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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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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의 숲 Jan 29. 2018

<29> 그 밤의 풍등과 우리

- 평범한 여행기

  타이페이에서 루이팡까지 50분 남짓, 루이팡에서 핑시까지 한 시간 남짓. 기차를 꽤 오래 타고 가면 허름한 도시가 보인다. 대만의 흐린 하늘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마을, 하늘의 회색빛을 몽땅 머금고 있는 마을이 핑시다.

  핑시나 징통, 스펀은 관광객들에게는 풍등을 날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라는 대만 영화에서 주인공 두 명이 함께 풍등을 날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가 인기를 끈 후로는 꼭 방문해야 할 장소가 되었다.


   우리가 핑시를 찾았던 날도 역시나 흐렸고, 풍등 날리기라는 진부한 주제는 사실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한국에서 또 한 차례 찾아온 친구들과 함께 하기에 의미있는 것일뿐, 전형적인 관광지의 모습은 기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찾아가 수많은 이들이 풍등을 날리고 있는 것을 보니 괜스레 진지해졌다. 때마침 12월이 얼마 남지 않은 때였고, 곧 찾아올 새로운 한 해를 위해 의미부여를 할 의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참을 깔깔 대며 서로의 바람을 풍등에 잔뜩 적기 시작했다. 개인 맞춤형 소원들이 끝도 없이 나왔다. 이 사람들의 소원 속에, 바람 속에, 그리고 새로운 한 해에 여전히 내가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우리의 바람이 함께 적혀진다는 것 역시.


  마음을 담아 핑시에서 풍등을 날리고 우리는 징통의 탄창 카페로 향했다. 때마침 카페에는 우리밖에 없었고, 창 밖이 어둑어둑해지도록 그곳에 머물렀다. 전형적인 관광지의 불이 꺼지고, 한없이 평범한 마을이 되는 순간까지.


  창 밖으로 간간히 풍등이 날아가고 있었다. 하늘로 보내는 모든 것들에는 마음이 담겼다. 가족의 무사한 하루를 바라는 굴뚝 연기에도, 소망을 가득 적은 풍등에도, 인류의 염원을 실은 우주선에도. 반짝이는 별이 되기를 바라면서, 저 별처럼 어딘가에서 그 마음이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돌아오는 기차 안, 비는 더 거세졌고, 나는 이 시간을 오래도록 곱씹을 것이라는 것을 벌써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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