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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Dec 05. 2023

알림의 기술

효과 없는 알림과 이메일들

요즘처럼 앱을 만드는 회사에서 너무 과한 양의 이메일과 알림을 보낼 때는 중요한 이야기들이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일반적으로 보통 이메일은 공짜로 사용하지만 사실 회사에서 소비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는 일정 비용을 내거나 이메일 서버를 직접 구축해야 한다. 또 이용자들에게 보내지는 대량 이메일은 보통 개발자가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발자 인력도 가격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도 아직은 이메일을 보내는 가격이 너무 싸다. 그래서 더 남용을 한다. 거기다 소비자의 연락처들이 여러 회사들에 팔려 나가고 공유되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 이메일이나 알림에 노출되어 있다. 가끔은 광고성, 스팸 이메일등에 묻혀서 정말 중요한 소식이나 알림을 놓치고 불상사를 겪는 경우도 있다.


무면허 3개월

친구의 아버지가 미국에서 의도치 않게 무면허로 3개월 운전을 하셨단다. 30년 전에는 차를 사면 자동차 보험을 사러 동네 가까운 보험회사를 찾았다. 그리고 자동차 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보험을 사면 끝. 사고가 생기면 그 사무실로 연락해서 보험 청구를 하고, 보험료가 오르면 집으로 전화가 왔다. 세월이 변하면서 통화는 이메일로 전환되고 요즘은 사람들과 접촉 없이 모든 일을 해결한다.


그러다 어느 날 친구의 아버지에게 차를 리즈 한 회사에서 보험 서류를 보내 달라고 요청이 왔단다. 그래서 보험 회사에 전화를 해보니 보험료가 3개월 전에 올랐는데 계속해서 예전 금액으로 입금액이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보험을 취소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보험회사에서 몇 번이나 이메일로 이 사실을 알렸지만 그 이메일들은 무시됐거나 아니면 스팸처리 된 듯. 그것도 모른 채 3개월간 보험 없이 차를 몰고 다니셨다가 사고가 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신용불량자 될 뻔

미국에서 신용불량자가 되면 정말 난처한 일이 많다. 새 신용 카드를 만들 때, 차를 사거나 집을 살 때, 또는 대출을 받아야 할 때도 문제가 되지만, 여기서는 월세를 구할 때나 직장을 구할 때도 신용등급 서류를 요구하는 곳이 많다. 몇 년 전에 내가 쓰는 신용카드 회사에서 새로운 신용카드에 가입을 하면 포인트를 많이 주겠다는 홍보를 해서 신용카드를 하나 더 만들었다. 잊지 않고 자동 계좌이체도 신청했다. 그러는 도중에 나의 실수인지 신용카드 앱의 문제인지 예전 신용카드의 자동 계좌이체가 취소되었다. 문제는 새 신용카드가 나오고 나서 옛날 신용카드를 거의 쓰지 않았는데 그때 내지 않은 잔액 6 만원 가량이 3개월 연채가 된 것이다. 그래서 신용등급이 절반으로 내렸다. 신용등급을 다시 예전 상태로 올리는데 2년이 걸렸다. 내가 3개월 동안 신용카드 금액이 연체되는 동안 신용카드 회사에서는 나에게 이메일을 2번 보냈는데, 나는 아마 신용카드 홍보 이메일이거니 생각하고 읽지 않았던 듯하다.


변화하는 대화

솔직히 30년 전에 보험 회사 사무실에 가서 사람을 보고 계약서를 쓰는 것보다 나는 요즘의 세상이 더 좋다. 사람을 통하지 않고도 집에 앉아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 은행에 안 가도 돈을 움직이는 세상, 음식도 앱을 통해서 주문하는 세상이 나는 더 좋고 편하다. 얼마 전 기사에서 요즘에는 사람들이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을 거북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을 Phone Anxiety 또는 Telephonophobia, 즉 전화 공포증이라고 한다. 나도 전화 통화라는 것을 해본 적이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하다. 한국 가족들과 가끔 메신저로 영상 통화를 하는 것을 빼고는 핸드폰을 전화기로 사용한 지는 한 1년쯤 되었을까? 오는 전화들은 거의 다가 중국에서 오는 사기성 전화 밖엔 없다. 그래서 전화는 전혀 받지를 않는다.


요즘은 채팅, 문자 등을 이용해서 쉽게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상대방의 시간이나 상대방의 감정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때 대화를 시작하면, 그쪽에서도 그쪽이 원하는 시간에 응대를 한다. 누구나 편리하게 본인이 편한 시간대에 대화에 응하니 다들 편하다.


부작용으로 쏟아지는 알림이나 공지사항들 속에 중요한  정보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카톡처럼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앱은 어쩔 수 없이 알림을 켜놓지만 여기저기서 밀려오는 광고성 알림 들을 차단하기도 귀찮고 어떤 경우는 복잡하기도 하다. 이런 설정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는 광고성 알림을 무시하는데 익숙해져서 정작 필요한 알림이 와도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앱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이메일이나 알림을 이용자들에게 무작정 보내는 것은 좋지 않다. 개발자들도 이런 것을 이론적으로 알고는 있지만 실행은 쉽지가 않다. 특히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앱을 만드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이런 문제가 가속화된다. 각 팀들의 목적이나 이유에 따라서 이용자들에게 이메일이나 알림을 보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큰 앱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앱의 사용자가 일주일에 몇 번이나 이메일이나 알림을 받는지 알기도 힘들다. 가끔은 나도 UX/UI 팀에서 이용자들이 어떻게 우리 앱을 사용하는지에 관한 자료 등을 공유하면 읽고 매번 놀란다. 우리가 이메일과 알림을 이렇게 많이 보내나? 이런 반성도 그때뿐이지 또 조금 지나면 잊어버린다.


나는 회사에서 Growth Team Engineer로 6년간 일했다. 팀이 목적은 사용자의 숫자를 늘리는 것(그래서 팀 이름이 Growth다). 지난 6여 년 동안 여러 가지 캠페인들을 만들고, 수정하고 분석했다. 이런 과정에서 배운 것이 많다. 예를 들면:

시작부터 사용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 알림 숫자를 제한하라.

꼭 필요한 이메일/알람등은 제목부터 눈에 잘 들어오도록 색, 글자 크기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라.

이메일이 수신거부되면 이용자와 연락이 끊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용자에게 너무 많은 이메일을 보내면 안 된다. 또 수신거부 처리가 많이 되는 이메일은 잘 분석하고 다른 팀과 이유를 공유해야 한다.

항상 사용자들이 수신거부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용자들은 앱을 지워버리던가 수신거부 해버린다.

사용자들이 수신거부를 하면 꼭 이유를 물어라. 이용자가 쉽게 이유를 선택할 수 있도록 미리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해당사항이 있는지를 물어라

많은 A/B 테트를 해서 사용자들이 어떤 방식의 의사소통을 원하는지를 배워라.

UX/UI 전문가들에게 상품 초기에 도움을 많이 받아라. 조금씩 사용자들이 늘어나면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보다는 실제 앱 사용자의 반응에 따라서 알림을 조절하라.


당연한 것 같아도 개발자들이 이용자들의 생각을 잘 안 한다. 꼭 필요한 일에만 이용자들에게 연락을 하면 이용자들도 앱을 신뢰하고 이메일 거부감이 줄어들게 할 수도 있다. 앱을 만드는 사람들의 전략과 이용자들에 대한 배려만이 이런 신뢰를 만들 수 있다.


대문사진은 Photo by Jonas Le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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