풀리는 날도 생겨버렸다.
하지만 절대 구독은 할 수 없다. 왜냐면 나는 귀여움의 쓸모를 모르는 사람이니까. 모름지기 사람이 변하면 죽을 때가 다 된 거라는데 그 길로 들어설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어느 날 나도 귀엽기 그지없는, 그리고 웃기기도 한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싶어졌다. 핸드폰에 장착되어 있는 기본형이 아닌 내 상황에 맞는 다양한 그림들을 갖고 싶어 진 것이다.
결국 단체톡에 물어 나는 이모티콘을 무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고 무료 체험기간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며칠째 귀여운 그림들과 함께 깨가 쏟아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내 안에 귀여움을 향한 욕망이 있었다니. 그렇게 귀여운 것들에 마음을 내어주고 나니 귀여운 소품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