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사람들은 라오어를 쓴다. 당연하다고? 아니다. 라오스는 오랫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기에 나는 그들이 언어를 지켜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가 유연한 식민정책을 폈다고는 하나 라오인들이 지금까지 라오어를 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지켜낸 거다. 꼬부랑 어르신들 중에는 아직도 라오스어보다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분들도 계시다고는 하지만 당연히 그들에게도 라오어가 모국어다.
그렇다면 영어는? 라오스는 유럽인들의 성지이다. 비엔티엔에서는 유럽의 동서남북에서 온 다양한 유러피안들을 구경하는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외국인들이 정말 많아서 그런지 짧은 영어로도 소통이 가능한 곳이 많다. 영어 사용빈도가 프랑스 파리보다 높을 것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통계도 확신 할 수 있다. 20년 전 파리에서는 단 한 번도 영어의 효용가치를 느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프랑스도 많이 변했다고는 하던데, 정말 영어로 말을 시켜도 대답해 주는 사람들이 있을지? 궁금해서라도 다시 프랑스를 가보고 싶다. 어쨌든 그만큼 생각보다 비엔티엔에는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뜻.
관광지만 다닌다면 영어만 사용해도 크게 불편함은 없을 생활이겠지만 골목여행자인 나 같은 사람은 좀 사정이 다르다. 재래시장에 가서 수다도 떨고 싶고, 구석에 숨어 있는 작은 식당에서 밥도 먹고 싶은 부류의 사람이라면 라오어를 해야 마땅하다. 특히 아파트를 청소하시는 아줌마들에게 근처 맛집이나 빈대 퇴치법 같은 정말 중요한 정보를 입수하려면 라오스어는 필수였다.
라오스에 도착한 지 며칠 안 됐을 무렵, 라오어로 물과 화장실이라는 단어만 알던 그때. 어느 골목 밥집에 들어섰다. 좁은 길에 있는 작은 밥집들은 현지인들이 찾는 곳이기에 온통 라오스어로 적힌 그림도 없는 메뉴판인 경우가 많다. 이런저런 영어로도 주문을 못한 나는 결국 치킨 볶음밥을 시키기 위해 꼬끼오 소리와 함께 닭 날갯짓을 해야만 했다. 나의 닭날개를 알아보신 사장님 덕분에 무사히 치킨 볶음밥은 먹었지만, 이후로 그 식당에 가면 모든 직원들이 나를 보고 날갯짓을 해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날 사장님은 종이에 라오스 글자로 뭘 적어주셨고, 남편의 직장에 있는 다른 라오분에게 종이가 전달된 후 그 글자의 비밀이 풀렸다. '닭'. 종이에는 라오스 글자로 '닭'이라고 적혀있었다. 종이를 받아온 남편은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웃어댔고, 나는 뿌듯했다. 내가 스스로 알아낸 첫 라오스 어는 "까이".
그 이후 나는 밥집에 들어가 닭요리를 시킬 때면 "까이"를 외쳤고 밥집 종업원들은 외국인이 라오어로 말하니 신기해했다.
하지만 마냥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는 건 한계가 있지 않은가? 보다 못한 남편이 라오스어 선생님을 수소문했고 라오스 국립대학교 한국어과 학생이 기꺼이 나의 과외 선생님이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