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나라 영국엔 신사가 없고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에는 고요한 아침이 없다. 인사의 기술 주제에도 인사의 기술이 없다.
CPO 님의 표현에 따르면 나는 유교 탈레반이기 때문에 상급자와 거의 충돌하지 않는다.(물론 사람은 원래 상급자와 충돌하지 않는다) 그러나 간혹 CPO님과 유교 탈레반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견이 굉장히 큰 기획안이나 인사 문제가 그렇다. 이번엔 인사 문제 였다.
경영진들의 노력으로 상당히 완화가 되어가고는 있으나, 조직은 여전히 전시상황이다. 나는 조직 성장의 결실을 우리 조직 구성원이 모두 누렸으면 좋겠다. 턴오버가 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기다리고 있는 기회가 수없이 많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우리 모두에게 유형의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그들이 노력한 만큼, 그들이 가져가기를 바란다.
때문에 지금 나는 마음이 급하고, 여유가 없다. 모든 것이 하루 이틀 내로 정상화되어야 하며, 최소한 정상화 되어가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보아야 한다. 누군가 성장을 하기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별로 없고, 이미 충분히 기다려주었다는 생각이다.
이 스텝에 발을 맞추는 일부 구성원들은 나에게 더 많은 도움을 청하고, 어제와, 그제와 또 다른 모습들을 자꾸 보여준다. 놀랍고 믿음직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부 구성원들은 나의 독선적인 모습과 모든 상황을 꿰고 있으려는 모습 탓에 그대로 고갈되거나 성장 가능성이 억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CPO 님은 이 부분에서 나에게 우려를 표하신다. 내가 좀 더 여유를 가졌으면, 좀 더 너그러웠으면 하는 생각이시다. 너는 더 오래 일을 해야 하고, 이 조직에 계속 있어야 하는데, 자꾸 적이 생기지 않겠느냐라는 의견이시다. 당신은 이제 나이가 많아 미움을 사도 은퇴하면 그만이니, 지독한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차라리 당신의 입을 빌어 이야기하라는 말씀을 하신다.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라고 수없이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하신다.
말씀처럼, 지금 내가 굉장히 근시안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그로 인해 구성원들이 나에게 가지는 미움은 당장의 상황엔 우선순위가 아니지 싶다.
그러나, 말씀하신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나에 대한 개인적 걱정 때문에 말씀하신 것도 알고 있다. 유교 탈레반이니, 다시 그러리라 노력해야 한다.
퇴근길에 전화를 드렸다. 낮에 있었던 일을 사과드린다고 직접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으나, 아마 알고 계실 것이다. 점점 유사 조카가 되어가는 듯하다.
나도 어디 가서 크게 한번 망해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