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지 말자.
※ 일에도 야망 있고, 엄마로서도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 힘든 워킹맘 동지들을 위해 씁니다.
워킹맘은 시간이 없다. 통상 '시간 거지'라고들 말한다. 애환은 많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눈앞에 주어진 업무를 어떻게 잘 진행할지, 대응전략을 세우는 것이 먼저니까. 아이는 24시간 케어가 필요하다. 자는 시간 동안에는 케어를 안 하지 않냐고? "밤중 수유"업무는 중단되었으나, "수면 컨디션 체크" 업무는 필요하다. 열이 나진 않는지, 기침을 하지는 않는지 체크해야 한다. 24시간 중 아이들만 두고 어른이 아무도 없어도 괜찮은 시간은 없다는 의미다. 그럼 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세미나나 회식에 참여하는 동안, 병원 진료를 보는 동안, 그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은 엄마인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돌봄 아래 놓이게 된다. 필연적으로 내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처음에 나는 '왜 아이들 양육을 내가 잘 감당하지 못하는지'를 고민했고, 쉽게 자괴감에 휩싸였다. 그다음에는 '부족한 엄마를 둔 바람에 고생하는 우리 아이들이 가엾다'라고 생각했다. 그 감정의 이름은 자책감과 서글픔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기르는 일은 애초에 엄마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리고 돌아보니, 나 혼자 하고 있지도 않았다. 남편, 이모님, 유치원, 어린이집 선생님, 양가 부모님 모두 우리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팀"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내가 응당 해야 할 업무를 감당하지 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원팀이 힘을 합쳐 아이들을 잘 양육해 보자. 최선의 업무배분을 고민해 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상당한 사고형(T/ENTP)인 내가 고민한 "최고의 성과를 내는 육아 원팀 운영" 원칙은 아래와 같다.
팀을 구성하고 공통의 목표(아이들의 안전, 건강, 행복을 지키고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것)를 수립했다면, 그다음엔 업무를 잘 분배해야 한다. 시간대가 비지 않게 배분해야, 양육자가 당황하지 않고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는다. 각 인수인계가 발생하는 시간은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예를 들어, 이모님이 저녁 8시까지 아이를 봐주신다면, 나는 7시 50분까지 집에 도착해서 전달받을 사항이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세부적인 역할 배분은 가정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통 육아팀의 팀장, 컨트롤타워는 엄마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게 처음에는 억울하고, 힘들 수도 있는데, 하다 보면 좀 나아진다.
이모님이든, 시부모님이든, 친정부모님이든, 아이를 봐주시는 분이 아이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행한 많은 행동이 다 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는 적절한 대처라고 생각했지만, 아이 엄마, 아빠 입장에선 속상하고 짜증 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믿고 맡겨야 한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이렇게 밖에 못하겠냐?' '결과물이 이게 뭐야?'라고 자주 일하는 상사, 팀장, 선배와 일하는 건 쉽지 않지 않은가. 까다로운, 만족시킬 수 없는 사람이 팀 리더라면 그 팀은 사기가 저하되기 일쑤다. 전체 팀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감사하다, 믿고 있다와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자.
얼마 전 우리 집 두 아들이 킥보드 경주를 하다가 넘어져서 큰애는 팔이 까지고, 작은애는 무릎이 까졌다. 이모님은 연신, 미안하다고 하셨다. 더 잘 봤어야 했다고 하시며. 나는 괜찮다고 했다. 내가 봤어도, 이모님보다 더 잘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겠다고 했다. 나는 (1) 내가 할 수 없는 일, (2) 일반적인 통상인의 기준에서 더 잘할 수 없는 일을 팀원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 팀을 잘 유지해온 하나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시시콜콜한 작은 일이라도, 팀원 중 한 명이 '공유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이야기했으면 무조건 경청하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에 대한 내용을 알아두면, 아이와 대화할 때도 편하고, 팀원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할 때도 좋다. "요새 ~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아요?"라는 이모님의 말속에서 아이의 발달상황이나 심리상태도 짧게 체크할 수 있다.
특히 인수인계는 아이가 아플 때 정말 필요하다. 팀 육아를 하는 워킹맘은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투약은 제때 이루어졌는지,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는지를 인수인계를 통해 체크할 수 있다.
초보 워킹맘인 나에게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건, (육아 관련) 돌발상황 발생 시 대처하는 것이었다. 평소 회사에서는 회사일에만 집중하는 편인데 자꾸 신경이 분산되는 것도 힘들었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도 힘들었다. 그래서 이런 심력 소모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힘든 투잡을 뛰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그 힘든 투잡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해야 할 상황에 있지 않은가. 그래서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게 잘 관리하려고 애를 썼다.
심력 소모는 체력의 상당한 소모를 가져온다. 나머지 루틴이 무너지면 육아, 업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마라톤을 뛰는 운동선수라고 생각하자.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상시적인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은 좋으나 싫으나 이 육아팀의 팀장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당신에게는 팀을 통솔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고, 팀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늘 여분의 에너지를 조금씩 남겨두고, 완전 방전이 되기 전 조금씩 충전해 줄 필요가 있다. 캡틴, 오늘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