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스타트업 뭐시기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회사에 주어진 자원은 형태만 다양할 뿐 명백하게 유한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과 돈인데, 이 두 자원은 회사가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결정할 뿐 아니라 회사의 근본적인 체력을 결정한다.
한편, 비즈니스 전개에서의 수없이 많은 실험과 검증은 필수적이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을 하나씩 '실제 앎'으로 바꿔가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비즈니스의 기본 속성이다. 가장 중요한 자원(그리고 유한한)인 시간과 돈, 그리고 수없이 많은 '실험과 검증'을 고려하여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기본 조건을 생각해 본다면, 최소한의 시간과 돈을 사용하여 최대한 많은 실험과 검증을 반복해 나가야한다.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MVP는 이런 사상에서 만들어진 제품 '검증' 방법이다. MVP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Minimum Viable Product = 최소 기능 제품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최소한의 기능만을 담고 있는 제품이라는 의미로, MVP는 우리가 검증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를 충분히 드러내면서, 동시에 제품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KPI를 포함해야 한다.
검증이 고려되지 않은 MVP는 대충 만들어진 제품일 뿐이다.
MVP는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다.
Concierge MVP 제품 개발 자체를 하지 않고, 핵심 컨셉이 동작하는 것들만 모방하여 만드는 MVP 기법.
정확한 기업명이 생각나지 않으나, 1970년 대 모 기업은 ‘실시간 번역 시스템' 컨셉을 입증하기 사람이 마이크에 특정 언어를 이야기하면, 다른 컴퓨터에 숨어 있는 사람이 빠르게 번역하여 그 사람의 디스플레이에 띄워주는 방식으로 컨셉을 입증했다고 한다. 더 쉬운 예로, ‘한강 커피 배달 서비스'를 입증하고 싶다면, 앱 / 웹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직접 한강을 돌면서 커피를 팔아보면 된다.
Low-fidelity MVP 제품 형태와 컨셉만을 모방하여 만드는 MVP 기법을 의미한다. 영상으로 자신의 컨셉을 소개한 드롭박스나 그레이폰이 Low-fidelity MVP에 해당된다. (드롭박스는 위 영상으로 초기 고객을 효과적으로 모집했고, 그레이폰 아이디어는 구글에서 인수하여 ‘아라 프로젝트'가 되었다.)
High-Fidelity MVP 실제 제품과 유사하게 동작하며, 핵심 기능이 구현되어 있는 MVP를 의미한다. 실무에서는 자주 접하는 컨셉이기는 하지만, 상황이 허락한다면 꼭 이 수준에서 컨셉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장 좋은 것은 이것보다 낮은 완성도의 MVP로 충분히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자원을 아끼기 때문이다.)
최근에 ‘프리토타입'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는데, Concierge MVP와 거의 유사한 개념이라고 본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 (MVP 조차도 만들기 전에) 미리 핵심 컨셉만 빠르게 확인해 보라는 취지의 단어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단어는 아이디어불패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한다.)
위에 언급했듯이, MVP는 제품의 핵심 컨셉 & 풀고자 하는 문제를 다루는 것만 남기는 것에 집중하자는 의미이지, 낮은 완성도의 제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토스의 경우, 완성도가 지나치게 낮아 (Depth는 적지만) 송금까지 5분 이상 걸린다면 '쉽고 빠른 송금'이라는 핵심 컨셉을 입증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핵심적인 컨셉 하에서는 사람들이 이 제품의 가치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가 보장되어야 한다.
실무를 하면서 ‘그건 MVP라서요'라는 변명을 꽤 자주 듣게 되는데, MVP의 정의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