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의 언어였다.
볼 영화를 고를 때 아 이런 건 꼭 봐야지 보단 이런 건 도저히 못 본다의 기준이 더 많은 편이다. 눈물을 쥐어 짜는 치정극은 피한다. 제목부터 ‘친정엄마’, ‘내 머리속의 지우개’ 와 같은 영화. 내 리스트엔 없다. 공포영화도 제한다. 심신이 너무 피로해진다. 결말이 뻔히 그려지는 영화도 별로다. 시간이 아깝다. 평점도 종종 참고한다.
반대로 이런 건 꼭 본다의 기준. 사실 몇 개 없는데 가장 확실한 건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면 장르, 완성도 고려 없이 그냥 본다. 이를테면 조쿠삭, 사무엘 잭슨, 로버트 드 니로, 니콜라스 케이지 사실 뭐 끝도 없지만. 오늘 본 이 영화는 취향 좋은 분의 추천도 있었지만 숀펜이 나온다길래 주저 없이 결정했다. 역시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던 두 시간이었고.
영화가 시작되는데 사실 약간의 불안함이 있었다. 2시간 동안 다른 어떤 행동 없이 단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는게 왠지 모를 두려움을 가져왔다. 극장에 너무 오랜만에 온 탓도 있었지만, 그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을 동시에 해야 하다보니 그랬나보다. 폰마저 내려놓고 단 한 가지에만 집중해 본 것이 혹은 몰입해 즐겨본 것이 언제인가 싶었다.
그럼에도 영화엔 금새 빠져들었다. 영화는 빅토리아 시대에 영어 사전을 만들던 한 남자와 조력자 사이의 우정 그리고 편찬의 과정을 담았다. 다만 내 마음에 와서 닿은 건 조금 달랐다. 그건 사랑이었다. 정확하게는 사랑의 언어였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남편을 잃은 아내가 남편을 죽인 남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첫째딸은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분노를 숨기고 여자는 스스로 확신히 없어 남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글로 내 비친다. ‘만약 사랑이라면, 그 땐 어쩌죠?’
남자는 본인이 저지른 죄로 마음의 짐을 안고 고통 받으며 살아간다. 어쩌면 자신이 실수로 죽인 남자의 아내인 여자를 처음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 할 수 없는 상대라 생각했겠지. 그는 가장 사랑하는 여인을 본인의 그림에 극도로 어둡고 무겁게 담았다. 어쩌면 그 그림을 보면서 라도 사랑하는 감정을 지워보려 애썼던 건 아닐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마음에.
결국 그 마음의 병은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한다. 그런 그를 다시 돌아오게 만든 유일한 한 가지, 그녀의 사랑의 언어였다. “만약 사랑이라면, 그럼 그저 사랑하세요”
이 영화 정말 좋았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단순하다. 등장인물 간 관계 구조가 허술하고 극으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마음을 두드리는 어느 장면, 표정, 음악, 대사 몇 개면 그걸로 충분하더라.
배우들의 연기는 무척이나 좋았고 대사는 황홀했다. 음악은 자꾸만 귀에 멤돈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영화리뷰 #영화 #영화추천 #나이들며 #눈물만많아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