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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의 숲 Nov 01. 2017

<19> 오늘

  오늘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나의 오늘은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다. 어제와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어제와 다른 것이 있다면 변덕스러운 타이페이의 날씨 정도였다. 별다를 것 없는 매일, 어제와 같은 오늘, 반복되는 일상. 오늘은 이렇게 반복됨으로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숨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사람에게만 상냥한 것이 오늘이다. 


오늘은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다. 오늘은 반복적으로, 비슷한 모습으로 우리를 끊임없이 방문하기 때문에 잊고 말지만, 오늘은 유일하다. 우리는 내일도 오늘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내일의 오늘, 그러니까 내일은 보장된 것이 아니다. 


  영원히 살 것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영원히 젊고, 영원히 풍요롭고, 영원히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 내일이 보장되어 있는 것 같은 시대에. 그렇기에 이따금 내일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시간은 오늘이구나, 라고 깨닫게 되는 사건들이 발생하면 우리는 혼란에 빠지고 만다. 


<이제는 사진으로 볼 수 밖에 없는> 풍경들을 가지게 될 때 종종 그런 종류의 혼란을 겪는다. 함께 웃고 있던 사진 속의 이를 이제 영영 만날 수 없게 되거나, 모든 매체에서 반짝거리며 미소짓던 시대의 스-타가 사라지거나, 사진 속 장소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거나. 


사진만이 영원할 뿐, 사진 속의 우리는 영원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는 그런 순간이 온다. 


  오늘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하는 격언 아닌 격언이 있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언뜻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지금 이 순간 외에 더 이상 어떤 시간도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건넨다. 사랑은 타이밍이야. 인생은 타이밍이야.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저 말은 무딘 칼과 같다. 실시간으로 울려대는 알람은 아직 무수히 많은 기회가 남았다고 믿게 만든다. 1초면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아니 1초면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 시대에 시간은 넘쳐나고 그렇기에 지금 한 번 뿐인 타이밍 같은 것은 사소해진다. 


  우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느낀다. 오늘이 너무 많다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오늘이 흔하다고 여긴다. 오늘이 진짜 아름다운 이유를 알지 못 한다. 그렇기에 오늘은 잃었을 때 가장 잔인하고 후회를 남기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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