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 면허를 따고 10년 만에 운전을 시작했다. 면허를 딴 것도 늦었고('학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엘 가기 싫었다), 실제 운전을 하기까지의 간극도 길었다.
나는 부모님과 형에게 운전을 배웠는데, 부모님께서는 매번 '가고 서고'만 잘하면 운전 잘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자동차의 상징인 핸들에 현혹되어 잘 알지 못했으나 중구 한복판의 미친 트래픽 잼과 후방 주차 챔피언들만 도전할 수 있는 주차 구역에 수십 회 주차를 하다 보니 '가고 서고'가 운전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반도체를 디지털 사시미라 불렀다. 전자제품은 속도가 생명이라는 것을 은유한 말이다. 그도 그럴게, 전자제품은 죽기 직전에 사야 후회하지 않는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로 순환이 빠르고 재고는 그대로 손실이 된다.
제프 베조스는 온라인 쇼퍼들에게 더 빠른 배송과 더 싼 가격 두가지의 욕구 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높은 할인율을 보장한 소셜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했고, 큐레이션 커머스로 발전하다가, ‘로켓‘전략을 구사한 쿠팡이 최종 승자가 되었다. (소셜커머스 자체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때문에 더 싼 가격의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모든 일에는 본질이 있다. 본질은 전략(이 단어가 내포하는 오만함이 너무 싫다)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으며, 전략은 내가 하고 있는 업무의 기본적 지향점이 된다. KPI 또한 업의 본질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본다.
사례를 구체적으로 밝힐순 없으나, 업의 본질을 명확하게 정의한 일들은 액션 아이템의 정의도 빠르고, 결과 또한 명확하며(성공, 실패를 막론하고), 학습하는 바도 많다. 업무 장악도 쉽다. 업의 본질이 정의되지 않은 일들은 액션 아이템의 정의가 지리하며, 힘겹게 수행한 테스크의 결과조차도 모호하다. 서로 자신없는 주장만 반복하다가 끝나기 일쑤다.
해야만 하는 일의 단 하나의 핵심 활동을 정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