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 OKR, MBO 수립의 기초
사실 부제의 KPI, OKR, MBO는 검색에 더 잘 걸릴 수 있도록 장치한 어그로다. 나는 이 글에서 KPI, OKR, MBO가 어떤 것인지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 어차피 각각의 성과 달성 방법을 설명하는 글은 무수히 많다. 나는 어떤 방법론이던 기본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요즘 우리 회사는 다음 분기 계획 수립으로 분주하다.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몇몇 셀들은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이럴 때마다 꼭 필요해 보이는 곳은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
계획 수립에 있어, 나는 큰 단위부터 시작하여 작은 단위로 나아가는 것을 선호한다. 코끼리의 얼개를 구성하고 세심하게 발가락을 그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세심하게 그려진 발가락에서 코끼리를 그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디테일한 부분부터 잡아나가는 것은 쉽기는 하지만, 구성원의 사고의 폭을 제한하고 토론을 지리하게 만든다.
나는 보통 최종적으로 만들어내야만 하는 지표(이하 결과), 결과를 변화시킬 수 있는 세부적인 지표(이하 세부지표), 세부지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액션아이템(이하 액션아이템)의 크게 세 단위로 구분하여 계획을 수립한다.
'결과'는 우리가 최종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특정 기간 내의 목표에 해당한다. 이 지표는 가장 중요한 핵심 지표로만 구성되어야 하며, 우리가 수행한 일의 최종 성과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는 보통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후행지표로 구성되며, 우리는 이것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여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몸 담고 있는 조직의 규모와 단위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결과'가 핵심 지표로 구성되어 있는지, 우리가 수행한 일의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이 것이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일의 비즈니스 모델과 연관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과 연관되지 않은 '결과'지표는 중요하지도 않고, 일의 성과를 입증할 수도 없다.
'세부 지표'는 결과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목표에 해당한다. 이 지표는 결과에 영향을 주리라 기대되는 목표들이며, 우리가 수행해야 하는 액션 아이템에 영감을 준다. 이는 보통 우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행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표가 '결과'의 후행 지표와 잘 연관되어 있다면, 일의 종말에 가서야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의 진행 과정 중에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즉, 이 지표는 우리가 일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다만, 환경은 언제나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선행 지표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것이 결과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액션아이템'은 세부지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TASK로 구성된다. 이 아이템들은 팀을 움직이게 만든다. 각의 아이템의 수행 방법을 상세하게 의논하는 것보다는 일단 함께 머리를 맞대어 아이데이션 한 후, 각각의 아이템들이 실제로 수행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개인적인 가치 판단 기준은 세부 지표와의 연관성, 예상되는 결과의 크기(임팩트), 소요 자원과 예상되는 작업 시간이다.
'세부 지표와의 연관성'과 '예상되는 결과의 크기'는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다만 나는 전자를 더 우선하는 편인데, 첫째는 팀에서 수립한 세부 지표가 변화하는 모습을 시시각각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팀에 굉장한 동기 부여가 되기 때문이고, 둘째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지표들은 임팩트가 아무리 크더라도 세부 지표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한편 '큰 단위'에서 '작은 단위'로 나아가는 방식의 계획 수립은 수립 과정 자체에 내러티브를 만든다. 잘 만들어진 내러티브는 설득력을 갖추기 때문에 팀원들에 안정감을 주고, 목표 의식을 불러온다.
'결과' / '세부 지표' / '액션아이템'은 모두 명료해야 하고, 각각 최대 3개를 넘지 않으며, 숫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명료하지 않은 목표는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흐리고, 팀원들 개개인을 불안하게 만든다.
3개를 넘는 목표는 팀을 혼란스럽게 하고, 자원을 낭비하게 만든다. (액션 아이템은 경우에 따라 더 추가될 순 있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은 지표는 우리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혹은 못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게 만든다. 우리가 어떻게 일을 해내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한 달도 못 가서 목표가 희미해진다. 부수적으로, 숫자로 표현된 지표는 팀원들의 의욕을 북돋아준다.
계획 수립 전반에서 리더가 얼마나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지(얼마나 큰 전략을 갖추고 있는지), 이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백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해왔는지에 따라 계획의 짜임새에 차이가 생긴다.
리더가 이해하고 있는 큰 전략은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결과를 결정한다. 리더의 이해가 그릇된다면, 달성해야 하는 결과가 완전히 다른 방향을 향하거나, 방향이 맞더라도 핵심과 벗어난다(결과 달성에의 가성비가 떨어진다).
리더가 갖고 있는 백데이터는 '결과'와 '세부 지표'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설사 숫자로 증명할 수 없는 정성적인 데이터라고 할지라도, 풍부하게 갖고 있는 백데이터는 그것 자체로 논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물론, 숫자로 가지고 있는 백데이터가 가장 효과적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리더가 거쳐온 경험은 다양한 액션아이템의 원천이 된다. 이는 리더 스스로 설정하는 액션아이템들의 숫자와 구체성을 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액션아이템들의 평가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