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현 Apr 22. 2024

You are not alone.

살다 보면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문자 그대로 다가오는 날이 있다. 이 날은 주기를 가지거나 특정 시기에만 찾아오지 않는다. 마치 숙박 업소를 찾는 손님들처럼 언제든 찾아온다. 그리고 이런 날은 사소한 것에도 서운한 감정도, 나 자신에 대한 실망도 돋보기로 확대한 물체의 크기처럼 다가오는데 다른 날 보다 예민하고 우울하며 어떤 일이라도 흥이 잘 나지 않는다.


이런 기분이 계속되면 일상에도 영향을 준다. 의욕이 없다 보니 일이나 일상이 의미가 없어진다. 아무

의미 없이 일을 하다 보니 기계처럼 일하게 되고 사람은 기계가 아니므로 능률이 떨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이런 마음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것마저 쉽지는 않다. 깊은 바닷속으로 무거운 추를 달고 끊임없이 내려가는 기분은 도무지 헤어 나올 수 없다.  무거운 추를 어떻게 떼어버릴 수 있을까? 고민하며 해답을 찾는 시간보다 가라앉는 속도가 더 빠르다. 하지만 우리는 떼어내야 한다.


얼마 전 일을 하다 실수를 발견했다. 사소하다고 하면 사소할 수 있지만 크다고 생각하면 큰 실수였다.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었고 내가 만든 깊은 심연의 바다로 프리다이빙이 시작되었다. 내가 그동안 느낀 초조함과 기대의 무게만큼 추를 달고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는데 빠져나와야 한다는 마음조차 가질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나는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아직 뭍으로 올라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면으로 많이 올라왔다고 느낀다. 만약 지금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누군가 있다면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는 건 힘들지 모른다고 말해주고 싶다.


인간은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다. 사회를 이루고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주변 사람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의심이 늘어 갈 수도 있고 혐오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혼자 살아가기보단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야 한다. 나는 앞서 말한 힘든 시기에 가족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나의 상황과 고민을 털어놓고 말했는데 그렇게 털어놓고 나니 나를 심연으로 가라앉힌 납벨트가 풀지 못할 존재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한들 주변 사람들이 답을 주지도 못하는데 무슨 의미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답은 본인만이 찾을 수 있으므로 고민을 털어놓은 상대가 답을 줄 수 있을지 없을지를 미리 예단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야기를 듣는 상대도 나도 서로의 감정에 동요되어 가라앉고 있는 나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사람과의 대화를 추천하는데 만약 내 주변에 이렇게 털어놓을 사람이 없거나 도저히 그렇게 할 수없다는 사람은 일기나 낙서 등 뭐든 자신의 마음을 생산물로 만들어보길 바란다. 자신의 마음을 아는 것이 납벨트를 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일기나 낙서 등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객관화해서 본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나 역시 그렇게 힘든 경우 일기를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제일 좋은 것은 사람에게 털어놓고 이야기를 통해 납벨트를 푸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내가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입장이면 상대의 이야기만 들어줘도 상대에게 큰 도움이 된다. 내가 답을 내린다거나 어중간한 공감보단 아무 말하지 않고 공감만 해줘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그것 조차 안된다면 ‘언제나 그대의 편이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 ‘는 확신을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간은 감정이 있기 때문에 많은 일이 생긴다. ‘희로애락’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대표적인 4가지 감정. 우리는 우리가 혼자 있길 원해도 ‘희로애락’을 벗어나지 못한다.(만약 벗어났다면 해탈의 경지에 이르거나 시체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희로애락을 가장 이해하기 쉬운 상대는 사람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듯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는 사람의 마음은 그 경험을 한 사람이 제일 잘 알 수 있다.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결국 사람을 통해 공감받고 상처를 치유받는다.(반려동물을 통해서 상처의 치유를 받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지만 나의 감정을 쏟아만 낼뿐 상황이나 감정이 대한 피드백이 없어 같은 일의 반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가 겪은 일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마라. 모두가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해도 비슷한 경험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만나 뵈었는데 두 분은 서울에 사시다 제주로 내려가서 살고 계신다. 나의 생일에 맞춰 점심을 먹자고 나오셨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주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정모님은 아내에게 너무 힘들면 제주로 내려오라고 하셨고 장인어른도 일을 하다 힘들면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라는 말을 해주셨다. 두 분을 뵙기 얼마 전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런지 두 분의 말씀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며 속 태우던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막상 그만둔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만두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 있었는데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라는 말씀은 용기를 주셨다. 비록 두 분은 그럴 의도가 없으셨을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생긴 거 같아 든든했다. 이런 따뜻한 상황은 나를 더욱 뭍으로 끌어올려주었고 이런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앞서 말했지만 얼마 전 일 때문에 힘든 일을 겪었는데 하루종일 기가 죽어 있었고 절망적인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을 들지 않았다. 근데 집에서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집사람은 걱정을 많이 했다. 잘못되면 어쩌나, 무슨 일이길래 저러지. 당시 나에 대한 실망과 ‘일을 망쳤다’라는 절망적인 생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었고 주변에 이런 상황을 알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과거의 나는 힘든 일이 있어도 혼자 해결했는데 거의 속앓이를 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래서 누구에게 나의 문제를 말하고 공감을 받는 일이 어색했는데 이런 나를 보고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너무 미안해 나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모든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아내는 다른 해답을 주지는 못했지만 나의 감정에 깊이 공감해 주었고 나의 감정을 공감해 주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따뜻하고 든든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감정을 느낀다. 힘든 일을 겪기도 하고 세상에 나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없어지면 이 세상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기도 하는데 힘든 일은 사람과 나누고 공감하고 따스한 인류애를 느끼며 치유하길 바란다. 그런 사정이 안된다면 어렵겠지만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감싸주길 바란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모두가 행복하자고 살아가는 세상 아니겠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