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맥키 <STORY-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읽어야 하는 이유
0. 세상은 이야기다. 인간은 태어나서 누구나 쉽게 이야기를 접하고 이야기를 어려워 하지 않는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쓰고 싶어한다. 지금은 이야기의 시대다. 웹툰이, 웹소설이, 넷플릭스나 왓챠를 위시로 한 스트리밍 웹콘텐츠들이 범람하고 있고 인기를 얻고 있다. 누구나 재밌는 이야기, 좋은 이야기를 쓰면 갑자기 뜰 수 있고 주목을 받는다.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의 시대인 것이다.
1. 나는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떤 만화를 그린 적이 있는데 그게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지금도 말하기 약간 부끄러운 내용이긴 하다.) 어쩌면 그게 트라우마였을까. 어릴 때부터 창작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쉽게 도전하지 못했고 도전해도 번번이 실패했다. 나는 그냥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2. 로버트 맥키의 <STORY-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이하 <스토리>)를 잡은 건 아주 많은 실패 끝에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느낀 때였다. 그야말로 절벽이었다. 이제 웬만한 곳의 취업도 쉽지 않고 프리랜서로서의 삶도 낙관할 수 없었다. 아, 이렇게 살 수도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이 온다는 건 이런 의미였나. 더이상 잃을 게 없었으므로 가장 기본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가장 정석대로 하기로 했다. 오히려 절벽에 서 있으니까 태도가 심플해졌다. 나는 그동안 많은 이야기 작법서를 읽었지만 정작 교과서로 불리는 로버트 맥키의 <스토리>를 읽지 않았다. 일단 그 어마무시한 두께를 보면 도전하기 쉽지 않았다. 뒤늦게라도 샀다. 그리고 읽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강연 요청을 받는 스토리텔링의 대가. 지난 30년간 [반지의 제왕]을 만든 피터 잭슨, 픽사&디즈니 크리에이티브팀 등을 비롯해 수많은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극작가, 시인, 다큐멘터리 제작자, 프로듀서, 감독들이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 “전설적인 명강의”로 불리는 맥키의 [스토리 세미나]는 60명의 아카데미상 수상자, 200명의 아카데미상 후보, 200명의 에미상 수상자, 1000명의 에미상 후보, 100명의 미국작가조합상 수상자, 50명의 미국감독조합상 수상자들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은 책으로는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가 있다.
- 'YES24'에 쓰여있는 로버트 맥키에 대한 설명. 왜 그의 책을 읽어야 하는지 수치(?)로 입증한다.
3. 그의 책을 읽는다고 스토리 하나가 뚝딱- 나오는 신기는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콘텐츠를 볼 때 믿고 갈 수 있는 기준점이 생긴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가 서론에서 밝히듯, <스토리>는 원칙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규칙이 아니라 원칙에 관한 것이다. 규칙은 "반드시 이런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원칙은 "이런 방법이 효과가 있으며..., 기억이 미치는 한 항상 그래왔다"고 말한다. ... 이 책은 공식이 아니라 영속적이고 보편적인 형식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은 전형이 아니라 원형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은 지름길이 아니라 철저함에 관한 것이다. - 로버트 맥키가 서론에 말하는 <스토리>의 의미.
4.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본다고 해서 요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듯, 뛰어난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해서 작곡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듯, 재밌고 잘 만든 작품을 많이 본다고 해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레시피가 있다면, 작곡의 구조를 알고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작품을 씹고 뜯고 맛볼 수 있을 것이며 그 해체 속에서 창작의 열쇠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로버트 맥키의 <스토리>를 쥐고 영상들을 좇는다. 그리고 앞으로 쓸 나의 글은 재밌는 이야기의 원형과 코드를 찾아나서는 나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