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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가 되며 알게 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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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겨울꽃 Mar 24. 2023

요정의 선물과 흔적

아이의 탄생신화

“엄마, 진짜 요정을 봤어?”

“그럼. 너무 소중한 아이라서 귀하게 키워달라고 도장으로 표시한 거였는데.

너무 소중해서 힘줘서 찍다 보니, 자국이 남았다며 미안하다고 했는걸.”

“그러게. 왜 그렇게 세게 찍었을까?”

배시시 웃는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다.

아이는 생애 첫 BCG 예방주사를 맞고 나서 팔에 빨간 반점 같은 것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주사 맞을 때 간호사가 세게 잡아서 멍이 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기가 너무 절묘하게 맞았고 위치도 딱 그 위치였다. 지금도 이 예방주사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처음 소아과에 갔을 때는 의사가 정확한 병명을 알지 못했다.

그저 지켜보자고 할 뿐.

그러다가 피부가 벗겨지기도 하고 더 빨개지는 것 같아서 다른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단호하게 “혈관종이네요."라며 자신이 쓴 책(삐뽀삐뽀 119 소아과)을 펼쳐 보였다. 아이의 팔에 있는 피부와 비슷한 사진들이 보였다. 그러고서는 커다란 DSLR을 꺼내 들더니, 아이의 팔 사진을 찍었다.

그날부터 혈관종에 대한 검색은 다 해본 것 같다.

혈관종이 대체 모지?

'혈관의 과도한 증식에 의해 생기는 양성종양.'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생후 1년까지 점점 자라다가 멈추고 대개 10세 이전에 자연 소멸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행히 위험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혈관이 모여있다 보니, 잘못하면 피가 날 수도 있다는 말에 긴장했었다.

소중한 아이라는 흔적

자연치유가 된다고 하니(그렇다고 모두 자연치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라질 때까지 모르는 척하고 싶었지만 빨갛게 부어 올라오고 피부는 벗겨져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가려울 수도 있다고 해서 건조한 피부에 좋다는 크림들은 다 찾아 발라주었다. 크림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 피부과에 가서 아토피 연고를 처방받아 바르기도 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연고이기에 계속해서 바를 수는 없었다. 바르고 나면 잠시 가라앉았다가 연고를 중단하는 시기에는 다시 확 올라오곤 해서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어리고 어린아이의 팔에 빨간 자국이 자꾸 눈에 밟혔다. 흉터가 여러 개 생긴다고 해도 병원에서 경피용으로 맞출걸. 피내용으로 맞춘다고 보건소에 가서 그런 걸까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엄마로서 잘못된 선택을 해서 아이가 고생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다. 미안한 마음에 자꾸만 아이의 팔을 확인했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아이도 자신의 팔에 있는 빨간 자국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팔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곤 했다. 엄마가 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볼 때마다 무엇인가 바르고 주기적으로 병원을 가니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거다.

아이가 어렸기에 정확한 설명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엄마의 걱정이 아이까지 불안해지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이 앞에서만은 담담한 척하기로 했다.

그때 생각해 낸 것이 요정이야기였다.

있어서 안될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표시라고 생각하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 아빠에게 아이를 보내주었던 요정들이 너무 특별한 아이라서 표시하려고 도장을 찍었는데. 너무너무 귀한 아이여서 세게 찍었더니 자국을 남겨버렸다고 말이다. 요정이 미안해하며 소중하게 키워달라고 말하고 갔다고 이야기해 주면 아이는 “요정이 왜 그랬대~” 하면서 좋아한다.

만 5세 반이 지나가는 지금, 혈관종은 흉터로 보일 정도로 옅어졌다. 지금도 아이의 혈관종이 눈에 보일 때면, “도장이 많이 옅어졌네. 점점 사라지려나 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는 “요정이 도장을 왜 그렇게 세게 찍었대? 너무 소중해서?”라고 묻곤 한다.

내가 관점을 바꾸니 나도 여유가 생기고 아이도 편안해졌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자고 다짐한다.

아니 그런 척이라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