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도 안검내반도 아니라네
올해 1월부터 자고 일어나면 오른쪽 눈에 통증이 나타나는 증세가 있어 3월쯤 미국에서 안과(지난 글 참고)에 갔었다. 거기서 받은 진단은 근시에 노안이 와서 오른쪽 눈이 무리를 한 데다가 속눈썹이 망막에 수많은 상처를 내고 있어 통증이 발생한다는 거였다. 항생제 안약 처방을 받고 돋보기를 맞추고 인공 눈물을 가끔 사용하란 처방을 받아왔다. 쌍꺼풀 수술 레퍼럴과 함께. 안경을 쓰고 눈이 좀 편안하다는 느낌은 있었으나 아침에 나타나는 통증은 강도가 조금 약해졌을 뿐 계속 반복됐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엔 그 강도가 심했다. 항생제 안약과 인공눈물을 넣어가며 한국에 온 뒤 규모가 제법 있는 안과를 찾아서 예약을 했다.
기본 검사에서 안압과 눈 근육이 다 괜찮다며 노안이 그렇게 진행된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에서 맞춘 돋보기를 기계로 확인하더니 도수가 아주 낮아 써도 안 써도 무방한 수준이라 했다. 의사를 만나 상태를 말하고 눈에 주황색 약을 넣고 검사를 받았는데 내 눈의 통증은 분명한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의사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각막에 어떤 이유로 상처가 나서 실질과 붙는 복합체가 손상이 되어 각막과 실질의 결합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눈꺼풀과 각막의 결합력이 우위에 서게 된다. 그래서 자고 일어났을 때 눈꺼풀이 각막을 들고 일어나 복합체에 또 손상이 오고 이것이 안구통증을 유발한다. 이 복합체는 재생이 되지는 않고 상처가 아물어 흉터가 되면 원래 역할을 비슷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상처가 반복되지 않도록 눈꺼풀과 각막의 결합력을 약화시키고 눈이 건조하지 않게 해야 한다. 방법은 눈 상태와 상관없이 인공눈물을 3시간마다 넣고, 자기 전에는 안연고를 넣는 것이다.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중단하지 말고 이를 2~3년은 지속해야 한다.
처음 들어보는 질병이었다. 의사의 설명을 들으니 내 눈이 왜 아팠는지 이해가 됐고 안과를 나와서 찾아보니 그간 내가 겪은 증상과도 거의 일치했다. 안검내반은 아니니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해서 내심 안심이었고, 원인을 알았다는 것에 묘한 희열마저 느꼈다. 미국에 계속 있었다면 원인도 모르고 항생제나 계속 넣고 눈을 망치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부글부글하는 건 덤이다.
인공눈물은 미국에서 몇 백개 사온 게 있어서 따로 처방받지 않고 안연고만 세 통을 받아와서 매일 사용하고 있는데 정말 너무 좋다. 주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게 번거롭긴 하지만 눈의 통증과 눈물 줄줄이 없어졌는데 번거로움 쯤이야.
이제 아침이 두렵지 않다. 눈을 뜨면 아플까 봐 조마조마했던 날들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