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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Mar 22. 2022

사이드 프로젝트를 도와주는 일

DND 디자인 운영진 회고


밖에서 열심히 장을 보고 있다가 받은 연락으로 무수한 생각을...

발단

    DND 4기에 참여(DND 4기 디자이너 참여 후기)해서 무사히 구글 스토어에 배포까지 끝내고 한적한 봄을 즐기던 어느 날, 4기에 같은 조로 함께 8주간을 같이 해 준 운영진분께 연락이 왔다! 혹시 4기 진행 중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갑자기?! 흔들리는 눈으로 괜히 4기 활동을 되짚으면서 손은 침착하게 일단 밖이라 빠른 연락을 못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다행스럽게도 문제가 있던 건 아니고 디자인 운영진 제의였다. 이런 건 거절 안 하는 나는 덥석 물었다. 바로 기존 디자인 운영진과 화상회의로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보고 운영진이 해야 할 일을 간략하게 온보딩 하는 자리까지 가졌다.(먼저 제의해주고, 환영해 준 DND 운영진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디자인 운영진을 한 이유는 위에 이야기한 게 다였다. 내 커리어에 한 줄 더~, DND를 더 키워보고 싶어서~, 운영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어서~라는 구체적인 이유는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이것도 좋은 경험이겠거니, 언제 이런 제의가 올 지 모르고 궁금하기도 해서 덥석 잡았다.


여기서 잠깐, DND가 무엇인가요?
8주간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협업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팀빌딩부터 최종 프로젝트 마무리까지 서포트 해드리는 것을 주 활동으로 하고 있으며, '프로젝트에 즐거움을, 모두에게 기회를' 이라는 슬로건 아래 우리는 함께 배우고 자라며 교육 기회의 평등함을 위해 지식 나눔 세미나 또한 DND 내외부로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s://dnd.ac/


전개

    4기를 참여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실전은 다르다. 운영이라는 게, 음식점으로 비유하자면 메뉴판에 정해진 메뉴만 만들면 되는 일이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해야 할 일이 변경, 추가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참여진일 때 신경 쓰지 않았던 점을 운영진이 신경 써야 한다는 걸 깨닫고, 참여할 때도 대단해 보였던 운영진이 더 대단해 보였다.

이걸 다 하고 있었다고...? 실무도 하면서...?

DND 5 - 6기 운영을 하면서 했던 일

1. 신청서 확인

    - DND의 슬로건, '프로젝트에 즐거움을, 모두에게 기회를'처럼 기회가 필요한 분에게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참가 희망자의 신청서를 확인, 조를 편성했다. (이 부분은 아래, 위기 부분에서 조금 더 풀었다)

2. 세미나 주최

    - 외부 세미나 : 이벤터스, 페스타 등의 플랫폼 이용해서 외부 세미나 개최

    일단 아이디어가 나오면 정리해서 구체화를 시작했다. 형태, 일정, 타겟층, 컨셉 등 하나씩 구체화시키고 질문과 문장 하나에도 의미가 오염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계속 살펴보았다. 비대면 진행을 위해 환경 테스트를 하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해도 실전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경우가 생기기도 마련이다. 게다가 CS는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불만을 이해하고 다음에는 해당 불만 포인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문제 부분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다. CS 대응을 직접 맡은 건 아니었지만, 담당한 운영진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더불어 세미나 진행도. 참여한 운영진들 모두 멋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세미나가 끝나면, 운영진들끼리의 회고를 통해 발전할 점을 찾고, 개선 방안을 찾았다. 계속 도전해야 한다는 걸 다시 체감했다.

이벤터스와 페스타 플랫폼을 통해 세미나를 진행했다

    연사님을 초청하기 위해 연락을 하고, 직접 이곳저곳 찾아다니는 일도 좋은 경험이었다. 비대면 세미나를 진행할 때는 웨비나 플랫폼별 장단점도 별도로 정리하면서 다양한 플랫폼을 뜯어봤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진행, 회고를 통해서 실무에서는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하게 됐다. (별도의 외부 세미나 글을 작성하고 싶을 정도로 외부 세미나에 대해서는 기록하고 싶은 게 많다.)

    - 내부 세미나 : 6기에서 전반적으로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하는 세미나를 진행했다. 처음으로 진행하는 세미나이기 때문에 내가 과연 이런 세미나를 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1년 동안 프로젝트(프로덕트) 리드했던 경험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았다. 막상 세미나를 진행해보니 보완점도 알게 되었다. 다음에 다시 전반적인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세미나를 하게 된다면, 조금 더 알찬 내용과 DND 상황에 맞는 내용으로 수정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3. 8주간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페이스메이커

    - 질문 빌런이 되기 : 슬랙을 통한 조별 채널과 질문 채널에서 의견 교류와 아이디어, 고민 사항이 있는걸 함께 보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같이 이야기해 준다. 나는 별도로 디자인이 시작될 때는 조별 피그마에 들어가서 질문을 남기면서 함께 진행을 도왔다.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걸 의도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프로젝트 조원끼리 더 나은 해결방법이 있는지 탐색하게 했다. 물론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걸 조금이나마 더 공유하고 싶어서 하게 됐다.


위기

    미리 말하자면 DND 운영진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적은 없다. 대신 생각보다 어려운데...?라는 고민이 많았던 위기가 두 번 있었다.(마치 렙 1짜리한테 적정 렙 30의 퀘스트를 받은 기분... 근데 성공하면 렙업이 팍팍되니까 일단 부딪혀보기로 하고 했다.)


첫 번째 위기.

    참가 희망자는 신청서를 낼 때는 신청서 준비 - 제출 후 결과를 기다리면 되지만 운영진은 그런 신청서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개인이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팀원을 모아서 팀빌딩을 해주면 시너지가 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개별로 운영진 회의 이전에 신청서와 포트폴리오를 모두 살펴보고 개인 의견을 메모했다. 그 뒤 디자인 운영진이 모여서 다시 한번, 다 같이 신청서와 포트폴리오를 보고 메모해둔 개인 의견을 참고해서 상의했다. 운영 회의가 평균 1시간 정도라면 이 회의는 몇 배가 걸려서 도중에 쉬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왜 대기업 같은 서류가 많이 몰리는 곳에서 서류 발표가 한 달이나 걸리는지 알게 되는 좋은 경험이기도 했다.


두 번째 위기.

    세상엔 나보다 잘하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기획이나 디자인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무언가 도움을 줄 때, 그게 100% 맞는 정답으로 여겨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무척 고민이 많았다. 과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절대적으로 맞는 건가? 내적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질문의 형식으로 참가자들이 한 번 더 되짚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기였다. 해당 방법을 쓸 때 단순히 -프로젝트에서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부분 확인하고 질문 남겨드립니다-하고 말하면 참가진도 어색해하고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먼저 질문 빌런이라는 말을 하면서 무겁지도 않고 어려운 사람으로 느끼지 않게끔 의도했다(물론 의도가 잘 통했는지는 미지수) 원하는 조의 피그마에 방문해 프로젝트를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코멘트 기능을 통해 질문을 우다다 남기고 사라졌다. 참가진에겐 내가 출몰해서 쌓아놓은 질문을 볼 때 피곤함을 느낄 수 있지만, 쌓여있는 질문을 처리하면서 렙업할 수 있는 좋은 경험치(몬스터) 정도가 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절정

    이렇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직접 해보기도 하고, 운영도 나름 해봤다. 그러면서 둘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 운영진 제안을 받을 때 운영진은 뭐가 다를지 궁금했던 점도 해결되었다. 일단, 운영하면 개별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보단 전체적인 숲을 보게 된다. MVP라는 개념을 잊지 않고 정해진 기간 내 집중이 필요한 부분을 상기시켜주고 가이드해주려면 나 또한 전체를 보려고 노력해야 했다.


사이드 프로젝트 참가자와 운영진을 할 때 느꼈던 점.

    참가자 : 가이드를 따라 진행하다보면 8주에 하나의 MVP가 나온다. (물론 시간이 부족해서 8주 최종 발표 이후에 추가 빌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작업이 막힐 때 실무자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다는 점이 든든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일단 무언가를 만들어서 완성된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운영진 : 나는 '질문 빌런' 캐릭터를 잡아서 조별 피그마에 돌아다녔다. 개별로 보면 코멘트 5~10개 남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조를 다 돌 경우 50~100여 개의 질문을 남기는 셈이다. 이게 은근히 어렵다.

기수가 끝나고 코멘트 주셨던 걸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프로덕트를 만든다는 성취감보다는 한 기수가 끝나고, 참여자들의 후기나 만족도 조사를 통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텍스트 몇 자인데 운영 준비하는 기간 + 실제로 운영하는 8주 + 회고 후 다음 기수를 준비하는 긴 기간 동안의 노고를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결말

    며칠 전, 디자인 운영진 회고에서도 DND 운영을 하면서 어렵거나 힘들었던 걸 점수로 환산하면 몇 점인지 이야기가 나왔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DND 때문에 짜증 나거나 피곤한 적은 없었다. 실무 일을 하면서도 힘든 일이나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지 않으려고 노력해서일까? 아니면 일과 개인을 분리하려고 해서일까, 개인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면 뭐든 다 발전의 경험으로 여기려는 습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냥 다 좋았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는 말을 자주 하고 살아서 그럴 수도 있다. 종종 컨디션 조절을 실패해서 피곤하고, 해야 할 다른 일을 미뤘다가 스불재가 되어 DND운영 일에 치였던 적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게으름으로 불러온 결과라고 판단했다.

    물론 이쯤, DND 운영진 활동이 내게 무엇을 바꾸었고 얻었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서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얻은 것. 디자이너에서 PM, PM에서 디자이너가 되는 스위치와 넓은 세상 

    실무에서는 PM이기 때문에 디자인 업무를 하지 않는다. 디자이너가 있는데 디자이너의 영역을 침범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아직도 디자인 작업하는 게 좋다. 버릴 수 없는 정체성이기도 해서 DND에서는 디자인 운영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운영진끼리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디자이너라는 생각을 잃지 않게 해 주는데 좋은 경험이 되었다. 그 외에 다양한 회사의 사람들, 다양한 도메인의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간접 경험의 폭도 넓어졌다. 회사 일만 하면 몰랐을 세상을 알 수 있다. 좋은 사람을 여럿 만났다는 건 참가진으로서도 이야기했던 점이라서 생략한다.


바꾼 것. 일과를 끝낸 뒤에 의자에 앉아있기

    일상 루틴이 7시부터 때에 따라 8시 20분에서 9시까지 운동한 뒤 집에 와서 씻고 저녁을 먹고 하면 9~10시가 되기 때문에 운영진 회의가 9시~10시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점은 일단 다른 운영진에게 미안하다. 이처럼 내 루틴 때문에 회의 시간의 선택지가 좁아지는 건 미안하지만, 운동을 끝내고 돌아와서 바로 침대에 눕고 핸드폰을 하는 게 아니라 DND 운영진 회의를 하거나, 마저 해야 할 일, 자기발전을 위해서 의자에 앉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줬다. (여기서도 다시 한번, 내 시간을 이해해주는 운영진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계획을 울 때 언제부터, 언제까지'라는 기간을 정하는  습관이다. 예외로 끝을 생각하지 않고 진행하는 일이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DND 운영진 활동이다. 앞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문제로 미리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말했듯,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라는 신념은 내가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 사실 막상 운영진으로 활동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긴다 해도  걱정은  된다. 같이 운영하는 능력 있는 운영진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집중할 일은 이전 기수를 하면서 내가 부족했던 (참가진과 커뮤니케이션이 많지 않았던  ), 앞으로 변하는 DND 흐름에 어떻게 맞춰갈지 계속 고민하고  나은 답을 찾는 일이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면, 앞으로 여름방학 시기에 진행될 DND 7기 알림 신청을 넣어보세요. 7기 모집이 시작되면 알려드립니다. https://dnd.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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