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약사들은 얼마나 벌까?
내가 미국에서 의료계 쪽에서 앱 개발을 하다 보니 자연히 이쪽으로 관심이 많다. 특히 요즘처럼 한국에서 환자의 가족으로서 여러 가지 병원, 약국 그리고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살고 있는 미국과 한국 의료의 차이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방문했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알지만 미국에는 한국처럼 작은 동네 약국이 거의 없다. 미국에서 약국을 가려면 큰 상점 - CVS, 월그린, 월마트, 코스트코를 가거나 아니면 병원에 딸린 약국을 이용해야 한다.
한마디로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들은 거의 이런 큰 회사 약국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본 사람들은 알지만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지난 15년 정도에 걸쳐 일어난 일이다. 예전에는 미국에서도 한국이나 유럽처럼 동네마다 작은 약국들이 많았다.
이런 작은 약국에서 일하던 약사들은 동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동네에 오랫동안 약국을 하면서 주민들과 친분을 쌓고 여러 가지 상담도 해 주시고, 환자들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여러 가지 정보와 힘이 되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제 어느 동네에 가도 이런 약국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아마존등 거대 기업들이 약국 사업에 뛰어들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 고조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약대에 다니고 졸업을 하면 연구원이 되거나 제약회사, 병원 등에서 일하지 않는 한 대부분은 이런 큰 약국에 소속돼서 평생 일하게 된다. 물론 이들은 고 소득, 고 학력의 전문 인력이지만 아무래도 일하는 곳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직 시 월급 인상을 요구하거나 좋은 근무환경을 요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아래는 미국 약사 연봉이다(한화 1억 9천 - 2억 3천 정도).
어떤 대학을 나오건, 얼마나 오랜 경력이 있던 월급에 별로 차이가 없다. 지역적인 차이만 약간 있을 뿐이다. 약사들은 예전에는 비경쟁 조약, 즉 이직 시 경쟁사에서 일할 수 없는 조항, 때문에 이런 큰 회사에서 한번 일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비경쟁조항은 철회가 되어서 그나마 원하면 다른 약국으로 옮기는데 법적인 문제는 없어졌다고 한다.
약사들의 근무 환경도 열악해 보인다. 아무래도 큰 상점에 딸린 약국들은 보통 상점 구석에 작게 자리 잡고 있거나 화장품, 샴푸등 생활 용품과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시설도 허술하고 약사들 근무환경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봐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 상담이나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큰 회사들에 소속돼서 일을 하다 보니 약사들은 능동적인 근무시간을 요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업계에서는 보통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1. 능동적인 근무 시간을 원하는 이들은 파트타임으로 전환한다.
2. 보통 능동적인 근무를 원하는 이들은 통계적으로 여성들이 많다. 이들이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면서 또는 남성 직원들 대비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그들의 월급과 직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한국은 어떤지 몰라도 미국은 여성 약사가 남성보다 많다. 예전부터 약사들은 여성의 전문직으로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대기업 약국 트렌드가 오래되면 여성의 월급이 남성들에 비해서 낮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육아 등 다른 일들의 이유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약사도 직업을 포기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 높은 교육을 받고 나서 전문인이 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개인적인 손해가 될 수도 있지만 국가의 입장에서도 손해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의료 쪽에서는 큰 손실이다.
엄마 약을 받으러 오랜만에 하남시 동네 약국을 찾았다. 그동안 한국은 약국의 숫자가 더 늘어난 것 같다. 고령화 시대의 여파인지 아니면 요즘 내 눈에 띄는 간판이 병원, 약국 밖에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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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은 Photo by Hal Gatewood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