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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꽃 Nov 20. 2022

고정 수익이 없어지면서 좋은(?) 점

친환경적인 인간이 되는 길 2.

두 번째는 쓸데없는 소비가 줄었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마트에 가면 계획 없는 소비로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다 먹지 못해 버려지는 식재료가 많았다. 음식 버리는 것을 큰 죄로 생각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서인지 버릴 때마다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지옥이란 곳에 가게 되면 그동안 남긴 음식을 먹어야 한다던대 하는 끔찍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나마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음식을 버리며 '미안해'란 말을 하는 걸로 마음의 불편함을 걷어냈다.


그런 내가 오늘부터 삼일 동안 요리해서 먹을 식단을 미리 생각하고 필요한 재료만 사려고 노력한다. 게다가(이건 나에게 있어 큰 변화인데) 가격을 꼼꼼히 따지게 되었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수익이 많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가격을 확인 안 하고 사는 경우가 많아서 이게 비싼 건지 아닌지도 몰랐다. 지금은 비슷한 품질의 것은 가성비를 따지며 선택하게 되었고 이게 정말 필요한 건지 두세 번 더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장바구니가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장 기본적인 식의 문제였다면, 또 다른 변화는 집에 오는 택배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귀가 워낙 얇고 잘 펄럭이는 타입이라 인스타 광고로 보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구매했다. 그때 샀던 청소 세제들과 아이디어 상품(대부분 과대광고여서 실망하며 방치되어 짐만 된 경우가 많고), 공구로 나왔던 아이의 비싼 교구들(곧 중고마켓에 올려 팔 생각인데 내 속이 쓰려서 쉽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을 볼 때마다 나의 생각 없는 소비를 반성하곤 한다.


그리고 필요 없는 물건은 중고마켓을 이용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고 필요한 물건은 중고마켓부터 확인하게 된다. 특히 책 사는 걸 좋아하는 나는 아이의 그림책에도 욕심이 많아 누군가의 추천을 듣거나 내가 보기에 괜찮다고 생각되는 책은 자주 구입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전문가의 추천이라고 해도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책장만 차지하고 있는 책이 많다.

이제는 아이의 그림책이나 내가 읽고 싶은 책(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읽지 않기 때문에)은 지역 도서관을 이용하고 계속 소장하고 싶은 책은 중고서점을 이용한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는 건 즐거운 일상이 되었다.

도서관에서 한아름 책을 안고 나오는 기분이란. 오늘은 그림책 7권이다. 몇 권이나 딸의 선택을 받으려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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