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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의 숲 Mar 10. 2018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그리고, 우리의 모양 


  


Shape of water : Shape of love 


  우리의 사랑은 모두 같은 모양일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모두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비슷한 행위를 하며 <사랑>하고 있지만 우리의 사랑은 모두 다르다. 


1.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다 


  엘라이자는 말을 할 수 없는 농인이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절친한 친구 젤다는 별다른 대화없이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그녀의 표정과 그녀의 손짓 그녀의 눈빛만으로 젤다는 이미 <충분하고 온전한> 대화가 가능하다. 우리의 하루에는 수천가지 발화가 오고 가지만 그 중 대화가 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들으려는 노력 대신 우리는 지레짐작, 오해, 편견, 예측을 더 많이 하고 그 와중에 많은 목소리가 사라져버린다. 

  엘라이자와 인어 역시 목소리 없이도, 공통된 언어 없이도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이제는 낡아빠진 CM송이 완연한 사랑의 모습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2. 사랑은 <맛없는 파이를 몇 번이고 먹으러 가는 것>이다 

 

  파이 가게 종업원과 사랑에 빠진 자일스는 맛 없는 파이를 몇 번이고 먹으러 간다. 그의 작업용 멘트 한 마디 한 마디를 의식하며 곱씹곤 한다. 사랑은 우리의 오감을 가장 극대화한다. 그 사람의 향기, 몸짓, 음성 그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게 만든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감각을 가장 무디게 만든다. 그로 인해 느껴야 하는 고통 쯔음에는 눈감게 만들고 그의 얼굴에 드리운 잡티를 눈치 못채게 한다. 그렇게, 맛없는 파이를 몇 번이고 먹으러 가게 한다. 



3. 사랑은 <함께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우리는 누구나 혼자였다. 하지만 그 사람을 만난 순간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된다. 혼자가 아니게 된 세상은 낯설다. 말도 안 되게 행복해지지만 동시에 적응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나만으로 적막했던 세상이 시끄러워지고, 지지 않아야 할 책임을 져야하고, 용기내지 않던 일에 용기내어야 하고, 그리워해야하고, 허전해해야한다. 하지만 혼자였던 세상에서 맛볼 수 없던 기쁨과 환희를 맛보게 된다. 우리는 다르고 또 같음을 알게 되고 나의 허점이 그 사람에겐 더 없는 매력 포인트가 되는 경험을 한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지 모르는 삶의 여정 한 가운데 우리는 만나고, 언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는 나의 나이듦 속에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함께> 있게 된다.  그리고, 충분해진다. 

  혼자가 아니게 된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워진다. 



Shape of Water : Shape of Us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소련과 치열한 경쟁을 하던 1960년대 미국, 그곳은 참으로 엄격한 곳이었다. 


  <우리>가 되기 위한 요건은 다음과 같았다 : 피부색이 흴 것(백인일 것), 문명인일 것, 장애가 없을 것, 남성일 것, 교육받았을 것, 이성애자일 것, 사람을 사랑할 것, 이름과 지위를 가질 것, 훌륭한 일을 할 것, 그리고 소련인이 아닐 것. 


  인어를 신으로 모시는 야만적인 원주민 / 피부색이 백인과 달리 검은 흑인 /  생식기가 다른 여성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농인 / 남성이 남성을 좋아하는 게이 / 인어와 사랑에 빠지는 멍청이 / 진취적인 미래 따윈 없는 청소부 / 이름도 지위도 없는 낮은 계급 / 소련인 과학자

 

  이들은 모두 <우리>가 될 수 없었다. 이들은 우리가 아닌 우리와 다른 곳 어디쯤에 있는 그들이었고 인간이 아니었다. 


  백인 남성은 오만하게 말한다. <신은 나의 모습에 가깝겠지>

그러나 신을 본 사람은 없다. 결국 신은 인어였고 인어를 구출해낸 청소부였고, 농아였고, 게이였고, 미래 따위 없는 열정적인 과학자였다. 


  1960년대 그들이 생각한 미래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우리>의 범위가 점점 넓어졌다. 인간은 모두 우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고, 신 역시 모두 우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엘라이자가, 젤다가, 인어가, 자일스가 용기를 낼 것이고 그렇게 우리의 모양은 점점 다양해질 것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 물에 모양이 있을까? 물에는 모양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은 담겨져 있는 곳에 따라 모양이 바뀌고, 물방울은 합쳐질수록 더 커진다. 계곡이 강이 되고 강이 바다가 된다. 결국 사랑의 모양같은 것은, 우리의 모양같은 것은 없다. 그저 사랑은 연대할 수록 커짐을, 우리가 비로소 우리 모두가 될 때 커짐을 말하고 있다. 


  당신과, 나, 함께.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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