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만의, 브런치다운.
보통 '브랜드가 되었다!' 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기능'을 넘어 '감성적 이미지'가 형성되고, 그로인해 '브랜드 로열티'가 생겼을때, 우리는 한 브랜드가 "브랜드가 되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이러한 브랜드에 대한 다운타운의 기준 및 요소에 대해서는 다른 에피소드에서 한번 자세히 다루어 보고자 한다.)
요즘의 브런치를 이러한 기준에서 보았을때 어느정도 기준에 부합하는것 같다. 단순히 유저들이 서로의 글을 공유하는 글 플랫폼이 아닌, 사람들이 "브런치" 자체에 거는 기대가 생긴 것이다. 기대가 생겼다는것은, 그 브랜드에 대한 특정 이미지가 생성되었고, 그 이미지를 기대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우리는 그 브랜드의 "다움"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브런치의 다움은 무엇일까?
브런치를 활용하는 사용성의 예시를 들어보자. 주변의 꽤 많은 디자이너들은 디자인관련 이론이나 리뷰등을 찾기 위해서 구글 보다 브런치에 먼저 검색을 한다. 나의 한 주변 지인은 책에서 얻기엔 얕은, 그러나 네이버에 검색하여 블로그나 지식인에서 얻기엔 보다 깊은 정보를 탐색할 때 브런치에 검색을 한다. 또 다른 한 유저는 자신을 브랜딩하는 수단으로 브런치를 활용한다.
브런치의 활용성을 분석해보면 아래와 같다.
사진이나 동영상 위주의 정보보다는 활자 위주의 정보가 필요할 때/ 제공할 때
학자 주순의 고도화된 지식보다는 준전문가 혹은 현역들의 정보가 필요할 때 / 제공할 때
사람이 중심이 되어 펼칠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할 때 / 제공할 때
이를 바탕으로 뽑아낼 수 있는 브런치의 다움은 아래와 같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플랫폼보다는 활자 중심의
책, 논문보다는 시대를 빠르게 반영하는
맥락성을 가진 글의 전개가 가능한
갑자기 브런치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아점의 그 브런치(breakfast+lunch)가 맞다. 같은 계란프라이더라도, 집구석 어딘가의 다이소 접시에 담기는 것과 다르게 어딘가 정자동 카페거리의 근사한 접시 위에 플레이팅되어 올라가면 '서니사이드 업: 6,000원'이라는 이름과 가격이 붙는다. 브런치의 키 슬로건인 '글이 작품이 되다.'는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따라서 브런치는 집구석 어딘가의 접시와는 다른 갖춰진 카페의 플레이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쓴(요리한) 글(음식)이 공책 속에, 서랍속에, 그냥 못생긴 일회용 접시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플레이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브런치의 "다움" 이다.
위에서 유저들의 사용성을 바탕으로 뽑아낸 브런치의 다움과 합쳐서 보자면, 결국 브런치는 과거 책 위주로 소비되고 생산되었던 활자 중심의 글이 그 특성인 맥락성을 잃지 않는 수준에서 온라인, 스마트폰, 2D의 환경 속에서 최선의 사용성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브런치의 다움을 가능하게 한 요소들에 대하여 우리는 UI적인 관점 / 마케팅적 관점에 대해 나누어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번째로, 이러한 브런치의 다움을 만들어낸 UI적인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모습을 기억해보자.
사실 서점은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책들이 저마다 자신이 빛나려고 애를 쓰는 뽐내기의 장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서점에서 유도한 동선대로 걸어가며 Best 책들의 가판대를 지나고, 책등에 적힌 제목을 보며, 책의 디자인을 보며, 책의 띠지에 적힌 추천사를 보며 무엇을 읽을지를 선택한다.(필진중 한명을 내용은 하나도 안보고 표지가 예쁘면 책을 사서, 집에 안읽은 책이 한무더기가 있다)
브런치는 3D 세상의 책을 2D의 스마트폰 속으로 가지고 들어오며, 여전히 글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한 듯 하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많아지면서, 브런치작가들은 마치 전통적인 작가들처럼 글을 의도적인 순서대로 그룹화 하여 연재본처럼 보여주고 싶어하는 니즈가 생겼다. 브런치는 그러한 니즈를 파악하여, 카테고리 구분을 할 수 있고, 다른 작가들과 공동 집필할 수 있고 주제별로 글을 묶을 수 있는 매거진, 10개 이상의 작품을 모아서 책 처럼 볼 수 있는 브런치 북이라는 컨텐츠가 생겨났다.
브런치는 이러한 매거진과 브런치북이라는 컨텐츠를 기획할때, 1차적으로는 기존 컨텐츠와 다르게 보이길 원했을테고, 2차적으로는 전통적 책이 가지는 아우라를 조금이나마 녹이고 싶었을 것 같다. 그러한 목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아마도 브런치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고, 원래 작품이었던 책은 오프라인에서 존재하던 물건이기 때문에, 작품의 아우라를 더해주기 위해 물성이 있는 요소를 디지털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스큐어몰피즘을 가져왔다고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원래 스큐어몰피즘은 10년전의 그래픽 트렌드로 현실에 있는 물체를 그대로 디지털로 복원하는 스타일이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디지털이 낯설었기 때문에, 아날로그와 같은 기능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실체를 그대로 모방해야만 유저들이 기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iOS7이전의 그래픽 스타일을 보면 실제 사물의 물성을 그대로 재현한것을 볼 수 있다.
그 뒤로 유저들이 디지털에 익숙해져서 약간의 메타포(기호)만으로도 기능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고, 빠른 구동을 위해 쉽고 빠르게 디자인하고 코드로 구현 가능한 디자인이 트렌드가 되었다, 그것이 소위 디지털에서의 '미니멀리즘(플랫디자인)'이다. 이러한 미니멀리즘(플랫디자인)트렌드는 꽤 오랫동안 지속 되었으나, 다른 서비스와의 차별점이 점점 없어져서 브랜드를 인지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스큐어몰피즘이 2.0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전과 다른점이 있다면,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 플랫디자인에서 사용되었던 메타포를 좀더 밀도 있고 사실감있게 표현한다. 쉽게 말하자면 디즈니 3D애니메이션 같은 디자인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러한 표현방법의 장점은 쉽게 화면의 완성도를 올릴 수 있고, 모든것이 플랫해진 요즈음 디자인에서 확 눈에 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브런치도 이러한 그래픽 트렌드에 맞물려서, 매거진 브런치북이 다른 작품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것 같다. 실제와 비슷한 밀도를 가진 3D로 작품을 보여줌으로서 시각적 완성도를 올리고, 그 완성도는 컨텐츠의 아우라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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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감성사진 스타일
브런치가 처음 생겼을 시기인 2015년쯤 SNS에서는 감성적인 사진을 배경으로 깔고, 그위에 명언을 적어서 공유하는 문화가 있었다. (지금보면 좀 촌스럽기도 하고, 왠지 어머님들의 프로필배경에 있을것 같은 기분이다.)
브런치의 처음을 같이한 유저들은 알겠지만, 브런치도 맨처음 시작은 수필이나 에세이 위주의 감성적인 글이었다. 그리고 브런치의 모토가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었으니, 시각적으로 글을 작품으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표지를 매력적으로 → 감성사진 컨셉", "본문을 읽기 쉽도록 잘 정리하는것 → 한정된 에디팅 기능" 이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아무 사진 없이 작품을 업로드 하게되면, 브런치에서 지정한 무작위의 풍경사진이 썸네일에 깔리게 된다. 이런걸 보면서 브런치는 정말 시각적요소를 하나도 신경안쓰고 글에만 집중할 수 있는 매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이 영역을 꾸미려고 할 수록 억지스러워진다. 디자이너이나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글에서는 썸네일에 어떠한 요소를 넣으려고 하는데, 디자이너가 의도한대로 완벽하게 디자인하기 쉽지 않다. 컬러도 의도한대로 안나오고, 잘리고, 심지어 피드에 노출되는 썸네일 사이즈비율도 정말 여러개라서 모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이 DaunTown조차도 억지스러운것 같다...)
02. 풀페이지 피드
첫인상에서 가장 Medium과 달랐던점 이다. Medium은 리스트의 형태로 글을 보여주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글을 훑어볼 수 있다. 그런데 브런치는 스크롤 한번에 1개에서 최대 3개의 컨텐츠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로운 스크롤 방식이 아닌, 마치 책처럼 한페이지가 한번에 넘어가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피드에서 많은 작품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하나의 작품을 보여주더라도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읽히도록 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책들을 "제목만 소유"한 채, 읽지 않고 책장에 박아두었는가. 사실 우리가 그 책을 읽던, 읽지 않던 그것은 서점의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 책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였으며, 그 뒤에 우리가 내용을 소유하였는지의 여부는 글쎄, 냉정하게 말하자면 우리의 양심의 문제이다. 그러나 브런치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피드에서 선택한 글을 유저가 읽도록 만들어야 하며, 그 다음글을 그 전 글을 계속 읽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작가들은 계속 글을 쓰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사실 글의 본문을 다루는 많은 서비스들(블로그, 인스타그램, 미디엄 등)은 내지에 있어서 비슷한 사용성이나 디자인을 보여준다. 내용이 잘 전달되는 기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만의 특징을 꼽아보자면 활자 중심의, 막힘없이 읽히도록 하기위한 구현이 돋보인다.
01. 에디팅 기능!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인스타그램과는 글을 다루고 있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에디팅 기능을 이용해서 제목과 소제목, 강조, 인용, 본문 등의 쇼잉이 가능하여서 글을 읽는 사람으로금 쉽게 내용을 받아 들일 수 있게 하고, 따라서 조금 더 긴글을 올릴 수 있게 한다.
02. Progress Bar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2~3년전에 Medium에서 도입한 ux로 엄청나게 호평을 받았던 기능이 브런치에도 있다! 바로 내가 이 글의 어디쯤을 읽고 있는지 알고, 얼마나 더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진행바가 하단에 존재한다.
03. 광고가 없음! (아직까진)
광고가 없음! (아직까진) 비슷한 플랫폼인 Medium을 보면 인기글의 경우에는 전문을 보여주지 않고, 일부만 보이게 만들고, 전문을 보고 싶으면 과금을 해야하는 시스템이다. 작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게 하고 싶은데, 인기글로 지정되어 버려서 사람들이 글을 읽을 수도 없게 되는 상황이 자꾸 발생한다. 그리고 인기글의 기준이 점점 내려와서 요즘은 조금만 유명해지면 인기글이 되어버린다. 때문에 브랜드의 테크 블로그의 경우에는 미디엄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요새 뜨는 플랫폼인 Quartz는 아예 대놓고 중간에 광고를 넣어버리고 있다.(뉴스 큐레이션 앱이라서 그런듯 하다)
그러한 모습으로 보았을때, 브런치는 아직까지는! 광고를 안붙히고 있다고 보이며, 아마 내부에서는 어떻게든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려고 궁리하고 있을것이다.
다른 읽기 플랫폼과 비교하였을때 브런치의 가장 큰 특징이며, 과거의 브런치와 지금의 브런치를 나누는 기준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브런치는 다른 SNS에서 '좋아요'기능이 많은 역기능을 만들어 내는것을 보고, 그러한 역기능이 순수하게 좋은 글을 소비하는 공간을 해칠것을 염려한듯 하다. 그래서 브런치는 좋아요가 몇개가 눌렸는지는 작가 본인만 확인할 수 있게 했고, 일반 독자들은 글의 좋아요가 몇개인지는 알지 못하고 '몇번 공유되었는가'만 알 수 있었다.
당시에 브런치에서 썼던 공지가 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본다면, 남들이 얼마나 좋아하느냐의 정도는 '좋은글'의 척도가 될 수 없으며, 남들이 1개도 좋아하지 않는 글이라도 나에게는 의미가 있고 좋은글이 있을 수 있으며, 브런치는 그러한 글을 응원한다는 류의 글을 올렸다.
그런데 브런치의 염려와는 다르게 유저들이 이 좋아요 기능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처럼 소비적으로 사용하는것이 아니라, 북마크 처럼 사용하여 좋은글을 저장해두었다가 다시 읽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게 포착되었고, 브런치팀은 저렇게 사용하는 '좋아요'라면 좋은 글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의사결정하여 유저들에게도 좋아요 수가 보이도록 오픈했다.
브런치의 다움에 대한 UI적인 분석은 이 정도로 마무리 짓는다. 유저로서(작가 그리고 독자로서) 더 브런치에 대해 느끼는 더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가 있다면, 함께 나누고 싶다(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ep.02에서는 브런치가 만들어낸 "작가"라는 새로운 지위에 대하여, 그리고 유저와 만나는 브런치의 오프라인 이벤트(브런치 X데스커 , 브런치X29cm)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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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 Daun Town - Pro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