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남팁,Namtip(2)

타리카와의 만남

by namtip


안녕하세요!

라오스 국립대학교 한국어과 학생인 그녀의 이름은 '타리카'. 주말 오전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온 둥근 눈의 소녀가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


사바이디(안녕하세요!)

내가 라오스어로 되받으니 타리카는 우리가 서로의 말로 인사를 한다고 깔깔대며 웃었다.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타리카가 물었다. 아줌마가 아닌 언니라면 언제든지 오케이라고 하며 한국말을 정말 잘한다고 칭찬해 주니 어깨를 으쓱한다. 영문과라고 다들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듯이 한국어과라고 해서 한국말을 얼마나 할까 생각했는데, 그녀의 한국말은 정말 유창했다. 라오스어를 한국어로 배울 수 있을 줄이야. 그녀가 너무 고맙고 고마워서 꽉 껴안아 주었다.


바이올린은 켤줄 모르지만 악기를 들고 다니던 타리카. 그녀와 함께 했던 유쾌한 시간들.


언니, 혹시 라오스 이름 있어요? 타리카가 물었다.

라오스 이름? 아직 라오스 이름은 없다고 대답하니 사실은 나를 보자마자 떠오른 이름이 있다고 했다. 뭘까? 라오스에서 가장 많이 들어본 여자이름은 뚜, 너이, 다, 노이 등이어서 그중에 하나인지 물어보니 아니란다.



남팁, Namtip, 신성한 물


나를 처음 본 순간 '남팁'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고 했다. 학교 선생님 외에 한국인과 말해 본 것도 처음이고 내 얼굴이 하얘서 너무 예쁘다고 칭찬하며 남팁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라오스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얼굴이 덜 타서 그랬을까. 사실이야 어떻든 나보고 예쁘다고 해주니 얼마나 좋은가. 전 세계 모든 여자들이 그러하듯(?) 우리는 서로가 더 예쁘다고 칭찬해 주며 첫 만남을 했다.




남팁. 처음 듣는 단어인데도 입에 착 감겼다. 뜻도 좋고 발음도 예뻐서 나는 그 자리에서 너무 좋다고 했다. 타리카는 첫 수업 이후부터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대신 납팁이라고 불러주었다.


남팁! 이 발음 다시 해봐요, 남팁! 숙제 꼭 해오세요.


타리카와 나는 쿵작이 잘 맞았다. 같이 놀러 다니고 음식도 해 먹은 덕분에 라오어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비록 지금은 많이 까먹었지만 당시에는 라오스 인들과 나름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남팁이 되고 난 후 라오스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다면 다들 믿을까? 3년을 살기로 하고 갔던 곳. 이민자도 여행자도 아닌 잠시 머물다 가는 이방인이었던 나였다. 하지만 남팁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장에 가서 커이 쓰 남팁(내 이름은 남팁입니다)이라고 말하면 다들 박수를 치며 좋아해 주었고 숙주나물을 한 움큼 더 얹어주었다. 쌀국숫집에서도 과일주스 집에서도 다들 한국에서 온 남팁을 반가워했다. 원래도 친절한 사람들이 당신들의 나라에 더욱 스며들게 해 주었다.


그들의 일상에 훅 하고 들어온 나를 덤덤하게 받아주었던 라오 사람들. 내가 라오스에 잘 적응할 수 있던 건 타리카카 만들어준 이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타리카는 내가 한국에서 글을 썼던 사람인 걸 알고는 항상 말했다. 자기 이야기를 꼭 써달라고 말이다. 내가 그녀의 사진과 함께 글을 쓴 걸 알면 분명 방방 뛰며 좋아할 것 같다.


컵짜이 라이라이 타리카(정말 많이 고마워요, 타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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