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자라줘
우리 아이는 A라인 원피스를 입으면 배가 '뽈록' 나와 귀여움을 두 배로 올리는 재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슬프게도 살짝 휜 척추와 오목가슴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효과다.
아이의 오목가슴(Pectus Excavatum)에 대해 인지한 건 돌이 좀 지나서였던 것 같다. 소아과 선생님에게 물었을 때 맞다고 했고 심장이나 폐는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 말라는 답을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평평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기다려보자는 말과 함께. 매년 검진 때마다 물어도 같은 답을 주셨고, 미용적으로 걱정이 된다면 전문의에게 리퍼럴을 해줄 테니 가서 Vacuum Bell 요법을 해보라고 했다. 한국에선 어떻게 하는지 찾아보니 아이들이 학교 들어가기 전에 지지대를 가슴에 삽입하는 수술을 한 후기가 많았다. 몸이 계속 자라고 있는데 괜찮은가 의문이 들어 한국에선 병원에 가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부추김에 빠져 수술을 결정하고 있을까 봐.
Vacuum Bell 이 뭔지 찾아보니 가슴 부분에 도넛 모양의 기구를 붙여서 압력을 가해 뼈를 들어 올리는 방법이었다. 이거라면 아이에게 해봐도 될 것 같아 전문의를 만났다. 아이의 몸을 보더니 일단 나이에 비해 오목의 정도가 깊은 편인데 당장 몇 년 동안 어떤 치료도 진행할 순 없다고 했다. 치료할 순 없으나 몸이 자랄수록 정도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Vacuum Bell에 대해 물었더니 그것도 11살은 되어야 시작할 수 있는데 오목 정도가 얕아도 치료 성공률이 50% 정도라고 한다.
우리 아이에게 추천한 건 성장이 마무리되는 15-16세쯤에 지지대를 삽입하는 수술이었다. 수술 후 숨 쉬고 가슴 주변 근육을 움직이는 연습을 하며 몸을 적응시키고 2년 정도 후에 뺀다고 한다. 수술 시 고통이 크지만 성공률은 100% 이고 제거할 땐 별로 아프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수술이 가능한 시기까지 아이가 이것을 장애라 여겨 일상에 한계를 긋지 않도록 살펴봐 주고, 아이의 자세가 구부정하니 그것을 바르게 하는데 더 주력하라고 했다. 다만 아이가 운동할 때 다른 아이들보다 쉽게 지치고 숨쉬기 힘들어한다면 수술 시기를 당겨야 할 수도 있으니 잘 관찰하라고 했다.
나중이긴 해도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니 걱정이 크지만, 엄마가 십 년 전에 치아 교정한 것처럼 너도 십 년 후에 가슴 교정하면 된다고, 별 거 아닌 척 아이 앞에선 너스레를 떨어본다. 십 년 안에 고통도 없는 더 나은 치료법이 나오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