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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현 Apr 25. 2024

'첫 단추'를 잘 꿰자

얼마 전에 해외로 출장을 다녀왔다. 업무와 관련되어 해외 사례를 접하고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작게나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출장을 가기 전 많은 걱정이 있었다. 처음 가보는 해외 출장이기도 했고 다른 기관의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하는 상황이라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 쓰였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경험 중 상당수는 처음 해보는 것이다. 아마 자신이 n번째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또 처음 하는 것이라 망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준다. 기대와 두려움 중 어떤 감정이 우선되는지는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과거의 기억이 주는 요소 또한 영향이 크다.


사람의 성장과정에서의 경험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서 새롭게 도전하는 일에 많은 성공을 했다면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 성공의 기억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낯선 일에 도전하는 것은 큰 고민으로 다가온다. 성공의 기억보다는 실패의 기억이 크다 보니 낯선 일, 새로운 일을 하기 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의 수명은 무한대가 아니다. 우리에게 얼마의 시간이 주어졌는지 알 수도 없고 안다고 한들 낯설고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익숙한 일만 하겠어’라고 생각한다면 이후의 글을 읽지 않는 것을 권하다. 하지만 작게나마 나에게 변화를 원하다면 내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놀랍게도 나 역시 낯설고 새로운 일을 흥미로워하는 성격은 아니다. 익숙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 일을 하게 되면 실수도 많고 일을 능숙하게 하는데 시간이 꽤나 소요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 가면 언제나 위축되기 마련이고 나 스스로가 처음이 괜찮다고 느껴야 비로소 그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이 어찌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있을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마음고생도 많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도 많이 봤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 자존감도 떨어졌다.  그러다 문득 이런 내가 지겨웠고 어떻게 하면 나의 첫출발 콤플렉스를 이겨 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 ‘EIS’나 ‘AIW’를 이용해 지금은 콤플렉스를 이겨냈다.


나는 경험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험은 사람을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준다고 믿기 때문에 경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하지만 첫 경험은 말 그대로 그 일을 처음 하는 것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험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긴장을 하고 위축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EIS(Everyone is in the same situation)’를 떠올린다. 지금의 나의 상황을 모든 사람이 겪었을 것이다. 누구나 ‘첫’이라는 단어가 주는 긴장과 위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누군가 ‘나는 무대 체질이라 처음 하는 일이 어렵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첫’이라는 주는 긴장과 위축을 EIS’를 통해 이겨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더 발생한다. 바로 ‘첫’이라는 단어가 주는 긴장과 위축에 ‘성공’이라는 부담을 추가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EIS’ 를 통해 긴장을 해소하고 AIW(All is well)’방법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처음 하는 일’에 풀어낸다면 어느 정도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므로 한 번에 하나씩 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많은 능력이 있다. 그리고 그 능력을 바탕으로 일을 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하기 위해선 ‘긴장’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 ‘긴장’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놓였을 때 생존하기 위한 본능에서 나온다. 비슷한 일이지만 똑같은 일은 없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 하는 실수는 나를 어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실수는 나올 수밖에 없고, 그 실수를 통해 사람을 더 위축되고 본래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EIS’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할 때 도움이 된다. 모든 사람은 똑같기 때문에 ‘첫’이라는 관문 앞에 있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또한 나와 똑같은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 전까지 실수를 한다고 해서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아닌 척 하지만 당신의 실수를 바라보는 사람들 또한  첫’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도 당신과 같은 시기가 있었을 것이며 그때 당신보다 더 크거나 비슷한 실수를 했을 것이다.(만약에 누군가 ‘첫’이라는 관문에서 저지른 실수를 지적하고 들춰내는 사람이 있다면 멀리해라. 그 사람은 매우 무식하고 교양이 없는 사람으로 당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비호감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EIS’를 통해 ‘첫’이 주는 적응의 부담을 덜었다면 ‘AIW’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내어 ‘실패’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처음 하는 일이 다 잘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역설적’이지만 실패’는 성공에 대한 갈망에서 온다. 어떤 일을 실수 없이 하고 싶다는 생각은 일에 대한 성과를 잘 내고 싶다는 바람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을 처음 할 때 실수는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AIW’이다. 일을 하는 동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첫’이 주는 긴장과 비슷하게 당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는 자기 암시는 ‘모든 일이 잘 될까?’라는 자기 의심보다 당신의 능력을 끌어낼 것이다.


유명한 투수인 류현진 선수에게 기자가 물었다. “선수 님은 경기 중에 긴장을 안 하시는데 언제 가장 긴장이 되시나요?” 만약 우리가 류현진 선수와 같이 투수라면 언제 가장 긴장이 될까? 루상에 주자가 많을 때? 공이 생각보다 컨트롤이 어려울 때?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류현진 선수의 대답은 모든 사람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1회 1구를 던지기 전이 가장 긴장이 됩니다.” 결국 아무리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첫’의 부담을 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이 것을 돌려 생각한다면 누구나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Everyone is in the same situation.  

나는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맺는 것과 비슷했는데 얼만 전 해외로 모르는 사람들과 출장을 가게 되었다. 출장 전날까지 내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는데 아내가 “어차피 가는 거 다 잘 될 거다.”라고 말했다. 순간 ‘그래 어차피 가야 하는 출장인데 가면 모든 게 다 잘되겠지.’ 생각했다. 출국을 하는 마음은 처음보다 가벼웠고 출장을 가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나의 걱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출장을 잘 마치고 돌아왔고 출장 동안 다른 분들과 잘 지내고 돌아왔다. All is well.


우리는 ‘첫’이라는 단어가 주는 긴장과 불안함으로 많은 실수를 하고 많은 도전의 기회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나만 ‘첫’이라는 단어에 주눅 들고 힘들어하지 않는다. 유명한 운동선수라도 ‘첫’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안감은 가지고 있고 출장을 앞두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미래의 두려움으로 불안 혹은 초조함을 느낀다. 우리가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선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도 불안해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인정을 하고 자신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안정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일은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일한다면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꿸 수 있을 것이라 나는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당신이 첫’이 주는 불안과 초조를 잘 이겨내어 새로운 환경과 도전이 주는 행복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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