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아껴 쓰자
노안입니다
오른쪽 눈에 이상이 생긴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엔 누가 때린 것처럼 강렬하고 뻐근한 통증과 동시에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찬수건으로 덮고 있으니 통증은 많이 가라앉았는데 눈을 뜨면 눈물이 다시 났다. 아이가 전에 처방받아 사용했던 Polymyxin B 안약과 인공눈물을 몇 번 넣었더니 괜찮아져서 각막염이나 포도막염이었을까 짐작만 했다. 일주일쯤 지나 아침에 세수를 하는데 눈에 또 같은 증상이 약하게 나타났다. clear eyes를 넣었더니 금세 괜찮아졌다. 그 후로도 오른눈은 계속 자기주장을 했고 그 간격이 짧아지고 있어서 이거 뭔가 눈에 단단히 문제가 생겼다 싶었다.
벨뷰에 한국어 가능한 안과가 있어서 진료를 잡았다. 진료는 토요일이었는데 그 주는 내내 눈이 아슬아슬했다. clear eyes를 계속 사용하며 버티다 진료를 받았는데 다행히 무슨 병이 있는 건 아니고 각막에 상처가 많이 났고 안구건조가 있고 노안이 왔다고 한다. 노안이라고요? 내 나이를 보면 생각을 좀 했어야 했는데 그쪽으론 전혀 생각을 안 해봐서 깜짝 놀랐다. 양쪽 눈의 시력이 다르고 근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근시도 한쪽 눈에만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의 책이나 전자기기를 볼 때 오른쪽 눈이 무리를 하고 있는데 노안이 와서 피로도가 높아져 통증을 유발하고 있다고. 게다가 오른쪽 눈의 위 속눈썹이 일자로 나 있어서 각막을 계속 긁고 있으니 쌍꺼풀 수술 같은 걸로 눈을 찝는 것도 생각해 보라고 했다. 오른쪽 눈이 가려워서 자주 비비긴 했었고, 아래쪽 눈꺼풀에 있는 점에서 나오는 눈썹이 눈을 찌르는 것 같아 그것만 주기적으로 뽑고 살았는데 문제는 윗꺼풀이었다니.
눈썹에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처음 들어보냐고 의사가 물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건강검진에서는 시력과 안압만 확인했고 안과 진료를 따로 받아본 적이 없다. 주변에 나의 노안을 알렸더니 너도나도 맞장구를 쳤다. 라식이나 라섹을 한 친구들은 이미 안구건조증과 노안이 온 경우도 있고 난시가 오기도 했단다. 여기선 병원 가는 일이 번거롭다 보니 안과 정기검진까지는 생각도 않고 살았는데 너무 안일했다. 앞으론 책이든 스마트폰이든 '20분 보고 나면 20초는 먼 곳 보기'를 잘 지키고 눈을 아끼며 살아야지.
Tobramycin 안약을 처방받고 돋보기도 맞췄다. 남편도 작년부터 전화기를 멀리 보고 있는지라 같이 검사를 받고 역시나 노안 판정을 받았다. 갖고 있는 안과 보험에서 렌즈는 무료, 안경테는 150달러까지 지원해 줘서 둘이 시시덕거리며 안경테를 이것저것 써봤다. 이게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닌 것 같지만 안 어울리는 안경테를 쓴 서로가 우스워서 즐거운 마음으로 골랐다. 우리가 같이 나이 들어가는 게 그렇다고 엄청 슬픈 일은 아니니까.
+ 표지사진: Unsplash의Bud Helis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