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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Dec 05. 2024

온라인에서 나를 지운다

계엄령, 국가 그리고 개인의 정보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들도 많고 유명해지는 길도 많은 세상이다. 인스타그램, 유투버등에서 일약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서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는 사람도 많고 어릴 때부터 꿈이 이런 유명인이 되는 아이들도 많다고 들었다.


얼마 전 책을 내고 나서 가끔씩 구글이나 네이버에 내 책 제목 '여기 오면 다 잘될 줄 알았지'나 내 이름을 검색하는 일이 늘었는데, 검색결과는.. 썰렁하다. 나와 동명의 연예인, 필라테스 강사님, 인스타그램 하는 사람들이 나보다 우선 순이시고 나중에 '도서' 관련에 가면 그나마 좀 결과가 나온다. 이미지 검색은 더 썰렁하다.


얼마 전 영국에서 기자로 일하는 친구가 인터넷에서 개인 정보를 전무 삭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을 해왔다. 조만간 인도에 취재를 갈 예정인데 회사 측에서 신변보호를 위해서 인터넷에 있는 개인 정보를 모두 지우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해서 그렇단다. 나도 이런 일은 생소해서 우선 여기저기 알아보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요즘은 자기의 정보를 인터넷에서 지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사기범죄를 피하기 위해서다. 한국분들은 워낙 사기 범죄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서 잘 알 것이다.


이름,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그리고 주민등록 번호
정도는 모두 공개가 되었다고 봐야 한다.


어디서 정보가 세고 있을까?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앱, 소속한 단체가 사용하고 있는 회원관리 장부, 올리브영에서 쿠폰 주겠다고 꼬셔서 만든 계정에 넣은 정보까지, 모든 정보는 거의 나쁜 사람들 손에 다 있다고 봐야 한다. 올리브영이 아무리 정보 보안 엔지니어 한 트럭을 가지고 자기네 앱을 관리하고 고객 정보를 보호하고 있더라도,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는 다른 회사가 정보를 노출시키면 고객의 정보는 블랙홀로 빠지게 마련이다. (참고로 올리브영은 그냥 예로 적은 것이다. 올리브영을 사랑하는 충성 고객으로서 모든 것이 다 잘되기를 바란다.)


한마디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비밀번호를 여러 차례 바꾸고 신용카드 회사에서 깔라는 소프트웨어를 깔아서 복잡하게 자기의 정보를 보호하려고 해도, 결국에 가서는 한 회사, 한 중간 업자의 실수로 나의 정보는 다 노출되기 마련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다들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사실 비밀번호 관리를 잘 안 하고 해킹당하거나, 핸드폰 업그레이드 안 해서 폰이 해킹당하면 본인의 정보만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은행 계좌번호나 비밀번호도 노출되니, 최소한 할 수 있는 것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내 친구는 페이스북이랑 인스타계정을 삭제했다. 그리고 본인의 이름을 구글 검색해 보고 거기서 나오는 정보의 순서대로 삭제를 시작해 갔다.

"이제 끝!"

이면 좋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인터넷에서 자신을 지우려면 이 정도의 수고 가지고는 안된다. 전문 업체를 찾아서 본인의 정보를 지워야 하는데, 요즘 미국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에서 이런 서비스를 사용자들에게 지원하는 일이 흔하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보편적인 회사는 딜리트미 - https://joindeleteme.com/라는 곳.


보통 이런 서비스는 일 년에 한 15만 원 정도 한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서 본인의 자료를 한번 지우면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가 끊임없이 생성되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는 보통 한번 시작하면 평생을 써야 하는 가입형(Subscription) 서비스.


어제 한국에서 계엄령 발표로 한국뿐 아니라 세상이 깜짝 놀랐었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의 정보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더 부각된다. 단지 나를 사기꾼한테서만 지키는 것뿐만이 아니라 정부에게서 지키는 일도 이제는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나 외국에서도 한국의 계엄령 발표에 너무 놀라고 당혹감을 갖추지 못했다.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친구들도 무슨 일이냐고 문자나 이메일로 연락을 해오고,  어제와 오늘은 회사에서 회의 때마다 한국 계엄령을 이야기했다.


한국이 일본, 타이완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된 것을 우리는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가, 그리고 그전 세대들이 아프고 혼란스럽고 배고픈 시절을 악착같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힘들게 일해서 이루어낸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이다.


이 일을 계기로 한국에서 계엄령의 정의, 계엄령이 내려졌을 경우 국가가 할 수 있는 권리들과 그에 예상되는 일들을 법적으로 좀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도 통제할 수 있는 계엄령은 세계에서 이래가 없는 엄청나게 큰 힘이다.


12월 13일 한국에서 여러분을 뵐 기회가 있게 되어서 소개드립니다. - https://www.realvalleypark.com/

대문사진은 Photo by Scott Webb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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